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우유소비 치즈농장으로 돌파
“소비자 반응보면서 진행할 계획” … 대학원에서 소비자학도 연구
윤여임(51) 조란목장 대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남편 조규용(53)씨의 목장에 각종 비용이 상승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전업주부에서 목장 경영자로 변신했다.
윤 대표는 “외환위기 전까지 목장 일은 남편이 전적으로 맡고 있었지만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각종 비용이 상승해 이대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목장 일을 ‘농업경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게 그때부터였다”고 말했다.
윤 대표 부부는 목장 확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당시 빚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루 15시간 일하다 = 윤 대표 부부는 1999년 목장을 신축하고 소들을 새 축사로 옮겼다. 윤 대표는 축사를 새로 지으면서 소득과 비용 등을 꼼꼼히 계산하기 시작했다.
윤 대표는 “그 과정에서 우리 목장이 특별히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보통’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도 알았고 많은 부분에서 필요이상의 비용이 나가는 것도 알게 됐다”며 “잘 하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2배나 많은 우유를 생산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나쁘지 않은 환경에 안주해 적당히 만족하며 살아온 자신의 지난 삶을 반성했고, 억척으로 변했다.
윤 대표는 선진화된 목장에선 철저한 사양관리를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을 깨닫고 1백 수십마리에 달하는 젖소들의 생리를 모두 파악했다. 어떤 종자에서 어떤 젖소가 태어났는가를 기록했다. 매일 소의 상태를 점검하고 섬세하게 보살펴 나갔다.
윤 대표는 젖소마다 사료를 달리 줄 정도로 일대일 맞춤관리를 시작했다. 그는 사료를 줄 때마다 사료조에 있는 스탄치온이라고 하는 잠금장치에 소를 묶어두는 일을 하루에 다섯 번씩 반복했다. 사료 주는 데만 하루 다섯 시간 이상 소요됐다. 윤 대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힘이 약한 소는 제대로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고생은 생각보다 심했다. 아침에 눈꼽만 떼고 일어나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일했다. 하루 15시간씩 아이들이 어떻게 밥을 먹고 학교에 다니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목장 일에 몰두했다. 그는 “너무 힘들어 왜 이 일을 한다고 했을까 후회한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날 그놈이 그놈같던 젖소들이 이름표가 없어도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마치 내가 아이를 낳아 기르던 때와 비슷하게 변한 것”이라며 “착유작업을 할 때는 젖소가 굉장히 예민해져 섬세하게 작업해야 하는데 여성에게 잘 맞는 일”이라고 말했다.
◆매출 5억원, 소득 1억5000만원 = 고생스러운 세월을 견딜 수 있게 해준 것은 목장 일을 허술하게 해 온 지난 세월에 대한 반성과 앞날에 대한 희망이었다.
윤 대표가 목장 일에 뛰어든지 1년 6개월 정도 지나면서 조란목장의 생산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는 “젖소 한 마리당 20kg 정도의 우유를 생산하는 수준이었는데 1년반만에 마리당 36kg 수준으로 향상됐다”고 말했다. 고생 끝에 얻은 성취감은 말할 수 없이 컸다.
현재 조란목장에선 120두의 젖소가 하루 1550kg의 우유를 생산한다. 지난해엔 약 5억원의 매출을 올려 1억5000만원 가까운 순소득을 올렸다.
윤 대표는 늘어난 소득에 안주하지 않는다. 안주할 수도 없다.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에 위치한 목장의 옆에는 다국적 기업을 포함한 제조업체들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국민들의 우유 소비량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경영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런 문제를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올해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소비자학을 공부하고 있다. 윤 대표는 “목장 일과 집안 일에 더해 대학원 공부까지 3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야 하지만 새로운 공부를 통해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겠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우유소비 시장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소비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치즈체험농장을 구상하고 있다. 물론 소비자의 반응을 보면서 추진할 것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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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반응보면서 진행할 계획” … 대학원에서 소비자학도 연구
윤여임(51) 조란목장 대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남편 조규용(53)씨의 목장에 각종 비용이 상승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전업주부에서 목장 경영자로 변신했다.
윤 대표는 “외환위기 전까지 목장 일은 남편이 전적으로 맡고 있었지만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각종 비용이 상승해 이대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목장 일을 ‘농업경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게 그때부터였다”고 말했다.
윤 대표 부부는 목장 확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당시 빚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루 15시간 일하다 = 윤 대표 부부는 1999년 목장을 신축하고 소들을 새 축사로 옮겼다. 윤 대표는 축사를 새로 지으면서 소득과 비용 등을 꼼꼼히 계산하기 시작했다.
윤 대표는 “그 과정에서 우리 목장이 특별히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보통’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도 알았고 많은 부분에서 필요이상의 비용이 나가는 것도 알게 됐다”며 “잘 하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2배나 많은 우유를 생산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나쁘지 않은 환경에 안주해 적당히 만족하며 살아온 자신의 지난 삶을 반성했고, 억척으로 변했다.
윤 대표는 선진화된 목장에선 철저한 사양관리를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을 깨닫고 1백 수십마리에 달하는 젖소들의 생리를 모두 파악했다. 어떤 종자에서 어떤 젖소가 태어났는가를 기록했다. 매일 소의 상태를 점검하고 섬세하게 보살펴 나갔다.
윤 대표는 젖소마다 사료를 달리 줄 정도로 일대일 맞춤관리를 시작했다. 그는 사료를 줄 때마다 사료조에 있는 스탄치온이라고 하는 잠금장치에 소를 묶어두는 일을 하루에 다섯 번씩 반복했다. 사료 주는 데만 하루 다섯 시간 이상 소요됐다. 윤 대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힘이 약한 소는 제대로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고생은 생각보다 심했다. 아침에 눈꼽만 떼고 일어나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일했다. 하루 15시간씩 아이들이 어떻게 밥을 먹고 학교에 다니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목장 일에 몰두했다. 그는 “너무 힘들어 왜 이 일을 한다고 했을까 후회한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날 그놈이 그놈같던 젖소들이 이름표가 없어도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마치 내가 아이를 낳아 기르던 때와 비슷하게 변한 것”이라며 “착유작업을 할 때는 젖소가 굉장히 예민해져 섬세하게 작업해야 하는데 여성에게 잘 맞는 일”이라고 말했다.
◆매출 5억원, 소득 1억5000만원 = 고생스러운 세월을 견딜 수 있게 해준 것은 목장 일을 허술하게 해 온 지난 세월에 대한 반성과 앞날에 대한 희망이었다.
윤 대표가 목장 일에 뛰어든지 1년 6개월 정도 지나면서 조란목장의 생산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는 “젖소 한 마리당 20kg 정도의 우유를 생산하는 수준이었는데 1년반만에 마리당 36kg 수준으로 향상됐다”고 말했다. 고생 끝에 얻은 성취감은 말할 수 없이 컸다.
현재 조란목장에선 120두의 젖소가 하루 1550kg의 우유를 생산한다. 지난해엔 약 5억원의 매출을 올려 1억5000만원 가까운 순소득을 올렸다.
윤 대표는 늘어난 소득에 안주하지 않는다. 안주할 수도 없다.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에 위치한 목장의 옆에는 다국적 기업을 포함한 제조업체들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국민들의 우유 소비량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경영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런 문제를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올해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소비자학을 공부하고 있다. 윤 대표는 “목장 일과 집안 일에 더해 대학원 공부까지 3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야 하지만 새로운 공부를 통해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겠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우유소비 시장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소비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치즈체험농장을 구상하고 있다. 물론 소비자의 반응을 보면서 추진할 것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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