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더워지는 판이니, 시원한 음료수 얘기부터 해 보자.
세계적인 음료회사인 코카콜라는 1984년 가파른 벼랑 끝에 선 것으로 보였다.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콜라 시장에서 1위라는 위상이 위협받고 있었던 것이다.
펩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눈을 가리고 맛을 가리는 시음회인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소비자들이 펩시를 더 선호하기 시작했다.
코카콜라의 신속한 결단과 용기
이 다급한 시장 잠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카콜라는 지금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비책, 곧 음료수의 제조법을 바꾸는 일에 착수했다. 회사는 콜라 맛이 바뀌었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이 부정적으로 나타났던 시장조사 결과를 무시한 채 결국 제조법을 변경, 1985년 9월 드디어 새로운 코카콜라인 '뉴코크'가 탄생했다.
회사는 뉴코크가 이전 콜라에 비해 더 부드럽고 달콤해 소비자들의 입맛에 더 잘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것은 날마다 수백만 개의 기존 콜라가 함께 팔리고 있는 시장의 성향을 무시한 결정이었다. 계획은 실패했다. 이것을 금세 기 마케팅 사상 최고의 실수라고 부르는 것도, 코카콜라가 받은 타격에 비하면 대단히 완곡한 표현이었다.
코카콜라는 신제품 뉴코크가 실패했다는 것을 깨닫고, 원점으로 돌아가 90일 뒤에는 원래의 맛을 재도입했다. 처음의 맛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 뒤 이 회사에서 제조법을 바꾸는 것은 두 번 다시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비록 코카콜라가 새로운 시도에 실패했지만, 그 실패를 인정하고 원래의 제조법으로 복귀한 것은 대범하고도 신속한 결단이었다. 그처럼 신속한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나중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사태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문제와 잘못을 당당히 인정해야
우리는 모두 실수를 저지르며 산다. 실수를 깨달았을 때, 가장 먼저 조처해야 할 일은 손을 들고 그것을 당당하게 인정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것이야말로 참된 용기이다. 그 용기를 발휘해야 실수로 인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을 터이다.
그런데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소한 실수에서부터 국가적인 중대사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실수를 인정하는 데 있어 모든 사람들이 다 인색하다. 실수를 해 놓고도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로는, 남북관계만한 영역이 쉽지 않을 것이다. 남과 북의 상호관계에 있어서도 그렇거니와, 남북 각기의 자기체계 내부에 있어서도 그렇다.
근자의 남북관계는 장기적인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지난 3월 북측의 제5차 남북장관급회담 불참 통보 이후, 전혀 진전이 없는 남북관계는 일시적 소강상태로 설명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동해상을 오가는 금강산 유람선도 문제가 생기고 있고, 서로 꿈결처럼 약속했던 경의선 복구 등속의 얘기는 아득하게 멀어져버렸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북미관계의 긴장 국면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문제는 이처럼 남북이 소원한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을 안정적인 관계로 잘못 인식하는 데 있다. 이렇게 세월을 보내기로 한다면, 삶의 막바지에서 가족의 소식과 재회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고령의 이산가족 1세대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위기상황이란 없는 것으로 된다.
이산가족문제 해결, 다시 뛰어야
그처럼 온 천하가 떠들썩하도록 3차에 걸쳐 교환방문을 실시하다가, 어떻게 이토록 조용하고 간단해져버릴 수 있단 말인가.
남북이 함께 화해와 협력의 작은 불씨를 소중하게 성실하게 지속적으로 가꾸어 왔어야 한다는 당위적 명제에 비추어 보면, 지금의 남북 정책 당국자들은 이와같은 중도단절의 상황이 서로의 잘못이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무엇보다도 큰 위기에 해당한다는 사실 또한 신속하게 깨우쳐야 마땅하다. 기실 이는 제품의 시장점유율처럼 눈에 보이는 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필요하다면 좀 무리가 되더라도 남북 정상이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 그 회담을 서두르고, 북미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도 할 수 있는 양보는 하는 것이 좋겠다. 남북이 그러고 있는 동안에도 EU의 대북수교 결정이 나오지 않았던가. 이 시기에 있어서 남북관계는, 결단코 '침묵이 금'이라는 옛말과는 정반대이다. 움직여야 한다. 이 깊은 침묵 앞에 허망한 세월만 죽여야하는 사람들의 심사를 헤아려야 한다.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사무국장/경희대 교수
karts@hanmail.net
세계적인 음료회사인 코카콜라는 1984년 가파른 벼랑 끝에 선 것으로 보였다.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콜라 시장에서 1위라는 위상이 위협받고 있었던 것이다.
펩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눈을 가리고 맛을 가리는 시음회인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소비자들이 펩시를 더 선호하기 시작했다.
코카콜라의 신속한 결단과 용기
이 다급한 시장 잠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카콜라는 지금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비책, 곧 음료수의 제조법을 바꾸는 일에 착수했다. 회사는 콜라 맛이 바뀌었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이 부정적으로 나타났던 시장조사 결과를 무시한 채 결국 제조법을 변경, 1985년 9월 드디어 새로운 코카콜라인 '뉴코크'가 탄생했다.
회사는 뉴코크가 이전 콜라에 비해 더 부드럽고 달콤해 소비자들의 입맛에 더 잘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것은 날마다 수백만 개의 기존 콜라가 함께 팔리고 있는 시장의 성향을 무시한 결정이었다. 계획은 실패했다. 이것을 금세 기 마케팅 사상 최고의 실수라고 부르는 것도, 코카콜라가 받은 타격에 비하면 대단히 완곡한 표현이었다.
코카콜라는 신제품 뉴코크가 실패했다는 것을 깨닫고, 원점으로 돌아가 90일 뒤에는 원래의 맛을 재도입했다. 처음의 맛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 뒤 이 회사에서 제조법을 바꾸는 것은 두 번 다시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비록 코카콜라가 새로운 시도에 실패했지만, 그 실패를 인정하고 원래의 제조법으로 복귀한 것은 대범하고도 신속한 결단이었다. 그처럼 신속한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나중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사태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문제와 잘못을 당당히 인정해야
우리는 모두 실수를 저지르며 산다. 실수를 깨달았을 때, 가장 먼저 조처해야 할 일은 손을 들고 그것을 당당하게 인정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것이야말로 참된 용기이다. 그 용기를 발휘해야 실수로 인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을 터이다.
그런데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소한 실수에서부터 국가적인 중대사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실수를 인정하는 데 있어 모든 사람들이 다 인색하다. 실수를 해 놓고도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로는, 남북관계만한 영역이 쉽지 않을 것이다. 남과 북의 상호관계에 있어서도 그렇거니와, 남북 각기의 자기체계 내부에 있어서도 그렇다.
근자의 남북관계는 장기적인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지난 3월 북측의 제5차 남북장관급회담 불참 통보 이후, 전혀 진전이 없는 남북관계는 일시적 소강상태로 설명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동해상을 오가는 금강산 유람선도 문제가 생기고 있고, 서로 꿈결처럼 약속했던 경의선 복구 등속의 얘기는 아득하게 멀어져버렸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북미관계의 긴장 국면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문제는 이처럼 남북이 소원한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을 안정적인 관계로 잘못 인식하는 데 있다. 이렇게 세월을 보내기로 한다면, 삶의 막바지에서 가족의 소식과 재회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고령의 이산가족 1세대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위기상황이란 없는 것으로 된다.
이산가족문제 해결, 다시 뛰어야
그처럼 온 천하가 떠들썩하도록 3차에 걸쳐 교환방문을 실시하다가, 어떻게 이토록 조용하고 간단해져버릴 수 있단 말인가.
남북이 함께 화해와 협력의 작은 불씨를 소중하게 성실하게 지속적으로 가꾸어 왔어야 한다는 당위적 명제에 비추어 보면, 지금의 남북 정책 당국자들은 이와같은 중도단절의 상황이 서로의 잘못이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무엇보다도 큰 위기에 해당한다는 사실 또한 신속하게 깨우쳐야 마땅하다. 기실 이는 제품의 시장점유율처럼 눈에 보이는 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필요하다면 좀 무리가 되더라도 남북 정상이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 그 회담을 서두르고, 북미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도 할 수 있는 양보는 하는 것이 좋겠다. 남북이 그러고 있는 동안에도 EU의 대북수교 결정이 나오지 않았던가. 이 시기에 있어서 남북관계는, 결단코 '침묵이 금'이라는 옛말과는 정반대이다. 움직여야 한다. 이 깊은 침묵 앞에 허망한 세월만 죽여야하는 사람들의 심사를 헤아려야 한다.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사무국장/경희대 교수
kart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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