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 실손시장 진출 … 중복가입 부작용 우려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둘러싼 논란도 갈수록 커질듯
최근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실손형 의료보험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의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또 민영의료보험의 한 영역인 실손형 의료보험 시장이 커지면 민영의료보험 역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실손형 의료보험 시장 확대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줄이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손형 의료보험이 무엇이고, 생명보험 상품과 손해보험 상품의 차이는 무엇인지, 그리고 민영의료보험을 둘러싼 보험업계 안팎의 갈등을 짚어본다.
◆실손형 의료보험이란 = 민영의료보험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의무보험인 국민건강보험과 별도로 민영보험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보험상품이다.
민영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건강보험과는 별도로 질병이나 상해로 인한 의료비(진료비, 수술비, 입원비 등)를 보장받을 수 있다. 민영의료보험은 보장 형태에 따라 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를 보상하는 ‘실손형 보험’과 의료비 규모에 상관없이 미리 약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정액형 보험’이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손보사들이 실손형 보험을 취급해 왔고, 생보사들은 정액형 보험을 주로 판매해 왔다.
그런데 최근 사정이 달라졌다. 생보사들이 실손형 의료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일주일 간격으로 실손 특약을 내놓았고, 대한생명은 내달 중순께 실손 특약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녹십자 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도 실손형 의료보험 시장 진출을 검토 중에 있다.
◆생·손보 무엇이 다르나 = 이번에 생보사가 내놓은 실손형 의료보험 상품은 기본 골격에서는 손보사의 기존 상품과 유사하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실제 들어간 액수만큼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두 상품 사이에는 보험금 지급내역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생보사가 이번에 내놓은 상품은 종신보험이나 치명적 질병을 보장하는 CI보험 등에 특약형태로 가입할 수 있다. 손해보험도 유사하다. 여러 가지 보험을 하나로 묶은 통합보험에 특약형태로 실손의료비 보험이 부가된다.
결국 주보험의 보장 범위와 이를 보완해주는 실손 특약의 궁합이 맞을 때 최고의 의료보장 서비스가 가능하다.
생보사들은 기본이 되는 주계약에서 상품의 우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손보사는 다양한 특약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 필요에 꼭 맞는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실손 특약도 차이가 크다.
손보 상품은 실제 비용을 100% 보장해주는 데 반해 생보 상품은 80%만 준다.
생보사는 보험금 청구가 남발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비용의 20%는 가입자가 부담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코페이먼트(co-payment)’ 방식이다.
이에 반해 보험금 지급 한도는 비슷하다. 입원의료비는 생보의 경우 연간 3000만원, 손보는 질병이나 사고당 3000만원이 한도다. 여러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가 반복될 경우 손보 상품이 더 유리하다는 의미다.
생보사는 같은 질병으로 장기간 치료가 필요로 하는 경우 유리하다. 왜냐하면 손해보험 상품은 질병이나 사고발생시 365일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1년간 입원치료를 마치고 퇴원을 하게 되면 최종 퇴원일로부터 180일이 지난 뒤에야 다시 1년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구조여서 공백이 생길수 있다.
통원치료비는 생보가 1회당 10만원, 손보는 1일당 10만원(일부 손보사들은 통원 1일당 20만원을 지급하는 상품을 별도로 판매 중)이다. 아울러 생보는 연간 지급한도가 180회이지만, 손보사는 1사고당 지급한도가 30일로 차이가 있다.
처방조제 역시 통원치료비와 비슷한 구조다. 생보사는 1회당 지급한도가 5만원(공제금 3000원)이며, 연간 합산 180회를 넘지 못한다.
반면 손보사는 1일당지급 한도가 10만원(공제금 5000원)에 사고당 30일이 한도다.
이밖에 해외에서 사고나 질병으로 치료를 받을 경우 생보는 보장이 안 되지만 손보 특약은 총액의 40%까지 보상이 가능하고, 무사고 갱신 때 생보사는 10%의 보험료 할인을 해 주지만 손보사는 할인혜택이 없다는 점도 다르다.
◆중복보장 안되지만 중복가입은 허용 = 이처럼 실손형 의료보험은 생보 상품과 손보 상품에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어떤 상품이 가장 자신에게 필요한 지 잘 따져보고 가입하면 된다. 그런데 왜 보험업계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을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정액형과 실손형 의료보험에 중복가입 했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이중혜택 문제다. 실손형은 실제 들어간 의료비만큼만 지급된다. 그 이상을 초과해 지급하는 경우는 없다.
여러 보험사에 동시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지급되는 금액은 총 의료비를 초과하지 않는 구조다. 하지만 정액형 보험과 실손형 보험에 동시 가입했을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정액형으로 진단비를 받은 뒤 실제 들어간 의료비를 다시 실손형으로 보장받는 형태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구조가 계속될 경우 보험사 재정은 악화되고, 보험료가 올라가 결국 다른 보험가입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금융위도 이 같은 구조가 자칫 보험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정액형과 실손형에 모두 가입한 경우 병원에 가면 갈수록 돈을 벌 수 있게 된다는 의견이 있어 이것이 문제점으로 인식될 경우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보사와 생보사간에 정보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민원발생의 소지가 크다.
이것만이 아니다. 소비자들도 자칫 보험사의 영업논리에 휘말려 불필요한 보험에 이중삼중으로 가입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논란 가중 = 또 다른 논란은 실손형 의료보험을 포함한 민영의료보험 시장 확대가 공적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의료관련 시민단체들은 “생보사의 실손시장 진출은 돈 있는 사람들이 건강보험보다 민영보험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의료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건강보험재정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최근 개봉돼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의 경우처럼 미국식 의료보험체계의 문제점이 우리나라에도 고스란히 이식될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반해 보험업계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과 민영의료보험이 상호보완적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며, 건강보험재정악화와 민영건강보험 활성화 역시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낙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가 “민영보험은 건강보험이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을 한정적으로 보완해주는 역할에 그쳐야 할 것”이라며 “민영보험이 건강보험 영역을 침범하려 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서둘러 선을 그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생보사가 실손형 의료보험 시장 진출을 이제 막 시작해 갈수록 탄력을 받을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시장논리에 따라 생·손보간 경쟁도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와 금융위 등 정부당국의 거듭되는 ‘대책마련’ 주장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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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둘러싼 논란도 갈수록 커질듯
최근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실손형 의료보험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의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또 민영의료보험의 한 영역인 실손형 의료보험 시장이 커지면 민영의료보험 역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실손형 의료보험 시장 확대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줄이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손형 의료보험이 무엇이고, 생명보험 상품과 손해보험 상품의 차이는 무엇인지, 그리고 민영의료보험을 둘러싼 보험업계 안팎의 갈등을 짚어본다.
◆실손형 의료보험이란 = 민영의료보험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의무보험인 국민건강보험과 별도로 민영보험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보험상품이다.
민영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건강보험과는 별도로 질병이나 상해로 인한 의료비(진료비, 수술비, 입원비 등)를 보장받을 수 있다. 민영의료보험은 보장 형태에 따라 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를 보상하는 ‘실손형 보험’과 의료비 규모에 상관없이 미리 약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정액형 보험’이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손보사들이 실손형 보험을 취급해 왔고, 생보사들은 정액형 보험을 주로 판매해 왔다.
그런데 최근 사정이 달라졌다. 생보사들이 실손형 의료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일주일 간격으로 실손 특약을 내놓았고, 대한생명은 내달 중순께 실손 특약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녹십자 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도 실손형 의료보험 시장 진출을 검토 중에 있다.
◆생·손보 무엇이 다르나 = 이번에 생보사가 내놓은 실손형 의료보험 상품은 기본 골격에서는 손보사의 기존 상품과 유사하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실제 들어간 액수만큼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두 상품 사이에는 보험금 지급내역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생보사가 이번에 내놓은 상품은 종신보험이나 치명적 질병을 보장하는 CI보험 등에 특약형태로 가입할 수 있다. 손해보험도 유사하다. 여러 가지 보험을 하나로 묶은 통합보험에 특약형태로 실손의료비 보험이 부가된다.
결국 주보험의 보장 범위와 이를 보완해주는 실손 특약의 궁합이 맞을 때 최고의 의료보장 서비스가 가능하다.
생보사들은 기본이 되는 주계약에서 상품의 우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손보사는 다양한 특약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 필요에 꼭 맞는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실손 특약도 차이가 크다.
손보 상품은 실제 비용을 100% 보장해주는 데 반해 생보 상품은 80%만 준다.
생보사는 보험금 청구가 남발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비용의 20%는 가입자가 부담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코페이먼트(co-payment)’ 방식이다.
이에 반해 보험금 지급 한도는 비슷하다. 입원의료비는 생보의 경우 연간 3000만원, 손보는 질병이나 사고당 3000만원이 한도다. 여러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가 반복될 경우 손보 상품이 더 유리하다는 의미다.
생보사는 같은 질병으로 장기간 치료가 필요로 하는 경우 유리하다. 왜냐하면 손해보험 상품은 질병이나 사고발생시 365일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1년간 입원치료를 마치고 퇴원을 하게 되면 최종 퇴원일로부터 180일이 지난 뒤에야 다시 1년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구조여서 공백이 생길수 있다.
통원치료비는 생보가 1회당 10만원, 손보는 1일당 10만원(일부 손보사들은 통원 1일당 20만원을 지급하는 상품을 별도로 판매 중)이다. 아울러 생보는 연간 지급한도가 180회이지만, 손보사는 1사고당 지급한도가 30일로 차이가 있다.
처방조제 역시 통원치료비와 비슷한 구조다. 생보사는 1회당 지급한도가 5만원(공제금 3000원)이며, 연간 합산 180회를 넘지 못한다.
반면 손보사는 1일당지급 한도가 10만원(공제금 5000원)에 사고당 30일이 한도다.
이밖에 해외에서 사고나 질병으로 치료를 받을 경우 생보는 보장이 안 되지만 손보 특약은 총액의 40%까지 보상이 가능하고, 무사고 갱신 때 생보사는 10%의 보험료 할인을 해 주지만 손보사는 할인혜택이 없다는 점도 다르다.
◆중복보장 안되지만 중복가입은 허용 = 이처럼 실손형 의료보험은 생보 상품과 손보 상품에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어떤 상품이 가장 자신에게 필요한 지 잘 따져보고 가입하면 된다. 그런데 왜 보험업계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을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정액형과 실손형 의료보험에 중복가입 했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이중혜택 문제다. 실손형은 실제 들어간 의료비만큼만 지급된다. 그 이상을 초과해 지급하는 경우는 없다.
여러 보험사에 동시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지급되는 금액은 총 의료비를 초과하지 않는 구조다. 하지만 정액형 보험과 실손형 보험에 동시 가입했을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정액형으로 진단비를 받은 뒤 실제 들어간 의료비를 다시 실손형으로 보장받는 형태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구조가 계속될 경우 보험사 재정은 악화되고, 보험료가 올라가 결국 다른 보험가입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금융위도 이 같은 구조가 자칫 보험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정액형과 실손형에 모두 가입한 경우 병원에 가면 갈수록 돈을 벌 수 있게 된다는 의견이 있어 이것이 문제점으로 인식될 경우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보사와 생보사간에 정보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민원발생의 소지가 크다.
이것만이 아니다. 소비자들도 자칫 보험사의 영업논리에 휘말려 불필요한 보험에 이중삼중으로 가입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논란 가중 = 또 다른 논란은 실손형 의료보험을 포함한 민영의료보험 시장 확대가 공적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의료관련 시민단체들은 “생보사의 실손시장 진출은 돈 있는 사람들이 건강보험보다 민영보험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의료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건강보험재정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최근 개봉돼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의 경우처럼 미국식 의료보험체계의 문제점이 우리나라에도 고스란히 이식될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반해 보험업계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과 민영의료보험이 상호보완적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며, 건강보험재정악화와 민영건강보험 활성화 역시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낙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가 “민영보험은 건강보험이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을 한정적으로 보완해주는 역할에 그쳐야 할 것”이라며 “민영보험이 건강보험 영역을 침범하려 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서둘러 선을 그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생보사가 실손형 의료보험 시장 진출을 이제 막 시작해 갈수록 탄력을 받을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시장논리에 따라 생·손보간 경쟁도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와 금융위 등 정부당국의 거듭되는 ‘대책마련’ 주장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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