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칼럼]‘업그레이드’ 대한민국을 바란다

지역내일 2008-06-03
‘업그레이드’ 대한민국을 바란다
박영규 (언론인 전 연합뉴스 논설위원)

“이게 2008년 대한민국입니까?”
촛불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본 시민이 저녁 텔레비전 뉴스에서 던진 말이다. 문민정치가 막을 올린 지 15년인데 군부독재 시절의 망령이 살아 있음을 보고 개탄한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인터넷에 경찰의 과잉대응이 찍힌 동영상들이 떠돈다. 경찰 간부가 전경들에게 노약자와 여성, 장애인을 때리는 장면이 찍히면 안 된다고 훈시하는 장면과 시위대를 경찰이 폭행하는 장면도 있다. 촛불 가두시위 중 경찰이 주차한 경찰버스 사이로 여성 시위자가 지나가자 경찰 한명이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쓰러뜨리고 구둣발로 밟고 차는 장면은 마치 80년 5월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인터넷에는 경찰이 진압용으로 사용한 물대포에 맞아 실명한 여고생이 있다는 등의 미확인 소문마저 떠돈다. 정권 출범 100일을 맞은 새정부의 모습은 아니다. 시민의 말대로 2008년의 대한민국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장면들이다.

격려는커녕 여론의 뭇매
3일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00일째 되는 날이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100일은 매우 의미 깊은 날이다. 면역력에 취약한 시기를 넘기는 시점이라 그렇다. 그래서 이날 가족들이 모여 잔치를 열고 아기의 장래를 기원하는 덕담을 아끼지 않는다.
이 대통령에게도 취임 100일은 의미 깊은 날이다. 정권 초기에 드러낸 갖가지 정책에 대한 점검과 함께 여론의 지적을 받는 날이다. 또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정치를 펴나가라는 격려와 덕담을 듣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CEO(최고경영자) 출신의 대통령답게 새벽부터 하루 종일 부지런히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기업인들에게는 규제완화를 약속하며 사기를 돋웠고 공직자들에게는 ‘머슴론’을 펴며 구태의연한 복지부동의 행태를 버리도록 채찍을 가했다. 외교적으로는 실용주의 노선을 취해 취임 초부터 ‘4강(强)외교’에 집중했다.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 중국을 잇달아 방문해 3국과의 관계 개선에 힘썼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격려는커녕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위기 국면에까지 내몰린 이유는 무얼까? 민심 읽기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취임 후 내각과 청와대 인선을 거쳐 국정 수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내각과 청와대 인선에서 ‘강부자’(강남땅부자)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이란 비아냥거리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지연이나 학연 등에 치우친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적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해서다.
과거 진보 색채의 국정 방향을 바꾸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도 미숙했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를 17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했으며 연내 비준도 기대하기 어렵다.
고유가 고물가 등 영향으로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 경제대통령으로서의 기대도 실현하기 어렵게 됐다. 광우병 불안에 휩싸인 국민을 조기에 설득력 있게 진정시키지 못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드세졌다.
치적용으로 야심차게 내걸었던 대운하 사업 등 주요정책사업은 강한 반대의 장벽에 부딪친 상태다.
민심의 이반은 이 대통령의 인기를 급전직하시켰다. 대선 때 50%에 근접했던 득표율의 절반도 안 되는 20%대 초반으로 인기도는 급락했다.
왜 이토록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추락하는지 정부는 올바른 진단을 내려야 한다. 출범 100일 만에 지지도가 20%대 초반으로 급락했다면 전이속도가 빠른 중증 암에 걸린 환자나 다름없다. 암 치료에는 암의 근원지(원발)를 찾는 일이 급선무다. 뿌리를 도려내지 않는 한 근치가 되지 않아서다.

실정원인 정확히 짚어내야
근원을 찾을 수 없는 원발불명암(原發不明癌)의 경우는 치료제 선택을 못해 치료가 어려워진다. 새정부도 암환자가 원발지를 찾듯 실정의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내야 한다. 새 정권의 위기는 ‘소통부재’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내각과 청와대의 일부 잘못된 인사와 당정청 간의 원만한 조율체제의 부재가 원인이라고도 한다. 나를 믿고 따르라는 CEO 식의 리더십도 통합을 아우르는 통치자의 리더십으로는 걸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실정의 원인을 곰곰이 따져보고 버릴 것은 버리고 가야 한다. 민심을 바로 읽어 국정운영에 반영하지 않는 한 제2 제3의 파동이 밀려온다. 광우병 파동보다 더 큰 분노의 쓰나미가 닥칠 수 있다. 대운하같은 공약사업도 재원이 달리거나 국민적 지지를 잃으면 과감히 떨쳐야 진정한 실용주의 정권이다. 국민은 ‘업그레이드’ 대한민국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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