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 이름값으로 300억원 얹어
‘납득할 수 없는 가격’ 3200억원에도 재매입
외국계 싹쓸이 여의도 빌딩, ‘셋방살이’ 설움
한화증권이 무리수를 둬가며 2003년에 팔았던 사옥을 다시 사들였다. 이는 한화그룹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내다팔았던 건물들을 다시 사 모으는 ‘제자리 찾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한화증권 건물 인수전에서는 사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증권사들의 제집갖기 경쟁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한화증권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의 미묘한 이해관계까지 겹쳐 여의도에서의 부동산 대전을 예감케 했다.
16일 한화증권 컨소시엄은 코크렙제3호로부터 여의도 한화증권빌딩과 부속토지를 3201억원에 매수하고 한화증권은 1299억7300만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했다.
◆우리투자·대우증권 대 한화증권 = 한화증권은 2003년에 1382억원을 받고 사옥을 코크랩 3호에 팔아치웠다. 이때 한화증권은 향후 우선매입권을 갖기로 했다. 문제는 코크랩의 지분구조. 우선매입권을 가진 한화증권은 다른 매입희망자들이 제시한 가장 높은 가격으로 매입할 권리를 우선적으로 갖는 것이다. 한화증권이 포기하면 가장 높은 가격을 써 낸 매입희망자에게 낙찰된다.
이번엔 한화증권 외에도 S-Oil GE리얼에스테이트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이 참여했다. 한화증권빌딩 매도자인 코크랩3호에는 우리투자증권의 관계사인 우리증권과 대우증권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전체 자본금 680억원 중 각각 100억원과 70억원을 투자했다. 제 1, 2대 주주다. 대주주와 관련된 투자자들이 매입입찰에 참여했다. 참여 이유에 대해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가지고 있는 사옥이 좁다”고 말했고 대우증권은 “사옥을 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3200억원은 우리투자증권이 제시한 가격이었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매각가격을 높여 관계사나 모회사의 수익을 높이려고 한 상도의에서 벗어난 일”이라고 비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오해의 소지는 있지만 자통법을 앞두고 규모가 커지고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회사들도 ‘내집갖기’ = 외환위기, 카드대란 이후 경기침체국면이 이어지면서 한화증권뿐만 아니라 대우증권, SK증권, 동양증권 건물이 모두 팔렸고 이들 증권사와 함께 현재 하나IB증권, 유진증권, CJ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제 사옥없이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수천억원대의 수익을 올린 증권사들은 앞다퉈 사옥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지만 ‘납득할 수 없는 가격’엔 안 사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만큼 다급해 보이진 않는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3200억원은 개인적으로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고가에 사는 게 맞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대체투자담당 고위관계자는 “아무리 비싸도 2800~29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봤다”며 “그 이상이 되면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애초 실사결과 2600~2700억원 수준으로 한화증권 빌딩의 가치를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한화증권이 메이저로 참여하고 국민연금이 마이너가 되면 임대 등에 대해서도 발언권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투자를 철회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증권은 그러나 투자뿐만 아니라 사옥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한만큼 비싸도 살 명분이 있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실사결과 3200억원이 비싸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이치는 대우증권과 SK증권, 동양증권, 유진증권 빌딩을 싹쓸이 하고 있으며 GE리얼에스테이트는 브릿지증권, 에이치에스비 프로퍼티포인베스트먼트유동화전문회사는 하나증권 건물을 가지고 있다. 도이치는 장기투자자로 당분간 매물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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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할 수 없는 가격’ 3200억원에도 재매입
외국계 싹쓸이 여의도 빌딩, ‘셋방살이’ 설움
한화증권이 무리수를 둬가며 2003년에 팔았던 사옥을 다시 사들였다. 이는 한화그룹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내다팔았던 건물들을 다시 사 모으는 ‘제자리 찾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한화증권 건물 인수전에서는 사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증권사들의 제집갖기 경쟁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한화증권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의 미묘한 이해관계까지 겹쳐 여의도에서의 부동산 대전을 예감케 했다.
16일 한화증권 컨소시엄은 코크렙제3호로부터 여의도 한화증권빌딩과 부속토지를 3201억원에 매수하고 한화증권은 1299억7300만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했다.
◆우리투자·대우증권 대 한화증권 = 한화증권은 2003년에 1382억원을 받고 사옥을 코크랩 3호에 팔아치웠다. 이때 한화증권은 향후 우선매입권을 갖기로 했다. 문제는 코크랩의 지분구조. 우선매입권을 가진 한화증권은 다른 매입희망자들이 제시한 가장 높은 가격으로 매입할 권리를 우선적으로 갖는 것이다. 한화증권이 포기하면 가장 높은 가격을 써 낸 매입희망자에게 낙찰된다.
이번엔 한화증권 외에도 S-Oil GE리얼에스테이트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이 참여했다. 한화증권빌딩 매도자인 코크랩3호에는 우리투자증권의 관계사인 우리증권과 대우증권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전체 자본금 680억원 중 각각 100억원과 70억원을 투자했다. 제 1, 2대 주주다. 대주주와 관련된 투자자들이 매입입찰에 참여했다. 참여 이유에 대해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가지고 있는 사옥이 좁다”고 말했고 대우증권은 “사옥을 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3200억원은 우리투자증권이 제시한 가격이었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매각가격을 높여 관계사나 모회사의 수익을 높이려고 한 상도의에서 벗어난 일”이라고 비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오해의 소지는 있지만 자통법을 앞두고 규모가 커지고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회사들도 ‘내집갖기’ = 외환위기, 카드대란 이후 경기침체국면이 이어지면서 한화증권뿐만 아니라 대우증권, SK증권, 동양증권 건물이 모두 팔렸고 이들 증권사와 함께 현재 하나IB증권, 유진증권, CJ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제 사옥없이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수천억원대의 수익을 올린 증권사들은 앞다퉈 사옥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지만 ‘납득할 수 없는 가격’엔 안 사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만큼 다급해 보이진 않는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3200억원은 개인적으로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고가에 사는 게 맞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대체투자담당 고위관계자는 “아무리 비싸도 2800~29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봤다”며 “그 이상이 되면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애초 실사결과 2600~2700억원 수준으로 한화증권 빌딩의 가치를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한화증권이 메이저로 참여하고 국민연금이 마이너가 되면 임대 등에 대해서도 발언권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투자를 철회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증권은 그러나 투자뿐만 아니라 사옥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한만큼 비싸도 살 명분이 있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실사결과 3200억원이 비싸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이치는 대우증권과 SK증권, 동양증권, 유진증권 빌딩을 싹쓸이 하고 있으며 GE리얼에스테이트는 브릿지증권, 에이치에스비 프로퍼티포인베스트먼트유동화전문회사는 하나증권 건물을 가지고 있다. 도이치는 장기투자자로 당분간 매물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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