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 새로운 활력으로 떠오른 ‘2세 경영인 모임’

중소기업 이끌 정보·경험 나눈다

지역내일 2008-05-29
서울 부산 대구 인천서 결성 … 회사경영 관련 학습 열중
재벌 2·3세 클럽과는 대조적 … “수성과 도약은 우리 몫”

중소기업 2세 경영인들의 모임이 활발하다. 가업을 승계하기 위해 현장에서 경영수업을 쌓고 있는 창업주의 2세인 이들이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경영인 2세 모임하면 재벌 2·3세들의 이너서클이나 귀공자 모임을 연상하기 쉽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재계 2·3세대 모임이었다.
중소기업 2세 경영인들은 개인사생활에서 치부를 보이며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재벌 2세들의 모습과는 매우 다르다. 이들은 중소 제조기업을 꺼려하는 사회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업을 승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부모 잘 만난 덕에 무임승차 했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2세 경영인들은 모임을 통해 경험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누고 있다. 창업세대의 성과와 한계를 분명히 하며 기업의 수성을 넘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27일 오후 6시.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서울지역 중소기업 2세 경영인 모임인 ‘차세대 A.C.E.’가 결성됐다.
서울지역 중소기업 중 경영권을 승계했거나 경영권 승계를 계획하고 있는 2세 경영인 또는 예비 2세 경영인 23명이 회원으로 참여했다. 창업주인 1세 경영인들도 함께 참여해 격려해 줬다.
모임 이름인 ‘차세대 A.C.E.’는 ‘칭찬(Admiration), 박수(Clap), 격려(Encouragement)’의 첫글자를 딴 것으로 ‘최고의 비즈니스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초대회장은 63년 동안 한우물을 판 인주제작 전문기업 매표화학의 최윤석 대표가 맡았다. 기독교 캘린더·인쇄 전문기업 진흥문화(주) 박형호 대표와 건조설비 전문기업 (주)삼영지이티 서동균 상무가 부회장을, 유기농 화장품전문기업 (주)펠코리아티엘씨 송준석 이사와 남성용 와이셔츠 전문기업 (주)태양어패럴 장우석 이사가 각각 총무와 재무를,여성의류 전문기업 (주)패션네트 김윤주 대표는 감사를 맡았다.
최윤석 초대 회장은 “기업수성을 넘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모임으로 만들겠다”며 “창업주를 능가하는 사업가로 변신하는데 필요한 실무적인 지식과 정보를 교류하는 모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의 대물림이 아닌 지식경제 시대에 걸맞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겠다는 의지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례회를 통해 상호 경영정보를 교류할 뿐 아니라, 기업방문을 통한 성공적인 경영노하우를 공유할 계획이다. 초청강연을 통해 체계적인 가업승계와 리더로서의 소양에 필요한 리더십, 세법, 법률 등 다방면의 체계적이고 실무적인 경영지식도 습득할 예정이다.
회원사들은 20~30년 이상 기업을 영위한 장수기업이 대부분이며 이들 중에는 창립한 지 50년 이상 된 3세 기업인도 있다. 연령은 30대를 주축으로 2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고루 분포돼 있다. 직급도 대리에서 사장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최종덕 중소기업진흥공단 서울동남부지부장은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는 국가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장수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단순한 수성을 넘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협력과 발전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업종간 경영이해 넓여 = 지역별 중소기업 2세 모임은 친분에 따라 존재했지만 공개적인 조직형태를 갖춘 것은 2005년경으로 보인다.
그해 1월 21일 인천 김포 부천지역에 있는 중소 제조업체의 창업 2세들 모임 ‘미래로’가 정식 발족했다.
‘미래로’라는 모임 이름은 ‘미래를 지향한다’는 한글 뜻과 ‘아름다움(좋은 결실)이 온다’는 한자의 뜻을 함께 아우른 것이다. 이 모임의 회원은 30대 초반부터 50대 초반, 말단 사원에서 사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책을 가진 23명으로 출발했다.
‘미래로’는 당시 경영수업을 받고 있던 화남로커스 최형원 과장, 서울화장품 한정수 실장 등이 주축이 되고 중소기업진흥공단 인천지역본부가 산파역을 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미래로 회원들은 매월 둘째주 금요일에 모임을 갖고 업종간 이해를 높이기 위한 지역탐방, 회사경영에 필요한 법률 회계관련 교육 등을 실행하고 있다.
‘미래로’에 이어 2006년 9월 중소기업 2세 경영인 교류회 ‘이루리’가 결성됐다. ‘이루리’는 ‘큰 꿈을 반드시 이룬다’는 뜻이다. 이루리 회원은 총 22명으로 40대 중반인 65년생까지 다양하게 포진돼 있지만 역시 주축은 30대 중반인 70년대 생이다.
이들은 매월 셋째주 금요일 월례회를 여는 한편 회원사 공장을 방문하고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남들이 모르게 할 수 있는 지역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이루리는 결성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회원간의 친밀감을 높이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부산경남지역 2세 모임 ‘차세대기업인클럽’이 회원 72명으로 결성됐다. ‘차세대기업인클럽’은 경영승계에 관한 상호 정보를 교류하고, 세미나나 조찬포럼을 통해 경영자후계자 역량강화와 국내외 우수기업 탐방을 통한 경영사례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대구지역 섬유산업 2세 경영인 모임은 섬유업계의 미래를 밝게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산업기술재단에서 운영하는 ‘산학연 연계 섬유패션 고급인력양성사업’의 ‘차세대과정’을 계기로 뭉쳤다.
1970~1980년대 가격경쟁력 우위로 최대 호황을 누린 창업세대들은 서로 경쟁적 관계에 머물렀다.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로 치부됐다. 노동집약적인 다품종 소량생산시스템에 익숙한 창업세대들은 생산자동화, 디자인개발, 고기능성 등 미래경영환경을 준비하지 못했다.
2세대들은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2세대로서 갖는 고민을 나눈다. 창업세대의 성과와 한계를 분명히 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즐길만한 여유가 없다” = 중소기업 2세 경영인 모임은 현재 서로의 고민을 자유롭게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는 분위기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송원(경성인물 관리실장) 이루리 2대 회장은 “월례회에 회원 22명 중 20명 정도가 모인다”면서 “아직까지는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참석하고 싶은 모임을 만드는 것이 1차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들은 기업을 수성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회사내부에서 능력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다. 하지만 창업 2세로서 갖는 부담이 매우 크지만 고민을 함부로 내뱉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이러한 ‘동병상련’ 심정이 시간을 쪼개 모임에 참석하는 이유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주5일제를 먼저 시행하고 있는 회사가 있으면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를 묻거나, 나이 많은 부하직원은 어떻게 다루는지와 같은 시시콜콜한 문제들을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노하우를 공유하는 식이다.
이들 대부분은 재벌 2세들과는 달리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금요일 오후 7시경에 모임을 갖는다. 평일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진오(대봉LS 대표이사) 미래로 회장은 “알다시피 중소기업이 먹고 살기 바빠서 2세들이 모여 즐길만한 여유가 없다”면서 “원자재값 상승 등 시장상황과 회사 운영방안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며 의견을 나눈다”고 말했다.
특히 가업을 승계해야 하는 이들의 ‘경영학습’ 의지는 매우 강하다. 2세 경영인들 대부분은 처음부터 부친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없는데다 부친의 경영수업이 혹독하기 때문이다. 재벌 2세들의 ‘황제교육’과는 대조적이다.
윤 회장은 삼성에서 근무하다 부친회사에서 일한지 8년째다. 공장현장에서 3년, 영업 2년, 관리직 3년을 지내고 있다.
대구 섬유업계 2세대 모임을 주도하는 이창석 (주)이주 대표는 호주 유학 중 부친의 부름을 받고 귀국, 폐수처리장 청소가 그의 첫 일이었다.
회사 임직원들과 경쟁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해야 하는 어려운 관문을 이들은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계는 2세 경영인 모임이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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