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이 보는 세계]CEO형 총리 베를루스코니

지역내일 2008-04-17
지난 주말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언론재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보수 ‘자유국민당’과 ‘북부연맹’이 상하 양원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 ‘악명 높은’ 베를루스코니가 14년 동안에 세번 집권하는 기록을 세운 것이 세계적 화제다.
베를루스코니는 1994~96, 2001~06 이미 두차례 집권했다. 집권 기간 중 탈세 수뢰 등 각종 스캔들로 세계적 ‘명사’의 반열에 오른 CEO 겸 정치지도자다. CEO 출신 정치지도자의 장점을 강조하고 싶어 하는 보수언론에서는 CEO로서의 능력이 베를루스코니를 총선에서 승리하게 만든 카드로 부각시키고 있는데 유럽 언론의 반응은 좀 다른 것 같다.
프랑스의 보수지 피가로도 “베를루스코니가 14년 전 처음 집권할 때는 이탈리아 국민이 사업에 성공한 새 인물이 불신받는 정치풍토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두차례의 집권을 통해 크게 실망했다. 그런데 그런 그가 72세의 나이에 젊게 보이는 얼굴 수술을 하고 다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겠다고 나타난 것은 이탈리아 정치체제가 마비돼 있음을 반영하는 징후”라고 논평했다.
중도 좌파의 르몽드는 ‘베를루스코니의 복귀’라는 사설에서 그가 집권 중에 국위를 선양한 것도 없고 경제 성적도 신통치 않았는데 그가 총선에서 승리한 것은 벨트로니가 이끄는 중도좌파의 ‘민주당’이 중도세력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보수의 승리라기보다는 좌파의 패배로 본다는 풀이다.
르몽드는 이번 총선에서 한가지 좋은 소식은 불완전한 선거제도에도 불구하고 좌우에 두개의 큰 정당이 등장해서 양당체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기민당의 50년 집권이 끝난 후 군소정당이 난립해서 정국이 표류해왔는데 드디어 양당체제로 정국이 안정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언론을 정치의 도구로 이용
나쁜 소식은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앞으로 5년 간 지속할 수 있는 안정 의석을 확보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집권 성적으로 보아 5년 간 정치의 표류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불안하다는 것이다.
유럽 언론은 베를루스코니에 대해서 부정적 태도를 갖고 있다. 원인은 간단하다. 부동산 개발업자로 이탈리아 제일의 부자가 된 그가 민영 텔레비전 방송망을 독점하고 신문 출판 영화를 망라한 언론제국을 건설하더니 언론을 자신의 정치적 출세에 이용하고 있는 데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베를루스코니는 언론을 단순히 집권수단으로 남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적이나 자신의 불법행위를 조사하는 ‘깨끗한 손’ 검사들에게 반격을 가하고 반부패운동을 무력화시키는 무기로 언론을 이용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콜럼비아 저널리즘 리뷰(2006. 9~10)는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의 불법행위를 조사하는 검사들을 반격하기 위해 벌인 ‘언론작전’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일례를 들어 반부패 운동 ‘깨끗한 손’의 기수인 디 피에트로 검사의 예봉을 꺾기 위해 베를루스코니 측은 자기 계열 신문을 통해 디 피에트로 검사가 뇌물을 받았다는 풍문을 퍼뜨린다.
충격적인 뉴스다. 피에트로 검사는 보도가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하고 허위사실을 보도한 신문을 고발한다. 재판에서 모든 것이 사실 무근으로 드러난다. 신문들은 명예훼손으로 배상금을 물게 된다. 하지만 수뢰 ‘혐의’가 보도되는 기간 동안 피에트로 검사의 온갖 사생활이 공개되고 그로 인한 이미지의 상처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대통령 노리며 원로로 변신
다행히 세번째로 집권하는 베를루스코니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는 관측이 있다. 파리의 명문 시앙스포의 이탈리아 전문가 마르크 라자르 교수의 분석이다.
우선 베를루스코니라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인간적으로 원숙해져서 싸움닭처럼 행동하지 않으리라는 관측이다. 또 국내적으로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본인이 알고 있기 때문에 불도저처럼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야당과의 협력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금년 72세로 이제 후세를 생각할 나이가 됐다고 스스로 느끼고 한단계 높은 위치에서 정치적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시도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노리는 자리가 대통령이라는 풍문은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 준다.
베를루스코니가 인간적으로 이렇게 원숙해지고 언론 본연의 역할에도 주의를 기울인다면 본인을 위해서나 이탈리아를 위해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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