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사건 집중분석]<25일 법의 날 특집>

지역내일 2008-04-25
법정구속후 뇌경색 쓰러져 … 사기범 누명썼다 ‘무죄’
모기업 창업주 상대 힘겨운 법정 싸움 … 대법원 2년 넘게 선고 안해

세간에 재벌 회장과 송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 조명운(여·56)씨는 그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억울함에 몸을 가눌 수가 없다. 탄탄한 중견회사인 D기업의 명예회장 S씨를 7년간 옆에서 보좌한 조씨는 그 보답으로 재산 일부를 수고비로 받기로 했다가 오히려 사기미수범으로 몰려 법정구속을 당하는 고통을 겪었다.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대법원이 2년 동안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어 아직 마음속 응어리가 남아있다.

조명운씨 1996년부터 S씨 보좌
수고비로 2002년 7월 S씨에게서
부동산 증여 약속한 각서받아

S씨 1년 동안 약속 불이행
2003년 7월 조씨, S씨 상대로
민사소송 제기

S씨, 조씨를 검찰에 고소
사기미수·사문서 위조 혐의
검찰, 2005년 1월 조씨 기소


2005년 8월 25일 법정구속
1심 실형 2년 선고
조씨 뇌경색으로 쓰러짐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석방
항소심 2006년 2월 9일 무죄 선고
상고심 2년 넘게 대법원 계류 중

조명운씨는 지난 96년 서울 종로구 여성단체연합 총회장으로 활동하다가 국악회 행사에서 D기업 명예회장인 S씨를 처음 만났다. 당시 S씨는 종로구 문화원장으로 그 후에도 여러 차례 공식석상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S씨는 활동적이고 자신감 있는 조씨를 비서실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제안을 했지만 조씨는 이를 번번이 거절했다. 그러다 주변의 여러 지인들의 부탁으로 결국 제안을 승낙했다. 하지만 급여 1000만원을 조건으로 비서실장이 된 조씨가 월급을 받아본 것 단 한번 뿐이었다. S씨는 나중에 크게 챙겨주겠다고 했고 조씨도 재력가인 S씨의 말을 믿었다.
조씨는 S씨와 함께 걷기 운동을 하는 등 대외적인 활동을 보좌하는 것은 물론, 거동이 불편한 S씨를 사적으로도 많이 챙겨줬다. 재산 증식에도 상당한 도움을 줬다는게 조씨의 말이다.
S씨는 조씨의 보좌를 받으면서 조씨의 자녀 학비는 물론, 부동산도 챙겨주겠다며 구두로 약속을 했다. 조씨는 S씨의 말만 믿고 7년 동안 그를 보좌했다. 하지만 약속이 말로만 반복되자 조씨는 “각서를 써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S씨는 2002년 7월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호텔 직원 입회하에 임야 약 3000평의 소유권을 조씨에게 이전해주고 조씨 자녀의 학비 등을 지원해줄 것을 약속했다. 이에 대한 증명으로 확인각서를 쓰고 그 앞뒷면에 서명날인은 물론 지장까지 찍었다.

◆민사소송냈다가 사기미수범 몰려 = 하지만 S씨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1년간 기다리다 못한 조씨는 2003년 7월 S씨를 상대로 약정금 이행 소송을 냈다.
그러나 S씨는 오히려 조씨를 사기범으로 고소했다. 조씨는 황당했다. 자신에게 각서 위조에다가 이를 통해 사기를 벌였다는 기막힌 혐의가 붙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조씨는 “검찰 출석 통고를 받고 내가 왜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 정말 몰랐다”며 “너무 정신이 없어 검찰에서 ‘나는 죄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재력가인 S씨의 영향력 때문인지 검찰은 자신을 범인이라고 정해놓은 듯 혐의를 인정하라고만 했다”고 당시의 답답함을 하소연했다.
조씨는 당시 검찰의 악명 높은 조사방식인 ‘불러조지기’에도 당했다. 오전에 조사한다고 불러놓고는 휴게실에 가 있으라고 한 후 오후 3시쯤 다시 가면 “내일 또 나오라”는 말만하고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조씨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을 때는 어두운 골방에 나만 비추는 불빛을 보면서 정말 범죄자가 된 기분이었다”며 “눈물이 나올만큼 억울했다”고 말했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 조씨의 말이 ‘진실’이라고 나오고 S씨는 ‘거짓’ 반응이 나왔지만 검찰은 조씨를 기소했다. 사기미수,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3가지 혐의였다.

◆1심 실형 선고 … 충격에 신체 마비 = 기소가 됐지만 법원에서 진실을 가려줄 것이라고 믿은 조씨는 1심 재판부가 실형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시키자 그 충격으로 쓰러졌다. 구치소로 수감된 후 뇌경색 증상을 일으켜 온몸이 마비됐다.
1심 재판부는 조씨가 각서를 위조했다는 검찰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각서에 입회인으로 서명을 한 동네 주민 김 모씨가 “입회인으로 서명할 때 S4용지 뒷면에 아무런 내용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과 각서 작성 전후로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S씨의 진술에 더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김씨가 입회인과 S씨의 서명 등을 미리 받아놓고 부동산 증여 등의 내용을 추후에 작성한 것으로 본 것이다.
조씨가 선임한 변호인마저 ‘항소심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이나 집행유예를 받아보도록 하자’는 식으로 조씨 자녀들을 설득했다.
조씨는 각서를 작성하는데 참여한 관련자들이 모두 S씨 편에 돌아서서 진술을 하는 것에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또한 구속에 대한 충격으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으면서도 안양 샘 병원에서 뇌경색과 공포·불안 장애로 치료를 받아야했다.
처음에는 몸 전체를 쓰지 못하다가 조금씩 증상이 나아졌다. 담당 의사는 “과도한 스트레스나 정신적 충격에 따라 재발 가능성이 있으니 안정을 취하라”고 했다.

◆항소심 무죄 … “대법원 최종선고 손꼽아 기다려” = 억울함을 참을 수 없었던 조씨는 항소심에서 변호사를 새로 선임하고 계속 무죄를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에서도 각서의 진위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각서를 국과수에 보내 진위 여부를 감정했다. 또한 감정인을 통한 감정결과, ‘S씨가 이 사건 확인각서 앞면에 덧대어 무인(지장)할 당시 이미 이 사건 확인 각서의 앞면에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재산증여약정 사항이 컴퓨터 프린터로 인쇄돼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부동산 증여 약정을 하지 않았다는 S씨의 주장이 허위로 드러난 것이다.
재판부는 “사문서의 작성명의인이 당해 사문서에 서명·날인·무인했을 당시 그 문서의 전부 또는 일부가 미완성 상태에서 했다는 것은 거래상의 통념에 비춰볼 때 극히 이례에 속한다”며 “대기업 명예회장으로서 거래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S씨가 이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입회인과 S씨를 대신해 각서를 작성한 호텔 직원의 진술도 허위라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조씨에게서 쪽지에 적힌 대로 써달라는 요청을 두 번째 받은 상태에서 자신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및 근무처까지 기재했으므로, 상식상 적어도 조씨가 왜 그와 같은 요청을 하는지, 확인각서에 도대체 어떤 내용이 기재돼 있는지를 확인했어야 함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호텔 직원의 진술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재판부는 각서 초안이 당시 정흥진 종로구청장 선거사무실에서 작성됐다는 정씨의 진술과, 당시 조씨가 정인봉 변호사에게 확인각서를 어떻게 작성하는지 자세히 조언을 받았고 작성된 양식을 가져가서 재차 조언을 받았다는 정 변호사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지 2년 2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감감 무소식이다. 조씨는 뇌경색의 후유증으로 아직도 제대로 몸을 움직이기 불편하다.
그럼에도 조씨는 대법원에 11차례에 걸쳐 선고를 빨리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서울시 여성단체 총연합회와 국민생활체육전국자전거연합회에서도 2000여명의 연대서명을 받아 “조씨의 억울함을 하루빨리 풀어달라”는 호소문과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그는 “처음에는 돈 때문에 소송을 했지만 지금은 억울한 누명을 벗고 싶은 게 더 크다”며 “하루빨리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