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본격 시위 합류 … 옛 친구들 즉석 번개모임도 곳곳서 열려
지난 5일 밤 7시부터 시작된 72시간 촛불문화제가 8일 밤 마무리됐다. 대한민국 시위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연속집회에는 1987년 6월 거리를 뜨겁게 달군 ‘6월항쟁세대’가 많이 눈에 띄었다.
자식과 함께 혹은 옛 친구들과 함께 촛불을 든 40대 장년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10일 열리는 ‘100만, 촛불대행진’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 ‘아이 걱정’에 앞장선 40대 주부 = 지난 6일 저녁 촛불집회에 참석한 이미정(여·46)씨는 경기도 파주에 살고 있다. 이씨는 이날 시위에 남편과 둘째 아들을 데리고 파주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 광화문 거리에 나섰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던 이씨는 졸업 후에도 민주화 운동을 했다. 그는 교사가 되려던 꿈도 접어야 했다.
결혼 후 후 두 아이를 낳고 남편 월급만으로는 생활하기가 어려워 학습지 교사와 학원강사도 했다. 이씨는 87년 6월항쟁 이후 거리시위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과 그 해 ‘미선·효순양 촛불집회’ 때도 거리에 나서지 않았던 그가 거리에 나선 데는 자식에 대한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이후 발표되는 정책이나 행태를 보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미국산 쇠고기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울화통이 치민다”고 말했다.
이씨는 특히 현정부의 교육정책에 불만이 많다고 했다. 그는 “영어몰입교육은 사교육비가 늘어나 우리 같은 사람들은 감당을 할 수가 없다”며 “이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우리 아이들도 대학에 가면 시위를 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씨는 자신이 청년시절 겪었던 고난을 아이들한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다며 촛불거리행진에 잰걸음을 옮겼다.
◆‘어제의 동지들’ 즉석 번개 = 72시간 촛불시위에는 학생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이 즉석 연락을 통해 만나는 경우도 많았다. 오랜만에 만난 과 친구나 동아리 회원들이 거리에서 캔맥주를 마시며 번개모임을 가졌다. 지난 7일 밤 광화문역 3번 출구 앞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40대 중반 남성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1980년대에 학교에 다닌 대학교 선후배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들은 거의 10년 만에 만난 경우도 있었다. 함께 나온 부인이나 자녀들도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즉석 모임에 참석했다는 한기성(44)씨는 87년 6월항쟁 이후에도 한동안 사회운동을 하다 90년대 말 한 출판사에 취직 해 직장생활을 했다. 지금은 직접 자신이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한씨는 “처음에는 촛불시위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고 생업에 바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못했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문제지만 더 큰 것은 민주주의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윤관석(48)씨는 “과거에는 시위를 주도적으로 이끌던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평범한 시민으로 참여하니 여유가 있어 좋다”며 “촛불시위가 과거와 달리 여유 있고 즐겁게 진행되는 것 같아 아름답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촛불거리시위가 밤늦게까지 계속되면서 광화문 인근 뒷골목 술집에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옛 친구들의 술자리도 보였다.
지난 6일밤 늦은 시간 청진동 해장국집 골목에는 서울의 한 대학교 86학번 동기들이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로 휴대전화를 통해 번개모임을 갖고 광화문 인근을 두 바퀴나 거리행진 하다가 이야기꽃을 피운 것이다.
나이 마흔이 넘어 첫 아이를 봤다는 황병주(42)씨는 “나이 들어 아이 키울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며 “제발 우리 애가 커서는 시위가 없어지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동차 딜러사업을 하고 있는 서명찬(41)씨는 “요즘 기름값이 올라가면서 차를 찾는 고객이 절반도 안된다”며 “이러다가 먹고살 일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술잔이 몇순배 돌자 생활 얘기에서 자연스럽게 시국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다. 최근 쇠고기 정국과 한미FTA 문제, 이명박정부의 실정 등에 대해 밤늦게까지 얘기를 이어갔다.
이상선 이재걸 백만호 기자 ss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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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밤 7시부터 시작된 72시간 촛불문화제가 8일 밤 마무리됐다. 대한민국 시위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연속집회에는 1987년 6월 거리를 뜨겁게 달군 ‘6월항쟁세대’가 많이 눈에 띄었다.
자식과 함께 혹은 옛 친구들과 함께 촛불을 든 40대 장년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10일 열리는 ‘100만, 촛불대행진’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 ‘아이 걱정’에 앞장선 40대 주부 = 지난 6일 저녁 촛불집회에 참석한 이미정(여·46)씨는 경기도 파주에 살고 있다. 이씨는 이날 시위에 남편과 둘째 아들을 데리고 파주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 광화문 거리에 나섰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던 이씨는 졸업 후에도 민주화 운동을 했다. 그는 교사가 되려던 꿈도 접어야 했다.
결혼 후 후 두 아이를 낳고 남편 월급만으로는 생활하기가 어려워 학습지 교사와 학원강사도 했다. 이씨는 87년 6월항쟁 이후 거리시위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과 그 해 ‘미선·효순양 촛불집회’ 때도 거리에 나서지 않았던 그가 거리에 나선 데는 자식에 대한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이후 발표되는 정책이나 행태를 보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미국산 쇠고기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울화통이 치민다”고 말했다.
이씨는 특히 현정부의 교육정책에 불만이 많다고 했다. 그는 “영어몰입교육은 사교육비가 늘어나 우리 같은 사람들은 감당을 할 수가 없다”며 “이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우리 아이들도 대학에 가면 시위를 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씨는 자신이 청년시절 겪었던 고난을 아이들한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다며 촛불거리행진에 잰걸음을 옮겼다.
◆‘어제의 동지들’ 즉석 번개 = 72시간 촛불시위에는 학생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이 즉석 연락을 통해 만나는 경우도 많았다. 오랜만에 만난 과 친구나 동아리 회원들이 거리에서 캔맥주를 마시며 번개모임을 가졌다. 지난 7일 밤 광화문역 3번 출구 앞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40대 중반 남성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1980년대에 학교에 다닌 대학교 선후배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들은 거의 10년 만에 만난 경우도 있었다. 함께 나온 부인이나 자녀들도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즉석 모임에 참석했다는 한기성(44)씨는 87년 6월항쟁 이후에도 한동안 사회운동을 하다 90년대 말 한 출판사에 취직 해 직장생활을 했다. 지금은 직접 자신이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한씨는 “처음에는 촛불시위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고 생업에 바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못했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문제지만 더 큰 것은 민주주의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윤관석(48)씨는 “과거에는 시위를 주도적으로 이끌던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평범한 시민으로 참여하니 여유가 있어 좋다”며 “촛불시위가 과거와 달리 여유 있고 즐겁게 진행되는 것 같아 아름답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촛불거리시위가 밤늦게까지 계속되면서 광화문 인근 뒷골목 술집에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옛 친구들의 술자리도 보였다.
지난 6일밤 늦은 시간 청진동 해장국집 골목에는 서울의 한 대학교 86학번 동기들이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로 휴대전화를 통해 번개모임을 갖고 광화문 인근을 두 바퀴나 거리행진 하다가 이야기꽃을 피운 것이다.
나이 마흔이 넘어 첫 아이를 봤다는 황병주(42)씨는 “나이 들어 아이 키울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며 “제발 우리 애가 커서는 시위가 없어지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동차 딜러사업을 하고 있는 서명찬(41)씨는 “요즘 기름값이 올라가면서 차를 찾는 고객이 절반도 안된다”며 “이러다가 먹고살 일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술잔이 몇순배 돌자 생활 얘기에서 자연스럽게 시국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다. 최근 쇠고기 정국과 한미FTA 문제, 이명박정부의 실정 등에 대해 밤늦게까지 얘기를 이어갔다.
이상선 이재걸 백만호 기자 ss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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