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성공이야기 ⑬ 이미숙 강언덕농원 이사

지역내일 2008-05-14
“1년 열 두달 생산·유통·판매합니다”
판로 막막할 때 대그룹회장들에 구매호소 편지도 보내

“서울에 있는 큰 상회에서 밤을 많이 저장해두면 사주겠다고 했다. 저장 창고도 빌려 1억2000만원어치 밤을 사서 넣었다. 그런데 그해 군밤용 수입밤이 물밀듯 들어왔고, 서울 상인은 우리 밤을 안사갔다.
다음해 6월쯤 아버님이 판로를 알아보라 해 진주와 서울의 식품공장과 유기농판매점 등을 다녔지만 쉽지 않았다. 6월이면 햇과일이 나오는데 누가 묵은 밤을 사겠냐며.
고민 끝에 삼성 현대 포스코의 회장님들께 편지를 썼다. 답장이 없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삼성그룹에서 전화가 왔다. 전체 다 사주겠다며. 그때까지 조금씩 팔고 남아있던 8000만원어치 밤을 삼성에서 다 사줬다.”
이미숙(41) 강언덕농원 이사는 절망의 끝에서 일어서고 또 일어서며 일궈온 지난날을 담담이 회상했다.

◆태풍 매미에 과수원이 쑥밭이 됐지만 = 경남 남해에서 태어난 이미숙 이사는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후 광양에서 농사를 짓는 남편 임택영(43) 강언덕농원 대표를 만났다. 성가대를 지휘하는 뒷모습이 멋이 있어 20살 나이에 결혼했다.
이들이 농사에 전념한 것은 10년쯤 지난 뒤다. 결혼초기 농사를 그만두고 전북 익산에서 무역업을 하던 남편 임씨는 부도를 당했고, 이들은 아파트도 팔고 부모님 도움도 받아 빚을 청산한 후 다시 광양으로 내려왔다. 1995년이었다.
그해 이 이사 부부는 산을 개간했다. 시댁 어른들이 갖고 있던 땅이 있었는데 이것을 기반으로 과수원을 만들었다. 고로쇠물나무를 개간하고 밤산을 만들었다. 귀농한 지 3년째 되던 해 이들은 배나무를 심었다.
열심히 농사를 지었다. 이 이사는 2000년 광양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여성농업인 정보화시범농가로 선정돼 전남 농업기술원에서 인터넷 교육도 받았다. 유기농업에 관심을 갖고 있던 남편 임 대표는 충북 괴산의 자연농업학교를 2001년 졸업했다. 그해부터 유기농을 시작했다.
그러나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2003년 9월, 추석 무렵 찾아온 태풍 매미는 섬진강가에 있는배밭을 쑥밭으로 만들었다. 이 이사는 배나무 꼭대기 위에서 출렁거리던 강물을 넋을 잃고 바라보다 쓰러졌다. 그는 “물이 빠진 배 밭이 지옥같았다”고 기억했다.
이 이사는 5만여개나 되는 배를 하나하나 살피며 흙을 털어냈다. 상품성이 없어 팔 수 없었지만 버릴 수도 없었다.
그는 고기를 재거나 양념을 만들 때 쓸수 있을까 해서 식당이며 고기집을 돌며 사정 이야기를 하고 팔았다. 이 해엔 3000만원의 적자를 봤지만 이때 인연이 된 사람들은 지금도 직거래 고객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2006년엔 수입밤 파동에 또 한 번 고통을 겪었지만 밤을 팔고야 말겠다는 집념이 또 한번 기적을 만들었다.

◆직거래로 100% 판매 = 강언덕농원의 농산물은 지금 모두 직거래 고객들이 구매한다. 이 이사는 2005년말부터 전자상거래를 시작하고 직거래에 집중했다.
그해 8월, 처음 원황배를 출하하던 날 이 이사는 공판장에 배 60박스를 60만원에 넘겼다. 그날 밤 남편 임 대표의 눈물을 본 그는 전자상거래와 직거래를 알아봐야겠다 생각했다. 컴퓨터 실력이라곤 2000년에 배우다 그만둔 게 전부였다.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생각으로 농업기술센터, 전남 농업기술원, 수원의 농업연수원 등 컴퓨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다 찾아다니며 배웠다.
그렇게 해서 홈페이지를 열었고, ‘강언덕농원’이라는 이름이 예뻐 찾아온 서광주농협을 고객으로 만들었다. 광양시민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포스코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강언덕농원을 홍보했다.
하나 둘 확보한 회원은 이제 300여명에 이른다. 이 이사는 이들 회원들에게 1년 열 두달 농산물을 공급한다. 그는 연중 쉬지 않으면 농업도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강언덕농원은 연중 생산체계와 저장시설을 갖췄다. 강언덕농원은 1월말에서 3월 중순까지는 고로쇠물을 팔고, 4월엔 자연산 두릅을 판다. 5월 하순부터는 매실을 팔고 9월 이후엔 밤과 배를 판다.
13ha 규모의 농원에서 이들은 1억원 매출에 7000만원의 순소득을 올리고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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