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패커드 은퇴자들 퇴직 후 ‘무보수’ 근무

지역내일 2008-03-31
평생직장에 대한 애정 “나는 HP와 결혼했다”
고객접촉마케팅 효과 탁월, 4만명 모집 계획

은퇴 후 전 직장에서 돈한푼 받지 않고 일하라고 한다면 그럴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국 휴렛패커드(HP)에서는 이 같은 은퇴자들이 수천명에 달한다. 평생직장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프랑스 시사주간 ‘쿠리에엥떼르나시오날’이 27일 보도했다.
미국 휴렛패커드(HP)의 전 판매책임자였던 62세의 존 토펠은 매주 토요일을 전자제품 매장에서 보내고 있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HP 노트북의 강점에 대해 소개하는 게 그의 ‘일’이다. 그는 4년 전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그 역시 수천명의 은퇴직원들과 함께 다시 HP로 돌아왔다. 전 CEO를 주축으로 판매 홍보대사 ‘부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HP로 돌아온 은퇴자들 중 누구도 수당을 받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들이 평생 몸담았던 “기업에 대한 애정으로 일할 뿐”이라고 말한다. 토펠은 “나는 두개의 결혼생활을 동시에 유지하고 있다. 하나는 36년간 생을 함께한 아내와의 결혼이고 나머지 하나는 그만큼이나 멋진 HP와의 결혼생활이다”라고 말했다. 또 “나는 HP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휴렛패커드의 사례는 실리콘밸리 기업들 중에서도 지극히 예외적이다. 이직률이 20%를 훨씬 웃도는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에 대한 충성도는 ‘낡은 양복’만큼이나 찾아볼 수 없다. 이곳에서 직장인들은 초고속 인터넷 속도로 회사를 바꾸고 최신 기술과 스톡옵션을 높일 기회만 찾고 있다.
하지만 1938년 실리콘밸리가 태어나기도 전 설립된 HP의 상황은 좀 다르다. HP에겐 수만명의 믿음직하고 충성심 강한 은퇴직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창립자인 윌리엄 휴렛과 데이빗 패커드와 함께 자주 커피를 마시곤 했으며 패커드의 부인 루시가 자신들의 아이가 태어나면 요람 이불을 선물했다고 얘기하며 마치 가족에게와 같은 충성심을 표현한다.
HP는 고객과의 접촉을 판매의 기본정책으로 삼고 신생 경쟁업체들이 갖지 못한 고령 은퇴자들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한다.
마이클 멘덴홀 마케팅 총책임자는 기술·디자인 경쟁이 치열한 현재 상황에서 “입소문과 제 3자의 추천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직원들만큼 이 같은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이들은 없다”고 강조했다.
멘델홀은 최근 마크 허드 CEO와 함께 연례 HP은퇴자모임에 참석했다. 이들은 500명의 참석자와 인터넷을 통해 회의를 지켜보는 수백명의 은퇴자들을 향해 자발적으로 판매에 참여하거나 기업과 관련한 법률적 문제 해결을 담당하며 지역행사나 자선행사에 기업을 대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기업은 은퇴자 4만명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HP의 무보수 은퇴 근로자 모집 아이디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고령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의 컨설팅을 담당하는 ‘스마트실버스얼라이언스’의 수잔 에이어스 사장은 “휴렛패커드가 은퇴 직원들에게 대가를 지불한지 않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멘델홀 책임자는 “은퇴자들은 HP를 위해 일하면서 HP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얻는다”면서 “이는 귀중한 자산이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HP에서도 무보수 은퇴 후 근로 문화가 계속 이어지기는 어려울 듯하다. 현재 HP를 위해 자발적으로 일하는 은퇴자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이들은 90세가 넘는다. 실리콘 밸리를 세운 초기 세대들인 이들은 평생직장이 보장됐던 지난 시대의 산증인이다. 그러나 평생직장은 HP에서도 사라진 지 오래다. HP는 지난 5년간 3만명이 넘는 직원을 해고했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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