| 진단 | 21세기 고개드는 중국 민족주의 ① “올림픽 성공개최에 부담”

배타적 민족주의 역풍에 정부 난감

지역내일 2008-04-22
평화·조화추구 올림픽 정신과 충돌 우려 … 과열조짐에 진화 나서

민족주의를 여론몰이 도구로 사용했던 중국정부가 지나친 민족주의에 발목이 잡혔다.
중국정부는 지난 3월 발생한 티벳 시위사태를 ‘올림픽 개최를 방해하기 위한 달라이라마와 반중국 서방세력의 책동’으로 규정하고 중화민족주의를 내세워 국내여론의 동요를 막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의 성화봉송 중단사태 등으로 더욱 강하게 번진 중국의 민족주의는 ‘평화 올림픽’을 치르려는 중국지도부의 행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한 중국정부는 과열된 민족주의를 진화하기 위해 나섰지만 19세기 말 서양세력의 침탈과 함께 자라난 중국의 ‘반서방 민족주의’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프랑스관광 거부 운동도 확산 = 현재 중국 민족주의의 최대 피해자는 프랑스다. 성화봉송 도중 티벳 관련 시위로 프랑스구간에서만 수차례 성화가 꺼진 데다가 까르푸가 속한 프랑스 루이뷔통그룹이 달라이라마에게 후원금을 지원했다는 소문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인권외교를 지향한 독일 메르켈 총리와 달리 실용외교를 지향하며 중국과의 경제관계 강화를 표방한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에 호감을 보였던 중국 측은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롯한 프랑스정부 고위관계자들이 티벳독립문제와 올림픽을 연관 짓는 발언을 계속하자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중국 민족주의의 반프랑스 정서는 대형 유통체인 까르푸 불매운동에 이어 이제는 프랑스관광 거부운동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중국 남방일보는 19일 “까르푸 불매운동이 중국인 직원들에게만 피해를 준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프랑스관광 거부운동이 호응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대형 인터넷포털 서우후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중국인의 관광소비가 없다면 프랑스 경제는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며 “에어프랑스 탑승을 거절하는 등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프랑스에 항의하자”고 주장했다.
광저우의 한 대형여행사 고위관계자는 “최근 젊은이들의 프랑스 여행문의가 거의 없다”며 “일부 극단적인 네티즌들은 항의전화를 해 프랑스관광노선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로 꼽히지만 민족주의는 선호관광지마저 바꿔놓을 태세다.

◆중국지도부, 이성민족주의 촉구 = 중국의 민족주의가 과열로 치닫자 중국정부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급기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1일자 4면 상단 중심에 ‘애국열정과 국가이익’이라는 무기명 평론을 싣고 ‘이성적 애국주의’를 당부했다. ‘단평(短評)’이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상 사설로 받아들여진다. 해외판에는 실리지 않은 이 기사는 이날 인민일보 웹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에 올랐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웹사이트인 신화망 톱뉴스로 이 평론을 올려놨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민족주의를 조장해온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언론은 티벳시위와 관련한 서방언론의 보도태도와 미국-유럽 정치인들의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조목조목 비판했다.
서방 측이 중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소수민족독립을 부추기기 위한 반중국적 의도를 가지고 고의적으로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며 다분히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논조를 보였다.
그 동안 중국지도부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사회의 통합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민족주의를 적절히 사용해 왔다. 베이징올림픽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알리는 기회’로 삼고 올림픽을 중국 민족주의의 성대한 행사로 준비하고 있으며 지난 3월 발생한 티벳시위 사태도 중화민족의 단결을 해치는 폭력사태이자 올림픽을 방해하려는 책동으로 중국인들에게 인식시켰다.

◆‘민족주의’가 ‘화해세계’ 해치나 = 현재 중국지도부를 가장 걱정시키는 것은 중국의 민족주의가 베이징올림픽의 정신을 훼손시켜 올림픽의 성공개최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베이징올림픽의 공식 슬로건인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은 후진타오 체제의 대외정책 이념인 ‘화해(조화)세계’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평화롭고 조화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이바지 하겠다는 현 지도부의 외교이념을 올림픽을 통해 구현하고 평화와 조화를 추구하는 강대국의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계산이다. 선제공격과 예방전쟁을 통해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의 대비를 선명하게 하려는 속셈도 담겨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을 휩쓸고 있는 민족주의는 공격적이고 배타적으로 흐르고 있다. ‘평화’와 ‘조화’라는 이념과 어울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과열 민족주의’가 장기화될 경우, 베이징올림픽은 자칫 ‘평화’와 ‘조화’를 추구하는 중국이라는 이미지 대신에 서방 대 중국의 대립구도만 고착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관영 광명일보는 20일 “만약 민족주의 정서가 베이징올림픽에 개입하게 되면 우리가 주창해 왔던 인문올림픽과 화해올림픽의 이념을 훼손할 뿐 아니라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도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김왕수 기자 kw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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