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지역내일 2008-05-09
◎ 나리소, 바리소 (동강 12경 중 제 3경) -손닿지 않은 처녀지
산그늘마다 겨울을 버틴 진달래가 붉게 물들고 뜰 앞에 심은 명자나무가 속살을 붉히는 4월 무렵입니다. 밤마다 동강 주변을 서성이며 울어대던 부엉이가 잠잠해지고, 한 낮이면 하늘 높이 유영하는 솔개가 한가롭습니다. 세상은 온통 새로 시작하는 설레임에 분주하고 땅에 씨앗을 넣는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정선 조양강을 머리로 삼고 영월로 흘러 들어가는 동강 줄기는 운치리로 들어서면서부터 용트림을 시작합니다. 백운산을 크게 휘돌아 문희마을을 빠져나가는 동안 동강은 그 절경을 쉽게 지나치기가 아쉬운 듯 물길을 돌려 지체합니다. 산을 안고 마을을 보듬으면서 만들어 낸 소(沼)에는, 저마다 이무기가 살고 명주실이 한 타래나 풀리는 전설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아름다고 비밀스러운 곳이 바로 나리소와 바리소입니다. 나리소에서 소골 쪽으로 이어지는 바리소는 그 모양이 놋쇠로 만든 밥그릇인 바리와 닮았다고 해서 생겨진 이름입니다.
나리소와 바리소가 만들어 내는 동강의 곡선은 상식적인 물의 흐름으로는 가히 상상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마고할미가 한가로이 지필묵을 준비하고 막걸리 한 사발에 취한 흥을 고스란히 펼친 듯합니다. 동강을 따라 서울로 목재를 옮기던 사내들도 그 서슬 푸른 고요함에 손을 멈추고 남겨둔 처자를 머릿속에 떠올릴 만큼 나리소와 바리소는 빼어납니다. 금방이라도 사람을 끌어당겨 품을 듯 속 깊은 강물 위로 노를 저어 가다보면 분주한 세상쯤은 한순간에 잊어버릴 고요함이 있습니다. 옛사람들이 세상을 등지고 숨어들었음직한 빼어난 풍광은 온갖 풍상을 견뎌내고 아직도 건재합니다.
백운산 자락이 나리소로 가파르게 뚝 떨어지는 지점에 서있는 노송은 숱한 장마로 뿌리를 드러내고 있지만 여전히 성성한 그늘을 드리운 채 뻐꾸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봄 햇살이 잘게 부서지면 뼝대 끝에 까치발로 선 돌단풍이 하얗게 빛나는 나리소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난 장마에 떠내려 온 나무 위에 어느새 풀이 자라고 해바라기를 하는 자라의 등딱지 위로 햇살이 내리는 여름이면 나리소의 그늘은 더욱 짙어집니다.
1999년, 환경단체인 ''우이령보존회''와 ''동강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의 모임'', ''정선아리랑연구소'' 등이 1년간 동강유역을 답사하고 경관이 뛰어난 12 곳을 선정해 ‘동강 12경’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그 중 제 3경으로 선정된 나리소와 바리소는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운치와 덕천리 일대에 펼쳐져 있습니다. 동강을 지나 예미로 향하는 길가에서 마지막으로 바라 볼 수 있는 동강자락의 끝에 자리한 나리소는 그 절경으로 감탄이 절로 나지만 나그네의 발길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습니다. 가파른 주변 언덕이 나리소를 꽁꽁 가두어 눈으로만 바라 볼 수밖에 없지만 그것만으로도 만족할만한 곳입니다.
원시로부터 유수한 세월을 흘러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동강이 빚어낸 아름다운 물굽이 하나에 사람들은 나리소, 바리소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앞으로도 수 만 년의 세월이 흘러 물굽이가 변해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리소, 바리소의 풍광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처럼 원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곳은 동강 12경 중의 하나로 영원히 기억 될 것입니다. 이제 뻐꾸기 노래 소리가 수면에 파르르 떨릴 5월이 다가 옵니다.
동강담당 홍순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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