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모두 분열 … 소계보 쟁투와 무소속 선전
12일 앞으로 다가온 4·9총선이 정당보다는 인물중심 구도로 짜여지고 있다. 공급자인 여야 정당들은 안정론과 견제론을 제시하고 있지만 수요자인 유권자들은 후보 개인에 주목한다. 서울 노원병이 대표적 사례다.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는 40% 안팎이고 민노당은 4%안팎이지만 홍정욱 후보(한나라당)와 노회찬 후보(민주노동당)는 접전 중이다. 문국현 후보(창조한국당)가 이재오 후보(한나라당)를 앞서는 것으로 나오는 은평을도 마찬가지 경우다.
전문가들은 “‘내가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가 지지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 총선에서 보기 어려웠던 트렌드다.
◆유권자 관심서 밀려난 ‘정당’ =
역대 총선에선 유권자가 후보의 소속 정당을 중요하게 여겼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실장은 “과거엔 유권자 70% 이상이 정당을 투표기준으로 삼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인물이 더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조직으로서의 정당이 유권자의 관심권에서 비껴나 있다는 이야기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보수도 진보도 분열했다”는 점을 이유로 꼽으면서 “이것도 하나의 트렌드”라고 했다. 보수는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및 무소속으로 갈라졌고 진보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분화 속에 총선을 맞았다.
이러다보니 각 정당 지지층의 결속력도 예전만 못하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던 수도권·40대·화이트칼라층이 부동층으로 몸을 빼면서 민주당을 선택하지도 않는 현상이 눈에 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귀영 실장은 “한나라당이 지지율 40%대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지난 대선의 ‘노무현 심판’ 요소가 사라지면서 결집력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안부근 디오피니언 소장은 “민주당 역시 인물이 없고,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공천결과가 새로운 인물 제시보다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연장선상으로 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슈·성격 모호한 선거” =
인물구도의 부상은 현역프리미엄으로 이어진다.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인지도가 높고 조직기반이 탄탄한 현역의원들이 정치신인들을 앞서고 있다. 전국적인 쟁점과 이슈가 떠올라 정당간 정체성 차이가 확연해져야 신인들이 ‘바람’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나라당에 가까운 한 원로정치인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천으로 인한 내부갈등에 매몰돼 전국적 혹은 정책적 쟁점을 부각시키지 못했다”면서 “유권자 입장에선 정당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선택의 기준이 마땅치 않은 선거”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특별한 개념과 성격이 모호한 선거란 점이 또다른 트렌드란 의견도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87년 체제가 마감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초입단계인데도 이번 선거를 규정할만한 성격이 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경제리더나 새 비전을 가진 세대가 전면에 드러나지도 않고 ‘3김 극복’같은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지도 않아 조직력과 인지도를 갖춘 사람들이 유리해지는 퇴행적 경향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총선 코앞 소계보 갈등은 이례적” =
소계보정치가 활개를 띠면서 정부 출범 한달도 안돼 여권 내 권력갈등이 벌어지는 것도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정치컨설팅업체 포스의 이경헌 대표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여당에서 총선 뒤 권력재편 구도를 겨냥한 소계파간 투쟁이 노골화한 것도 새로운 현상”이라며 “친박 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하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친이명박계, 친박근혜계 간 공천갈등에 친이명박계 내부의 이상득·이재오·강재섭계 등이 겹치며 파열음을 냈고 탈당한 친박측 인사들이 영남권에 도전장을 내면서 무소속 바람이 생겨났다. 민주당에서도 박지원 강운태 등 공천탈락자들이 호남권에서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민주당 후보들을 위협하고 있다.
김형준 교수는 “영호남에서 무소속 약진도 새로운 트렌드로 볼만한 현상”이라면서 “한나라당의 경우 당선된 무소속의 복당문제로 신주류와 구주류가 충돌하면 당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상범 백왕순 기자 wsp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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