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분위기 박 진 상대적 강세
아직 선거관심 미지근 … “박진에 호감” 속 일부 “여당 견제 필요”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던진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 박 진 한나라당 의원이 나란히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가진 20일 오후. 야당 대표와 여당 재선의원의 격돌이 이뤄지는 정치 1번지이지만 지역구민들의 선거열기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골목골목에서 만난 주민들은 “아직 생각을 안해봤다”며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 많았다.
하지만 좀더 파고들어 질문을 던지면 오랜 기간 바닥을 다져온 박 의원에 대한 호감이 넓게 나타났다. 와룡동 창덕궁과 훈정동 종묘를 잇는 종축을 중심으로 서쪽은 한나라당 강세, 동쪽은 민주당 성향이 짙다는 게 두 후보측 선거캠프의 설명이지만 서쪽의 옥인동 평창동이나 동쪽의 창신2동·3동 모두 “이번엔 박진이 유리할 것”이란 이야기가 많았다.
통인시장 뒤편 주택가가 밀집한 옥인동 한복판에서 마주친 주부 박 모씨(32)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이라며 망설인 끝에 “박 진씨가 여기서 두 번인가 해서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손 대표에 대해선 “한나라당에서 나온 사람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32년째 이 동네에 살고 있다는 권 모씨(63·세탁소 운영)는 “박 진을 어제 봤는데 괜찮더라. 손학규는 바빠서 그런가 얼굴을 못봤다”고 했다. 6년간 지역구를 관리해 온 박 의원이 연일 바닥을 돌며 전력투구하는 모습이 평가를 받는 듯 했다. 손 대표는 당 공천작업이 끝나지 않은 데다 당 대표로서 당의 여러 행사를 챙겨야 하는 탓에 새벽 6시30분부터 2시간 남짓 지역구를 찾는 게 전부다. 권씨는 “박 진은 큰 사고를 치거나 말실수도 한 게 없고 손학규는 깨끗하고 정치를 잘하지만 한나라당에서 나온 게 문제”라고 말을 이었다.
근처 과일가게에 모여 앉은 50~60대 여성들 사이에선 “손학규는 한자리에서 계속 했어야지 한나라를 나와서 싫다” “정치하는 사람 중에 왔다갔다 안한 사람이 어디있냐”는 갑론을박이 오가기도 했지만 “박 진이 이곳에 오래 있던 사람이고, 젊은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가게 주인의 말이 분위기를 정리했다.
‘종로의 강남’이라 불리는 평창동 구기동쪽은 한나라 지지성향이 상당했다. 평창동에 사는 송기성씨(69)는 “이 일대는 한나라당이 운동을 안해도 80% 가까이 몰표가 나온 곳이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박은진씨(43·여)는 “한나라당이 센 건 사실이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별 차이가 안보인다”고 했다. 박씨는 “인물을 놓고 보면 장단점이 다 있지만 손학규가 조금 낫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박 의원이 유리할 것”이란 지역민들의 반응은 창신시장이 있는 창신 2동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시장 윗편 두산아파트 앞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찬길씨(43)는 “창신동 일대는 재개발 촉진지구라 박 진에게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박 의원과 함께 촉진지구로 만든 만큼 여당의원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김씨는 “손학규씨가 야당대표이긴 하지만 지역개발엔 한계가 있지 않겠냐”고 했다.
손 대표의 당적변경을 문제삼는 모습은 이곳에서도 발견됐다. 올초 이사를 왔다는 회사원 윤상덕씨(32)는 “박 진은 잘 모르는 데 손학규는 당을 바꿔 마음에 안든다”고 말했다.
창신1~3동은 종로 전체 유권자 13만4000여명 가운데 2만2200여명이 모여 사는 인구밀집지로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곳이다. 평창동(1만5000여명)보다 7000명 이상이 많다. 하지만 시장상인들은 “시민아파트가 헐리고 쌍용, 두산 아파트가 들어오면서 창신 2동만 해도 민주당 성향 주민들이 3분의 1은 떠나고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인구변동도 박 의원에게 유리한 요소가 될 것이란 설명이 보태졌다.
하지만 “당장 눈에 띄는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민주당 지지세가 여전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용한씨(45)는 “이곳은 가내형 봉제공장과 서민층이 많은 동네라 오래 거주한 사람 중에 민주당 당세가 여전히 강한 곳”이라면서 “박 진이 지역을 다졌지만 손학규의 지명도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씨는 “말이 정치1번지지 얼마나 낙후된 곳이냐”며 “손학규가 갑자기 오긴 했지만 총선은 조직선거라 그 힘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견제론에 동의하는 의견도 있었다. 창신3동에 산다는 개인택시 사업자 송재만씨(69)는 “언제나 여야간 균형이 중요하고 이번엔 더 그렇다”면서 “인물로 봐도 손학규가 더 나을 것 같다”고 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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