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경제 : 서브프라임 사태가 주는 교훈
회사는 망해도 보너스는 받아간다
금융기관 임직원의 과도한 인센티브 문제
‘당장 돈 버는 것이 장땡’ … 사고나면 나 몰라라
(표 있음 : 서브프라임 손실 상위 금융기관 CEO 연봉-3단)
최근 ‘신의 직장’이라는 불리는 한국의 금융공기업들이 지나치게 높은 보수와 복지혜택으로 집중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사실 금융계의 고액연봉은 어제오늘의 일도, 한국만의 일도 아니다. 일반 회사라면 높은 보수를 받는 만큼 높은 수익률을 올리면 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미국발 서브프라임(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금융기관의 고액 연봉과 인센티브 체계는 해당 기관의 생산성 문제만으로 그치지 않는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오히려 과도한 인센티브가 눈앞의 고수익만을 좇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생산성보다 보수체계 증가속도 빨라 =
합리적인 보수체계는 장기적인 기업가치의 창출에 근본적인 요소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원의 보수는 지난 20년동안 회사의 생산성보다 훨씬 가파르게 늘어났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최고액 연봉을 받는 회사를 추출, 확인한 결과 전년대비 임원 연봉은 20.5%가 늘어나는 사이 이 회사의 매출은 2.8%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일반 근로자 임금은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한 경제를 위한 연합’ 집계에 따르면 2006년 현재 미국 대형회사 CEO의 평균 연봉은 1080만달러(108억원)으로 평균 근로자 임금의 364배에 달한다. S&P 500에 올라있는 500개 대형사 임원 연봉은 이보다 더 높은 평균 1420만달러다.
기업임원 보수체계 전문회사인 에퀼라(Equilar)는 “기업들은 갈수록 회계목표 등 명시적인 지표와 연동된 보수체계를 줄이고 대신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비밀 인센티브 비중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2007년의 경우 성과연동 보너스는 94만9249달러에서 77만2717달러로 18.6%가 줄어들었지만 비공개보수 상승 등으로 CEO의 보수총계 평균은 오히려 139만달러에서 141만달러로 1.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무리한 보수체계의 결과는 때때로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금융기관의 그러한데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 때 여실히 증명됐다.
◆“회사는 망해도 보너스는 받아간다” =
블룸버그 통신 집계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서브프라임 투자로 인해 251억달러(25조1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2008년 예산의 10분의 1에 달하는 돈을 투자금으로 날린 것이다. 그런데도 이 회사 CEO인 스탠리 오닐은 1년 동안 2431만달러(약 243억원)를 연봉으로 받아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공식결과가 그렇다. ‘미국 노동 총연맹 산업별 회의’(AFL-CIO·미국노총)이 스톡옵션 등을 토대로 별도 집계한 바로는 전체 보수액이 2829만달러에 달했다.
다른 대규모 손실 금융기관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23조9000억원의 손실을 본 씨티그룹의 찰스 프린스 회장은 151억원 상당을, 11조7000억원을 까먹은 모건 스탠리의 존 마크 CEO는 160억원을 연봉으로 받아갔다.
압권은 베어스턴스의 경우다.
이 회사는 부동산 관련 부실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신호탄이었으며 결국 사실상 청산됐다. 2007년 1월 시가총액이 200억달러에 달했던 베어스턴스는 지난 3월 고작 2억3600만달러에 JP모건 체이스로 인수가 결정됐다. 회사가 무너질 만큼 위험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한 결과였다.
하지만 미국노총은 이 회사 CEO였던 제임스 케인이 2006년 한해 월급과 보너스 등으로 받은 보수총액이 4000만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케인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7년 이 회사가 “회사의 세후이익 기준으로 임원 보너스를 결정한다”는 새 제도를 도입하면서 케인은 인센티브를 한 푼도 받지 못했지만 주식 권리행사를 통해 1030만달러를 챙겨갔다. 회사가 JP모건으로 넘어가는 와중에 종업원·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인수가격이 주당 2달러에서 10달러로 오른 사이 케인은 자신이 보유한 지분 5.82%를 행사, 6130만달러의 이익을 올렸다. 회사는 망해도 보너스는 챙겨간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영란은행 총재 “과도한 인센티브 막는데 임기 쏟겠다” =
지난 29일 5년 임기를 재신임받은 머빈 킹 영란은행(BOE: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금융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데 임기를 사용할 것”이라며 “현재 은행들의 과도한 보수체계는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젊은이들로 하여금 지금과 같은 과도한 보수체계가 덜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킹 총재는 씨티은행을 직접 지목하기도 했다. 미국도 감독당국이 금융회사의 인센티브 체계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감독당국만의 의지로 되는 일은 아니다. 느슨한 법체계와 복잡한 규제로 인해 빠져나갈 구멍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은행(SG)에 49억유로(약 7조7386억원)의 금융사기 손실을 입혔던 제롬 케르비엘이 석방됐다. 3월 18일 파리 법원은 케르비엘의 금융사기 행위에서 공모의 증거와 개인적 이익을 노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법원 결정은 상식에 반한다. 케르비엘이 자신에게 허락되지도 않은 선물거래를 막대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투자한 것은 이익이 날 경우 엄청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케르비엘측 변호사조차 “석방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법원 결정에 놀랐다”고 말할 정도였다.
가장 효율적인 감시수단은 주주들이 움직이는 것이다.
한 국내 증권사 간부는 “잘못 설계된 ELS를 고객들에게 판매한 뒤 손실이 터져나오기 시작하는데 정작 상품을 만들고 판매했던 직원들은 상여금을 받고 회사를 떠난 뒤여서 책임을 묻기조차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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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망해도 보너스는 받아간다
금융기관 임직원의 과도한 인센티브 문제
‘당장 돈 버는 것이 장땡’ … 사고나면 나 몰라라
(표 있음 : 서브프라임 손실 상위 금융기관 CEO 연봉-3단)
최근 ‘신의 직장’이라는 불리는 한국의 금융공기업들이 지나치게 높은 보수와 복지혜택으로 집중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사실 금융계의 고액연봉은 어제오늘의 일도, 한국만의 일도 아니다. 일반 회사라면 높은 보수를 받는 만큼 높은 수익률을 올리면 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미국발 서브프라임(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금융기관의 고액 연봉과 인센티브 체계는 해당 기관의 생산성 문제만으로 그치지 않는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오히려 과도한 인센티브가 눈앞의 고수익만을 좇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생산성보다 보수체계 증가속도 빨라 =
합리적인 보수체계는 장기적인 기업가치의 창출에 근본적인 요소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원의 보수는 지난 20년동안 회사의 생산성보다 훨씬 가파르게 늘어났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최고액 연봉을 받는 회사를 추출, 확인한 결과 전년대비 임원 연봉은 20.5%가 늘어나는 사이 이 회사의 매출은 2.8%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일반 근로자 임금은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한 경제를 위한 연합’ 집계에 따르면 2006년 현재 미국 대형회사 CEO의 평균 연봉은 1080만달러(108억원)으로 평균 근로자 임금의 364배에 달한다. S&P 500에 올라있는 500개 대형사 임원 연봉은 이보다 더 높은 평균 1420만달러다.
기업임원 보수체계 전문회사인 에퀼라(Equilar)는 “기업들은 갈수록 회계목표 등 명시적인 지표와 연동된 보수체계를 줄이고 대신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비밀 인센티브 비중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2007년의 경우 성과연동 보너스는 94만9249달러에서 77만2717달러로 18.6%가 줄어들었지만 비공개보수 상승 등으로 CEO의 보수총계 평균은 오히려 139만달러에서 141만달러로 1.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무리한 보수체계의 결과는 때때로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금융기관의 그러한데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 때 여실히 증명됐다.
◆“회사는 망해도 보너스는 받아간다” =
블룸버그 통신 집계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서브프라임 투자로 인해 251억달러(25조1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2008년 예산의 10분의 1에 달하는 돈을 투자금으로 날린 것이다. 그런데도 이 회사 CEO인 스탠리 오닐은 1년 동안 2431만달러(약 243억원)를 연봉으로 받아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공식결과가 그렇다. ‘미국 노동 총연맹 산업별 회의’(AFL-CIO·미국노총)이 스톡옵션 등을 토대로 별도 집계한 바로는 전체 보수액이 2829만달러에 달했다.
다른 대규모 손실 금융기관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23조9000억원의 손실을 본 씨티그룹의 찰스 프린스 회장은 151억원 상당을, 11조7000억원을 까먹은 모건 스탠리의 존 마크 CEO는 160억원을 연봉으로 받아갔다.
압권은 베어스턴스의 경우다.
이 회사는 부동산 관련 부실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신호탄이었으며 결국 사실상 청산됐다. 2007년 1월 시가총액이 200억달러에 달했던 베어스턴스는 지난 3월 고작 2억3600만달러에 JP모건 체이스로 인수가 결정됐다. 회사가 무너질 만큼 위험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한 결과였다.
하지만 미국노총은 이 회사 CEO였던 제임스 케인이 2006년 한해 월급과 보너스 등으로 받은 보수총액이 4000만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케인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7년 이 회사가 “회사의 세후이익 기준으로 임원 보너스를 결정한다”는 새 제도를 도입하면서 케인은 인센티브를 한 푼도 받지 못했지만 주식 권리행사를 통해 1030만달러를 챙겨갔다. 회사가 JP모건으로 넘어가는 와중에 종업원·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인수가격이 주당 2달러에서 10달러로 오른 사이 케인은 자신이 보유한 지분 5.82%를 행사, 6130만달러의 이익을 올렸다. 회사는 망해도 보너스는 챙겨간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영란은행 총재 “과도한 인센티브 막는데 임기 쏟겠다” =
지난 29일 5년 임기를 재신임받은 머빈 킹 영란은행(BOE: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금융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데 임기를 사용할 것”이라며 “현재 은행들의 과도한 보수체계는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젊은이들로 하여금 지금과 같은 과도한 보수체계가 덜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킹 총재는 씨티은행을 직접 지목하기도 했다. 미국도 감독당국이 금융회사의 인센티브 체계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감독당국만의 의지로 되는 일은 아니다. 느슨한 법체계와 복잡한 규제로 인해 빠져나갈 구멍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은행(SG)에 49억유로(약 7조7386억원)의 금융사기 손실을 입혔던 제롬 케르비엘이 석방됐다. 3월 18일 파리 법원은 케르비엘의 금융사기 행위에서 공모의 증거와 개인적 이익을 노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법원 결정은 상식에 반한다. 케르비엘이 자신에게 허락되지도 않은 선물거래를 막대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투자한 것은 이익이 날 경우 엄청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케르비엘측 변호사조차 “석방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법원 결정에 놀랐다”고 말할 정도였다.
가장 효율적인 감시수단은 주주들이 움직이는 것이다.
한 국내 증권사 간부는 “잘못 설계된 ELS를 고객들에게 판매한 뒤 손실이 터져나오기 시작하는데 정작 상품을 만들고 판매했던 직원들은 상여금을 받고 회사를 떠난 뒤여서 책임을 묻기조차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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