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꿈도, 앞으로 희망도 농업인”
한국농업대 1기 졸업 … 친환경 깻잎·상추로 연간 7000만원 매출
전북 익산시 여산면에 있는 농장 채소마을은 인터넷 채소마을(http://chaesomaul.com)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인터넷 채소마을에 들어서면 젊은 부부가 곱게 가꾸는 깻잎과 상추를 볼 수 있다. 뿐 아니다. 한국의 농업이 자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문학가도 기자도 아닌 농업인 선택 = 남편 차현호(32)씨와 함께 채소마을을 운영하고 있는 하수진(31) 대표는 어려서부터 농사일을 하겠다는 꿈을 가졌다. 전남 보성에서 벼농사를 짓는 부모님과 함께 자란 그는 농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거나 농사꾼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고교시절 4H모임에서 농촌 청소년 봉사활동을 했고, 1997년 1기생으로 한국농업대학 채소학과에 입학했다. 문학에 소질이 있었던 그에게 일반대학 국문학과는 유혹이었지만 하 대표는 기꺼이 한국농업대학을 선택했다.
수업료 전액을 국비로 지원하는 한국농업대학은 국내 대표적인 농업사관학교다.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고, 3년 교육과정을 마친 후 졸업하게 되면 재학 기간의 두 배가 되는 6년 동안 농사를 지어야 한다.
어려서부터 농업인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하 대표에게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있을 수 없었다. 하 대표는 수석졸업을 할 정도로 학과 공부에 전념했다.
대학시절 어려운 때도 있었다. 이론교육을 받는 1학년을 마치고 실습활동을 하는 2학년이 됐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하 대표를 받아주는 농가가 없었던 것이다. 학교 교육과정이었던 농장실습이 그녀 앞에 걸림돌로 나타난 것이다.
하 대표는 “농사일이 많이 힘드니까 농장에서는 여학생들이 오래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하 대표를 받아준 곳은 진주의 한 육묘장이었다. 처음에는 망설이던 농장주가 면접 후 “열심히 해보자”며 그를 받아 주었다.
대학 졸업 후 농사를 짓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힘들게 교육시켰더니 고향에서 농사나 짓는다는 주변의 시선과 부모님의 반대가 그를 괴롭혔다. 하 대표는 “엄마가 동네사람들의 수근거림 때문에 거의 매일 밤 우셨다”며 “부모님도 농사일로 너무 힘들게 살아오셨기 때문에 딸만은 농사를 짓지 않길 바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일로 지친 하 대표는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지방신문사에서 1년간 기자생활을 하기도 했다.
◆“순환농업으로 농사성공 꿈꾼다” = 지친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남편 차현호씨였다. 막내고모의 제과점 일을 도우며 지내던 하 대표는 어느날 깻잎따는 일을 도우러 갔다가 만난 차현호씨에게 첫눈에 끌렸다.
남편은 서울에서 공대를 다니다 집안 일로 휴학을 한 후 고향에서 농사일을 돕고 있었다. 농사의 매력에 빠진 차씨는 한국농업대학에 입학했고, 하 대표를 만난 것이다.
두 사람은 만난지 4개월만인 2005년 3월 결혼했다.
하 대표 부부는 결혼과 함께 친환경농업을 선택했다. 멜론을 작물로 선택한 첫 해 농사는 멜론 50%를 죽이고 막을 내렸다.
그들은 다시 친환경작목반에서 일을 배우며 레드치커리, 상추, 비트 등 쌈채소에 도전했고 2006년엔 깻잎 농사를 지었다.
하 대표 부부는 깻잎 농사로 유명한 금산 밀양 추부 등을 찾아가 이른바 ‘친환경 깻잎 농사의 달인’들에게 배웠지만 그해 10월이 지나면서 깻잎에 노균병이 돌아 모두 폐기처분했다. 하 대표는 “친환경 농사 첫해의 실패가 너무도 컸었기 때문에 그땐 실망하고 있을 겨를도 없었다”며 “책을 사 보고, 직거래 시장을 공부하면서 친환경 작물을 직거래하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관리하면서 극복해 나갔다”고 말했다.
인터넷 채소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주문도 많아지고 있다. 하 대표는 “온라인 직거래와 친환경농산물 유통의 길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길도 보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 대표 부부는 “돈을 버는 것보다 도시 생활에 지친 친구과 다른 가족들이 농장에 찾아와 마음 편하게 쉬다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논과 밭에는 친환경 작물이 자라고 도시 사람들이 친환경농사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들은 ‘외양간에 소 키우고 마당에 닭이 모이는 쪼는 옛날 시골집 같은 풍경을 꾸미는 꿈’을 꾸고 있다.
하 대표 부부는 더욱 환경친화적인 농사를 하겠다며 ‘순환농업’을 시도하고 있다. 하 대표는 “순환농업은 소의 분비물을 지렁이가 분해해서 생물이 살게 하고, 그 흙 위에서 작물이 자라고 그 작물을 다시 소의 먹이로 사용하는 식”이라며 “친환경보다 더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지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 대표 부부는 지난해 1000평 밭에서 친환경 깻잎과 상추를 재배해 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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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대 1기 졸업 … 친환경 깻잎·상추로 연간 7000만원 매출
전북 익산시 여산면에 있는 농장 채소마을은 인터넷 채소마을(http://chaesomaul.com)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인터넷 채소마을에 들어서면 젊은 부부가 곱게 가꾸는 깻잎과 상추를 볼 수 있다. 뿐 아니다. 한국의 농업이 자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문학가도 기자도 아닌 농업인 선택 = 남편 차현호(32)씨와 함께 채소마을을 운영하고 있는 하수진(31) 대표는 어려서부터 농사일을 하겠다는 꿈을 가졌다. 전남 보성에서 벼농사를 짓는 부모님과 함께 자란 그는 농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거나 농사꾼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고교시절 4H모임에서 농촌 청소년 봉사활동을 했고, 1997년 1기생으로 한국농업대학 채소학과에 입학했다. 문학에 소질이 있었던 그에게 일반대학 국문학과는 유혹이었지만 하 대표는 기꺼이 한국농업대학을 선택했다.
수업료 전액을 국비로 지원하는 한국농업대학은 국내 대표적인 농업사관학교다.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고, 3년 교육과정을 마친 후 졸업하게 되면 재학 기간의 두 배가 되는 6년 동안 농사를 지어야 한다.
어려서부터 농업인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하 대표에게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있을 수 없었다. 하 대표는 수석졸업을 할 정도로 학과 공부에 전념했다.
대학시절 어려운 때도 있었다. 이론교육을 받는 1학년을 마치고 실습활동을 하는 2학년이 됐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하 대표를 받아주는 농가가 없었던 것이다. 학교 교육과정이었던 농장실습이 그녀 앞에 걸림돌로 나타난 것이다.
하 대표는 “농사일이 많이 힘드니까 농장에서는 여학생들이 오래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하 대표를 받아준 곳은 진주의 한 육묘장이었다. 처음에는 망설이던 농장주가 면접 후 “열심히 해보자”며 그를 받아 주었다.
대학 졸업 후 농사를 짓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힘들게 교육시켰더니 고향에서 농사나 짓는다는 주변의 시선과 부모님의 반대가 그를 괴롭혔다. 하 대표는 “엄마가 동네사람들의 수근거림 때문에 거의 매일 밤 우셨다”며 “부모님도 농사일로 너무 힘들게 살아오셨기 때문에 딸만은 농사를 짓지 않길 바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일로 지친 하 대표는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지방신문사에서 1년간 기자생활을 하기도 했다.
◆“순환농업으로 농사성공 꿈꾼다” = 지친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남편 차현호씨였다. 막내고모의 제과점 일을 도우며 지내던 하 대표는 어느날 깻잎따는 일을 도우러 갔다가 만난 차현호씨에게 첫눈에 끌렸다.
남편은 서울에서 공대를 다니다 집안 일로 휴학을 한 후 고향에서 농사일을 돕고 있었다. 농사의 매력에 빠진 차씨는 한국농업대학에 입학했고, 하 대표를 만난 것이다.
두 사람은 만난지 4개월만인 2005년 3월 결혼했다.
하 대표 부부는 결혼과 함께 친환경농업을 선택했다. 멜론을 작물로 선택한 첫 해 농사는 멜론 50%를 죽이고 막을 내렸다.
그들은 다시 친환경작목반에서 일을 배우며 레드치커리, 상추, 비트 등 쌈채소에 도전했고 2006년엔 깻잎 농사를 지었다.
하 대표 부부는 깻잎 농사로 유명한 금산 밀양 추부 등을 찾아가 이른바 ‘친환경 깻잎 농사의 달인’들에게 배웠지만 그해 10월이 지나면서 깻잎에 노균병이 돌아 모두 폐기처분했다. 하 대표는 “친환경 농사 첫해의 실패가 너무도 컸었기 때문에 그땐 실망하고 있을 겨를도 없었다”며 “책을 사 보고, 직거래 시장을 공부하면서 친환경 작물을 직거래하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관리하면서 극복해 나갔다”고 말했다.
인터넷 채소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주문도 많아지고 있다. 하 대표는 “온라인 직거래와 친환경농산물 유통의 길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길도 보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 대표 부부는 “돈을 버는 것보다 도시 생활에 지친 친구과 다른 가족들이 농장에 찾아와 마음 편하게 쉬다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논과 밭에는 친환경 작물이 자라고 도시 사람들이 친환경농사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들은 ‘외양간에 소 키우고 마당에 닭이 모이는 쪼는 옛날 시골집 같은 풍경을 꾸미는 꿈’을 꾸고 있다.
하 대표 부부는 더욱 환경친화적인 농사를 하겠다며 ‘순환농업’을 시도하고 있다. 하 대표는 “순환농업은 소의 분비물을 지렁이가 분해해서 생물이 살게 하고, 그 흙 위에서 작물이 자라고 그 작물을 다시 소의 먹이로 사용하는 식”이라며 “친환경보다 더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지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 대표 부부는 지난해 1000평 밭에서 친환경 깻잎과 상추를 재배해 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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