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양극화의 정치경제학

지역내일 2008-04-25
양극화의 정치경제학

이명박정부는 노무현 전 정부로부터 두가지 유산을 물려받았다. 하나는 노무현정부가 집권 말년에 세금을 무려 15조3000억원(세계잉여금)이나 더 걷어 쓰라고 넘겨준 것이다. 대선을 앞둔 정부가 유권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세금을 더 걷어 다음 정부에게 넘겨주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현정부는 이 중 약 5조원을 추경으로 써서 경기를 부양할 모양이다. 7%를 공약했다가 서브프라임 사태와 원유, 곡물, 원자재 폭등 등으로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으로 가자 이제는 6%, 아니 5%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정부는 추경이라도 편성해 경기부양을 해보자는 생각인 것 같다. 2007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901조원이다. 5조원의 추경을 쏟아부으면 약 0.5% 정도의 성장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이다. 참여정부는 ‘세금폭탄’ 정부라는 악명을 얻어가면서 현정부의 경기부양 실탄을 조달해준 셈이다.

MB 대선승리, 총선 과반의석 일등공신은
또 하나의 유산은 양극화이다. 이 양극화는 정치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총선에서도 과반의석을 달성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노무현 정부 때 진행된 극심한 양극화 때문에 한나라당은 역설적으로 수도권 선거에서 압승할 수 있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연대 때문에 영남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한나라당이 턱걸이 과반을 넘긴 것은 수도권 유권자들이 111석 중 81석이나 압도적으로 밀어주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을 따지고 보면 참여정부 내내 빚어진 수도권과 지방간 극심한 양극화 탓이다. 특히 강남의 부동산 가격 폭등을 경험한 수도권 유권자들은 너도나도 ‘뉴타운 개발’을 기대하는 ‘욕망의 정치’에 표를 던졌다.
참여정부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거세게 불어닥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광풍 앞에 무력했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간 양극화, ‘20대 80’의 계층간 양극화가 극심하게 진행됐으며 그 결과 수도권 인구집중도는 49.8%, 대기업 본사의 91%, 공공기관의 85% 이상, 사회적 인프라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불균형을 낳았다. 행복도시와 혁신도시 등을 추진했지만 이마저 부동산 가격만 더 올려놓고 말았다.
과도하게 집중된 수도권 경제는 곧바로 4·9총선에서 뉴타운과 같은 ‘수도권 어젠다’를 선점한 한나라당에 압승을 가져다 주었다. 특히 서울은 민주당계의 전통적 지지층이 아파트값을 감당하지 못해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지지기반마저 허물어졌다. 양극화가 빚어낸 참으로 역설적인 상황이다.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채 되지 않았지만 양극화를 해소하고 우리 사회를 통합해나가는 정책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키우는 쪽으로 나가고 있어 우려스럽다. 출총제, 금산분리 완화 등 대기업을 위한 규제완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양극화를 더욱 조장할 것이다. 미국에 일방적인 쇠고기 협상 타결은 수도권 소비자들의 식탁에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를 공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방의 축산 농가에게는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5조원의 추경예산 편성도 사실상 현정부가 표방한 시장친화적인 경제와는 거리가 있다. 감세와 같이 시장의 힘에 의해 경제를 운영하기보다 정부의 힘에 의해 직접적인 효과를 겨냥하려는 접근법은 거의 매년 적자국채를 발행하며 재정규모를 늘려온 참여정부의 방식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대기업과 부자들 편에만 설 것인가
물가안정보다는 수출대기업을 위한 노골적인 환율개입은 수입 기름값 밀가루값을 높여 서민들의 얇아진 지갑을 더욱 홀쭉하게 만든다. 법인세 인하는 그나마 잘한 정책이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차이를 두지 않아 우리나라 기업수에 있어서 1%에 불과한 대기업에 집중적인 혜택이 돌아간다.
혁신도시 백지화 파동에서 보듯 지방 문제에 대해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 청와대 수석들의 재산공개에서도 드러났지만 평소 괜찮게 살고 잘나가는 사람들 편에 서다보니 아예 국가정책도 그쪽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눈총에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한해 두해 해가 지나가면 선거는 다시 돌아온다. 양극화에 소외된 유권자들은 언제든지 선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찬수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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