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형 칼럼>

지역내일 2008-04-18
<이경형 칼럼="">

코를 찌르는 비례대표 악취

1971년 제8대 5·25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신민당 유진산 당수는 후보등록 마감일인 5월 6일 전국구후보 명단을 직접 들고 선관위에 가서 접수시켰다. 유 당수는 자신의 지역구 출마를 포기하는 대신 전국구 1번 후보로 등록했다. 이 일이 발단되어 이른바 ‘제2의 진산 파동’으로 당이 홍역을 치렀다.
당수를 사퇴한 그는 이듬해 쓴 회고록에서 이렇게 술회했다. “전국구 후보 1번부터 17번까지는 3000만원의 헌금을 내게 하되 신축성을 인정하기로 했다. 18번부터는 2000만원의 헌금을 받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나는 4·19세대나, 6·3세대, 70만 재일교포 등 각계각층의 대표를 넣자고 했다.”
정치자금이 집권여당에 집중되었던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야당 공천자의 특별당비는 정치자금 확보의 관행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37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공천헌금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한국 정당정치의 후퇴가 아닐 수 없다.
이번 18대 4·9총선에서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된 31세의 양정례씨가 특별당비라는 명분으로 공천거래성 헌금을 했다는 의혹에 싸여 있다. 창조한국당 2번 이한정 당선자는 허위 학력·경력, 전과 4범의 기록 보유자로, 고교 졸업증 위조혐의로 구속된 적도 있고 경력도 기록마다 다르다고 한다.
검찰이 심야 압수수색까지 벌이면서 수사를 펴고 있으니 금명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당 비례대표 가운데도 공천 시점에 당에 거액의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는 등 석연찮은 금전거래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일부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시궁창 냄새가 코를 찌르는 이런 행태를 보면 해당 정당 지도부가 유권자들을 우롱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급조한 정당으로서 시간에 쫓겨 제대로 후보를 검증하지 못했다는 등의 변명은 차라리 안하는 것이 낫다. 그런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들이 지금 국민을 정말 농락하고 있다는 확신만 더욱 깊어진다.
국회의원선거에서 비례대표제를 전국구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한 것은 1963년 6대 총선에서였다. 지역구 의원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직능 대표성이나 정책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채택했던 것이다. 최근엔 여기에 더해 여성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이들 대표를 원내에 진입시키는 통로로 적극 활용해왔다.
대의정치와 ‘표(票)의 등가성’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비례대표제는 한표라도 더 많이 얻으면 당선되는 지역구 선거에서 나타나기 쉬운 득표와 의석수 간의 불비례성을 완화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정당 간 경쟁이 양당이 아니라 3당 이상인 경우, 이러한 불비례는 더 확대된다.
정당의 지역별 의석 독점현상이 극명할수록 전국적인 정당지지 투표를 통해 의석수가 결정되는 비례대표제의 중요성은 높아진다. 17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현행 1인2표제에 의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과거 지역구 득표를 전국적으로 단순 합산하여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던 방식과는 분명히 다르다.
제1 투표에서는 지역구의 인물 위주로 선택하고 제2 투표에서는 지지정당을 선택할 수 있어 제1, 제2 투표 간에 정당선택의 불일치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선거란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를 의석으로 전환하는 제도라고 할 때, 1인 2표제는 1인 1표제에 비해 유권자의 의사를 더 근사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비례대표제는 그 정치적 의의가 막중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부 정당 지도부가 쓰레기 공천을 했다는 것은 유권자에게 최소한의 신의성실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번 총선의 투표율이 역대 선거에서 가장 낮은 46%를 기록한 것을 두고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한국 정당의 위기라고 해야 한다. 정당들이 대의정치의 기본을 망각하고 비례대표제를 누더기로 만드는 상황에서는 유권자들이 소외될 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차제에 비례대표제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의 정치적 의사와 대표성을 정교하게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오히려 지금보다 비례대표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것을 포함해 이 제도를 더욱 발전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비례대표 후보자들도 지역구의 예비후보들이 등록하여 경쟁하는 것처럼 사전에 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하여 필요한 경쟁과 공개 검정을 받는 방법도 하나의 개선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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