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관망뒤 조정 가능성 … 운신폭 좁아
5월 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월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률을 예상했던 4월 소비자물가가 4%대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경기둔화가 상당한 폭으로 예상된다고 4월 금통위 이후 발언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메시지는 5월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하지만 물가가 예상외로 큰폭 상승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8일 금리인하를 택할 지,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동결할 지 금통위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가안정 목표치 벗어난 지 오래 = 1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1%로 지난 2004년 8월 이후 3년8개월만에 기록하는 4%대다. 지난해 11월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 상한선인 3.5%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5개월째 목표치를 뛰어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한은 입장에선 오히려 금리를 올려도 시원찮을 만큼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준금리를 내려 시중에 돈이 풀리면 치솟는 물가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보름 남짓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여기에 최근 국내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할 정도로 높은 수준인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또 인하했다.
또 1000원대를 다시 넘어선 원달러 환율 역시 20%대 후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수입물가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한은으로서는 금리마저 내려 물가를 포기하면서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기부양에 동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상황은 악화 = 하지만 한은이 금리인하 카드를 완전히 포기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경기 부양에 사활을 건 정부부처를 외면한 채 한은이 ‘금리인하 절대불가’를 고수하기에는 경기상황이 무척 나쁘다는 점 때문이다. 경상수지는 넉달 연속 적자이고 경기선행·동행지수도 두달째 동반 하락했다. 수출과 광공업 생산, 소비자 판매액 등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망이 불투명하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물가상승 우려 때문에 금리인하에 엄격한 태도를 보였다. 경기 둔화의 큰 원인이 고유가, 고원자재가에 있는 까닭에 금리인하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물가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대내외 금리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판단이라면 금리인하를 더 이상 늦추기 힘들다.
◆금리조정 최적 시기는 언제일까 = 한은은 정책금리 조정의 최대 변수인 경기 및 물가지표가 상호 반대방향으로 치달으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점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 물가라도 진정돼야 금리를 낮출 수 있지만 최근 흐름은 시간이 갈수록 경기지표와 물가지표가 서로 경쟁하듯 동반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혀진 셈이다.
따라서 경제운용을 담당한 기획재정부가 난감한 지경에 처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은 역시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금융계에서는 한은이 경기와 물가 가운데 하나를 포기하고 나머지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은이 한달 정도 관망기를 더 가지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5월은 일단 금리를 동결한 후 경기와 물가흐름을 좀 더 지켜 볼 수 있지만 이 경우 선제적 통화정책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한은이 가장 염려하는 것도 바로 실기 우려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기 침체가 지속된다면 금리인하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8일 금통위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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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월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률을 예상했던 4월 소비자물가가 4%대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경기둔화가 상당한 폭으로 예상된다고 4월 금통위 이후 발언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메시지는 5월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하지만 물가가 예상외로 큰폭 상승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8일 금리인하를 택할 지,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동결할 지 금통위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가안정 목표치 벗어난 지 오래 = 1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1%로 지난 2004년 8월 이후 3년8개월만에 기록하는 4%대다. 지난해 11월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 상한선인 3.5%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5개월째 목표치를 뛰어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한은 입장에선 오히려 금리를 올려도 시원찮을 만큼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준금리를 내려 시중에 돈이 풀리면 치솟는 물가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보름 남짓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여기에 최근 국내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할 정도로 높은 수준인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또 인하했다.
또 1000원대를 다시 넘어선 원달러 환율 역시 20%대 후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수입물가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한은으로서는 금리마저 내려 물가를 포기하면서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기부양에 동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상황은 악화 = 하지만 한은이 금리인하 카드를 완전히 포기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경기 부양에 사활을 건 정부부처를 외면한 채 한은이 ‘금리인하 절대불가’를 고수하기에는 경기상황이 무척 나쁘다는 점 때문이다. 경상수지는 넉달 연속 적자이고 경기선행·동행지수도 두달째 동반 하락했다. 수출과 광공업 생산, 소비자 판매액 등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망이 불투명하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물가상승 우려 때문에 금리인하에 엄격한 태도를 보였다. 경기 둔화의 큰 원인이 고유가, 고원자재가에 있는 까닭에 금리인하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물가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대내외 금리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판단이라면 금리인하를 더 이상 늦추기 힘들다.
◆금리조정 최적 시기는 언제일까 = 한은은 정책금리 조정의 최대 변수인 경기 및 물가지표가 상호 반대방향으로 치달으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점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 물가라도 진정돼야 금리를 낮출 수 있지만 최근 흐름은 시간이 갈수록 경기지표와 물가지표가 서로 경쟁하듯 동반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혀진 셈이다.
따라서 경제운용을 담당한 기획재정부가 난감한 지경에 처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은 역시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금융계에서는 한은이 경기와 물가 가운데 하나를 포기하고 나머지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은이 한달 정도 관망기를 더 가지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5월은 일단 금리를 동결한 후 경기와 물가흐름을 좀 더 지켜 볼 수 있지만 이 경우 선제적 통화정책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한은이 가장 염려하는 것도 바로 실기 우려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기 침체가 지속된다면 금리인하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8일 금통위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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