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밀집지역 범죄 노출빈도 높아 … 방과후 어린이 보호대책 절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느라 오후 내내 혼자 지내는 유 모(11·안양8동)군은 학교가 끝나면 집에 돌아와 빈둥거리거나 옆집 친구와 함께 길거리를 돌아다닌다. 학원에 가고 싶지만 엄마는 “돈이 없다”며 보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유군은 인근 공부방에 다녔지만 가난한 집 아이라는 열등감 때문에 한달만에 그만뒀다. 유군은 “밖에 나가 뛰어놀고 싶지만 학교를 제외하고는 놀 만한 곳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안양시는 평촌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도시로 인식된다. 하지만 혜진이와 예슬이가 살았던 안양8동은 상황이 다르다. 좁은 골목에 가파른 길이 엉켜있는 ‘달동네’를 연상케 한다. 두 어린이를 살해한 범인 정성현(39)씨의 집도 45도 이상의 가파른 계단을 따라 5m 가량 올라가야 하는 험한 곳이다.
평촌 등 상대적으로 아파트가 밀집한 부유한 동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가기 바쁘다. 하지만 안양8동 아이들 대부분은 학교를 마치면 그냥 집에 있거나 친구 집에 가서 논다.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부모가 일하느라 바빠 아이들을 보살필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곳은 청소년들이 이용할 만한 시설이 한참 부족하다. 어린이들이 뛰어놀만한 변변한 공간도 없다. 지역 주민 박 모(여·39)씨는 “어린이 놀이터는 물론 쌈지공원도 없는 곳은 여기 뿐일 것”이라며 “어린이를 위한 열린 공간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인근에 있는 ‘경기도 가축위생시험소’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행정기관은 감감무소식이다.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방과후 시설도 마찬가지다. 안양시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공부방은 모두 28곳. 하지만 안양8동은 예외다.
민간이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 1곳이 있을 뿐이다. 다른 동네는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에 공부방이 들어서 있지만 이곳은 예외다. 문현중 안양8동장은 “20여년 전 건립된 동사무소 건물이 낡고 협소해 공부방을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양시 예산을 받아 유일하게 운영중인 민간 지역아동센터도 현재 30여명의 청소년이 정원이다. 영림교회에서 운영하는 ‘영림 지역아동센터’는 14년째 운영돼 온 공부방이다. 지역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이용할 필요가 있는 청소년들은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전혜영 원장은 “무료로 이용하는 시설인데도 부모들이 무관심한 경우가 많아 80~90% 정도의 아이들이 그만둔다”며 “몇년 동안 꾸준히 이용하면 교육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는데도 부모들이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범죄는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에서 많이 발생한다.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은 CCTV도 많이 설치돼 있고 민간경비업체가 경비를 서는 경우가 많아 범죄예방이 상대적으로 잘된다. 하지만 저소득층 거주 지역은 어두운 곳이 많고 방범망이 취약해 범죄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다.
대표적인 예가 경기도 성남이다.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성남시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분당구는 지난해 3388건의 5대 강력범죄가 발생했다. 반면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정·중원구의 5대 범죄 발생건수는 7996건으로 2배 가량 많다. 분당구와 수정·중원구는 인구수가 비슷하다.
경찰대 이웅혁 교수는 “범죄예방정책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게 사회복지정책”이라며 “방과 후 학원을 가지 못하는 형편인 어린이들에게는 사회복지시설과 프로그램을 늘리는 게 방과 후 어린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상선 선상원 기자 ss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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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맞벌이를 하느라 오후 내내 혼자 지내는 유 모(11·안양8동)군은 학교가 끝나면 집에 돌아와 빈둥거리거나 옆집 친구와 함께 길거리를 돌아다닌다. 학원에 가고 싶지만 엄마는 “돈이 없다”며 보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유군은 인근 공부방에 다녔지만 가난한 집 아이라는 열등감 때문에 한달만에 그만뒀다. 유군은 “밖에 나가 뛰어놀고 싶지만 학교를 제외하고는 놀 만한 곳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안양시는 평촌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도시로 인식된다. 하지만 혜진이와 예슬이가 살았던 안양8동은 상황이 다르다. 좁은 골목에 가파른 길이 엉켜있는 ‘달동네’를 연상케 한다. 두 어린이를 살해한 범인 정성현(39)씨의 집도 45도 이상의 가파른 계단을 따라 5m 가량 올라가야 하는 험한 곳이다.
평촌 등 상대적으로 아파트가 밀집한 부유한 동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가기 바쁘다. 하지만 안양8동 아이들 대부분은 학교를 마치면 그냥 집에 있거나 친구 집에 가서 논다.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부모가 일하느라 바빠 아이들을 보살필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곳은 청소년들이 이용할 만한 시설이 한참 부족하다. 어린이들이 뛰어놀만한 변변한 공간도 없다. 지역 주민 박 모(여·39)씨는 “어린이 놀이터는 물론 쌈지공원도 없는 곳은 여기 뿐일 것”이라며 “어린이를 위한 열린 공간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인근에 있는 ‘경기도 가축위생시험소’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행정기관은 감감무소식이다.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방과후 시설도 마찬가지다. 안양시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공부방은 모두 28곳. 하지만 안양8동은 예외다.
민간이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 1곳이 있을 뿐이다. 다른 동네는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에 공부방이 들어서 있지만 이곳은 예외다. 문현중 안양8동장은 “20여년 전 건립된 동사무소 건물이 낡고 협소해 공부방을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양시 예산을 받아 유일하게 운영중인 민간 지역아동센터도 현재 30여명의 청소년이 정원이다. 영림교회에서 운영하는 ‘영림 지역아동센터’는 14년째 운영돼 온 공부방이다. 지역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이용할 필요가 있는 청소년들은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전혜영 원장은 “무료로 이용하는 시설인데도 부모들이 무관심한 경우가 많아 80~90% 정도의 아이들이 그만둔다”며 “몇년 동안 꾸준히 이용하면 교육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는데도 부모들이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범죄는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에서 많이 발생한다.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은 CCTV도 많이 설치돼 있고 민간경비업체가 경비를 서는 경우가 많아 범죄예방이 상대적으로 잘된다. 하지만 저소득층 거주 지역은 어두운 곳이 많고 방범망이 취약해 범죄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다.
대표적인 예가 경기도 성남이다.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성남시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분당구는 지난해 3388건의 5대 강력범죄가 발생했다. 반면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정·중원구의 5대 범죄 발생건수는 7996건으로 2배 가량 많다. 분당구와 수정·중원구는 인구수가 비슷하다.
경찰대 이웅혁 교수는 “범죄예방정책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게 사회복지정책”이라며 “방과 후 학원을 가지 못하는 형편인 어린이들에게는 사회복지시설과 프로그램을 늘리는 게 방과 후 어린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상선 선상원 기자 ss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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