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지역내일 2008-05-20
북한에 나무를 심는다면

김수종

개성의 명승지 박연폭포를 한 자락씩 끼고 있는 천마산과 성거산은 험준한 산세가 서울의 북한산과 도봉산을 연상시킨다.
남한의 여느 산에서처럼 신록의 향연은 이곳에서도 펼쳐지고 있었다. 산기슭에 조림한 검푸른 송림 위로 돋아나는 소나무 새순은 우후죽순과 같았고, 계곡마다 연두색 참나무 숲이 싱그러웠다. 다만 서울 인근의 산을 지천으로 덮고 있는 아카시나무 꽃이 별로 눈에 띄지 않은 것은 이 외래종 나무가 군사분계선을 쉽게 넘지 못한 탓일 것 같다.
그러나 개성지역 어디에고 남한처럼 이렇게 숲이 무성한 것은 아니다. 군사분계선을 넘어서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무가 없는 민둥산의 모습이다. 개성에서 평양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변에서 이방원의 ‘하여가’로 유명한 만수산을 볼 수 있다. 역시 그 산에도 숲이 없다. 산비탈을 따라 여기 저기 이삭이 팬 밀밭이 정겨웠지만 비료 기운을 못 받은 듯 밀대가 자라지를 못했다.
작년 봄에 나무 심으러 금강산에 간 적이 있다. 군사분계선을 넘었을 때 산야의 모습은 이번 개성관광을 가면서 느꼈던 것과 똑같다. 금강산 경내에는 박연폭포 일대처럼 숲이 잘 보전되어 있었지만 주변의 야산에는 나무가 없었다. 중국 단동의 압록강 하구 호산장성에서 바라보았을 때나, 연변의 두만강 중류에서 바라보았을 때나 북한의 산은 나무가 없었고 다락밭이 산꼭대기까지 올라가 있었다.
필자는 평양이나 다른 북한지역을 깊숙이 구경한 적이 없으나 북한을 여행한 사람들이 모두 나무가 없는 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북한의 산림이 극도로 황폐화한 것을 알 수 있다.
40년의 격차다. 산업과 빈부의 격차 뿐 아니라 숲의 격차도 그렇게 된다. 지금 50대 이상의 사람들이 오늘날 북한을 보면 그 헐벗은 산 모습이 40년 전의 남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숲은 어떤 면에서 지구촌의 빈부 격차를 가르는 징표일 수 있다. 숲이 많은 나라가 반드시 잘산다고 말할 수 없지만 같은 기후와 풍토라면 숲이 무성한 나라가 잘산다. 한반도에서 그게 극명하게 드러난다.
40년 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한이 세계 최대 조선국이 되고 5대 자동차 생산국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분재 소재로나 알맞을 것 같던 소나무가 꼬깃꼬깃 서 있던 불모의 산지가 이렇게 무성한 숲으로 변할 수 있으리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본 사람도 거의 없었다.
이런 우리의 경험을 생각한다면 북한 땅을 울창한 숲으로 바꿔놓는 일은 30년이면 가능한 일이다. 북한의 숲을 가꾸는 일은 바로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실토하듯이 식량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 북한이 필요한 것은 올해 당장 먹고 살 식량이고 식량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비료이다. 그러나 조금만 앞을 내다보면 북한이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한이 경험했던 것처럼 산업을 발전시키고 숲을 조성하여 땅을 기름지게 가꿔야 한다.
북한에 숲을 가꾸는 일은 남북협력 사업으로 전범이 될 수 있다. 21세기의 큰 이슈 중 하나가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이며 그 영향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 지금 나와 있는 예측처럼 한반도 강수량이 증가하든지 아니면 반대로 건조해지든지 간에 숲이 없는 북한은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농업뿐 아니라 재난예방을 위해서도 숲 가꾸기는 절실하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모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남한도 탄소배출권 문제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남북협력으로 북한에 숲을 조성하고 이를 탄소배출협상에 적극 반영할 수 있다면 교토체제 이후 대비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더욱이 남한은 과거 산림녹화를 통해 많은 조림 노우하우와 연구기술 인력을 확보했고, 아울러 장기적 계획 아래 경제림을 가꾸지 못한 수종(樹種) 선택의 실패 경험도 터득하고 있다. 더욱이 다른 남북관계에 비해 북한 나무심기 같은 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도 물론 남한의 민간기구나 회사 차원에서 북한에 나무심기가 벌어지고 있으나 상징적이거나 이벤트성이어서 정말 북한의 산을 푸르게 만드는 규모는 아니다.
선택은 물론 북한 당국에 달렸다. 핵문제가 풀리려는 마당에 남북이 리더십 차원의 협력방안으로 이 문제에 의견을 모은다면 북한에 숲을 조성하는 일은 성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같다. 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생각할 가치가 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