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독립 60년과 중동 평화
지난 14일 이스라엘이 건국 60주년을 축하했다. 유대가 로마 제국에 멸망한 후 세계 각처로 흩어졌던 유대인들이 2천년 만에 나라를 되찾은 지 60년을 맞은 것이다. 이스라엘은 건국 후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에서는 드문 민주국가로 경제적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다. 군사적으로도 막강한 나라가 됐다. 핵무기도 보유하고 있다. 이란을 제외하면 이웃 아랍 국가들로부터 큰 위협도 없다. 자축할 만하다. 그러나 르몽드가 13일자 사설에서 지적한 대로 이스라엘은 지금 회갑을 축하할 분위기가 아니다. 내부적으로 이스라엘의 안전을 보장해 줄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어둡기 때문이다.
건국 후 여섯차례 전쟁
이스라엘의 건국은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표현대로 “20세기의 대사건”이었다. 이스라엘은 출범 후 중동에서 여섯차례의 전쟁을 치렀다. 면적 2만770평방킬로미터에 인구 720만명으로 영토 인구 면에서 한반도의 10분의 1도 안되는 작은 나라 이스라엘이 인구나 영토 면에서 몇십배나 되는 주변 아랍권을 가상 적국으로 하고 대치하고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이 중동의 전략적 거점인 이스라엘의 안보를 자국의 안보처럼 중시하고 예수가 탄생한 이 나라를 적극적으로 보호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의 이스라엘 비호정책은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들이 미국을 반(反)이슬람 국가로 보게 만들었다. 알카에다의 9·11사건도 이러한 미국의 지나친 친(親)이스라엘 반(反)아랍정책이 초래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핵 문제도 북한이 핵 기술을 이스라엘의 적대국인 아랍 국가들과 거래하고 있는 것을 포착한 이스라엘이 미국에 이 사실을 통보하고 워싱턴에 압력을 가한 것이 발단이었다고 보는 관측도 있다.
이스라엘이 가장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 지배하에 있는 팔레스타인들에 대한 탄압과 차별대우이다. 중동학자인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는 유대인들이 나치의 홀로코스트 희생자인 것을 인정하고 동정한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을 근거로 유대인들이 자기들의 불행에 아무 책임이 없는 (팔레스타인)인민에 대해서 정치적 박탈을 강요할 권리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여론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 이스라엘 안보 보장
지금 이스라엘 인구는 약 720만명이다. 그 중 150만명이 아랍인이다. 전체 인구의 20%에 해당한다. 이들의 출산율은 유대인의 1.5%보다 배가 높은 3%다. 2020년이면 아랍 인구가 2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유엔 결의에 의해 이스라엘과 함께 독립국을 약속받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아직도 자기 나라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아래서 각종 분야에서 ‘2등 국민’의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팔레스타인 독립국 창설을 요구하며 이스라엘 정부의 탄압과 차별 대우에 항의하고 있다.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하거나 무장 성전(지하드)을 벌인다. 하마스가 대표적이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저항에 대해서 ‘이에는 이’로 보복한다. 폭력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마침내 2003년에는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 쪽으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높이 10미터가 넘는 수백킬로미터의 ‘안보의 장벽’을 구축했다. 베를린 장벽보다 훨씬 높은 분단의 벽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팔레스타인 인민의 존재를 무시하는 이스라엘의 오만의 표시이다. 많은 세계의 양심이 유엔 결의대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건설해서 두개의 국가가 병존(倂存)하게 하는 것만이 두 민족 간의 상잔을 종식시키는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작년 이스라엘 대통령에 선출된 노벨 평화상 수상자 시몬 페레스도 “우리가 또 다른 인민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지난 60년의 과오”를 시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어느 쪽에도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극단주의 세력에 맞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가 없다.
유일한 희망은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시사한대로 이스라엘의 강경파를 설득할 수 있는 미국이 공정한 중재자로 나서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지지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건국 60주년 기념식에 초대받은 그는 15일 엉뚱하게도 “테러 분자와의 협상은 나치 유화정책과 같다”며 이슬람 세력과의 대화 가능성을 차단해버렸다. 이제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 추진은 가을 미국 대선에서 선출될 다음 대통령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장행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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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이스라엘이 건국 60주년을 축하했다. 유대가 로마 제국에 멸망한 후 세계 각처로 흩어졌던 유대인들이 2천년 만에 나라를 되찾은 지 60년을 맞은 것이다. 이스라엘은 건국 후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에서는 드문 민주국가로 경제적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다. 군사적으로도 막강한 나라가 됐다. 핵무기도 보유하고 있다. 이란을 제외하면 이웃 아랍 국가들로부터 큰 위협도 없다. 자축할 만하다. 그러나 르몽드가 13일자 사설에서 지적한 대로 이스라엘은 지금 회갑을 축하할 분위기가 아니다. 내부적으로 이스라엘의 안전을 보장해 줄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어둡기 때문이다.
건국 후 여섯차례 전쟁
이스라엘의 건국은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표현대로 “20세기의 대사건”이었다. 이스라엘은 출범 후 중동에서 여섯차례의 전쟁을 치렀다. 면적 2만770평방킬로미터에 인구 720만명으로 영토 인구 면에서 한반도의 10분의 1도 안되는 작은 나라 이스라엘이 인구나 영토 면에서 몇십배나 되는 주변 아랍권을 가상 적국으로 하고 대치하고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이 중동의 전략적 거점인 이스라엘의 안보를 자국의 안보처럼 중시하고 예수가 탄생한 이 나라를 적극적으로 보호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의 이스라엘 비호정책은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들이 미국을 반(反)이슬람 국가로 보게 만들었다. 알카에다의 9·11사건도 이러한 미국의 지나친 친(親)이스라엘 반(反)아랍정책이 초래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핵 문제도 북한이 핵 기술을 이스라엘의 적대국인 아랍 국가들과 거래하고 있는 것을 포착한 이스라엘이 미국에 이 사실을 통보하고 워싱턴에 압력을 가한 것이 발단이었다고 보는 관측도 있다.
이스라엘이 가장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 지배하에 있는 팔레스타인들에 대한 탄압과 차별대우이다. 중동학자인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는 유대인들이 나치의 홀로코스트 희생자인 것을 인정하고 동정한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을 근거로 유대인들이 자기들의 불행에 아무 책임이 없는 (팔레스타인)인민에 대해서 정치적 박탈을 강요할 권리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여론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 이스라엘 안보 보장
지금 이스라엘 인구는 약 720만명이다. 그 중 150만명이 아랍인이다. 전체 인구의 20%에 해당한다. 이들의 출산율은 유대인의 1.5%보다 배가 높은 3%다. 2020년이면 아랍 인구가 2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유엔 결의에 의해 이스라엘과 함께 독립국을 약속받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아직도 자기 나라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아래서 각종 분야에서 ‘2등 국민’의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팔레스타인 독립국 창설을 요구하며 이스라엘 정부의 탄압과 차별 대우에 항의하고 있다.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하거나 무장 성전(지하드)을 벌인다. 하마스가 대표적이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저항에 대해서 ‘이에는 이’로 보복한다. 폭력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마침내 2003년에는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 쪽으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높이 10미터가 넘는 수백킬로미터의 ‘안보의 장벽’을 구축했다. 베를린 장벽보다 훨씬 높은 분단의 벽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팔레스타인 인민의 존재를 무시하는 이스라엘의 오만의 표시이다. 많은 세계의 양심이 유엔 결의대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건설해서 두개의 국가가 병존(倂存)하게 하는 것만이 두 민족 간의 상잔을 종식시키는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작년 이스라엘 대통령에 선출된 노벨 평화상 수상자 시몬 페레스도 “우리가 또 다른 인민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지난 60년의 과오”를 시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어느 쪽에도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극단주의 세력에 맞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가 없다.
유일한 희망은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시사한대로 이스라엘의 강경파를 설득할 수 있는 미국이 공정한 중재자로 나서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지지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건국 60주년 기념식에 초대받은 그는 15일 엉뚱하게도 “테러 분자와의 협상은 나치 유화정책과 같다”며 이슬람 세력과의 대화 가능성을 차단해버렸다. 이제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 추진은 가을 미국 대선에서 선출될 다음 대통령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장행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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