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률이 출생률의 2배…가정 45% 자녀 없어
병원 찾는 노인 10명 중 7명의 병명은 ‘고독’
이탈리아 리구리아는 유럽에서 고령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사망률이 출생률 보다 2배나 많다. 이민자 대량 유입도 문제 해결해 주지 못한다. 이는 50년 후 고령화 사회의 암울한 모습을 예고한다고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가 최근 보도했다.
리구리아 고레토. 유럽에서 가장 ‘늙은’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제품은 바로 ‘죽음’이다. 이 죽음으로 인해 마을 예산은 항상 풍족하다. 1세기 전 1264명이 거주하던 이곳에 이젠 124명의 주민만이 남았을 뿐이다. 인구 1000명 당 사망자가 4150명꼴이다. 덕분에 묘지는 만원이고 계속해서 새 묘지를 파고 있다. 늘어선 집들은 대부분 빈집이다.
파올로 아바티 사회학자는 “1세기 전부터 리구리아는 이탈리아 사회의 미래를 예견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화와 산업 및 단순작업의 위기, 이민자의 대량 유입과 대가족의 소멸의 경우가 그랬으며 이제 고령화 사회의 앞날을 보여주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리구리아의 미래는 고령화 사회의 두려움 그 자체다. 유럽에서 고령인구가 가장 많은 이 지역은 유럽 지역 중 혼인율은 가장 낮고 이혼율은 가장 높다. 이탈리아 통계청(ISTAT) 자료에 따르면 가정의 37%가 편부모가정이며 45%가 자녀가 없다. 부부 당 자녀수는 1.18명에 불과하다. 2026년이면 10명 중 3명이 65세 이상이 되며 2050년이면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도 벌써 10명 중 4명 가까이가 은퇴자다.
리구리아에서는 또 매년 사망하는 사람이 태어나는 아기 보다 2배나 많다. 14세 이하 어린이 1인 당 70세 이상 고령자가 6명꼴이다. 그 결과 리구리아 주민의 60%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으며 80%가 자립이 불가능하다. 이민자가 7만4000명으로 인구의 5%를 차지하지만 인구 감소는 만성적 현상이다. 초등학교 교실은 빈자리가 남아돈다. 각 개별교과 교사 수를 늘리지 않았다면 교사들은 ‘멸종위기 동물’의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유럽에서도 유일한 경우다.
제노바 시 산마르티노종합병원의 응급실은 주말이면 ‘야영지’를 방불케 한다. 수백명의 노인들이 병원 복도에 장사진을 치르고 있다. 이들은 하루 내내 응급용 들것 위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10명 중 7명의 진단 결과는 ‘고독’이기 때문이다. 지역 신문에서는 노인들의 비극을 담은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시내 고급 아파트에서 한 노인이 쓰레기 더미 틈에서 발견됐다는 내용이나 독거노인이 화장실에서 미끄러졌지만 1주일이 넘어 아사직전에 발견됐다는 소식, 할아버지가 마트에서 팬티와 양말을 훔치다 발각됐다는 사건 등이다.
인구 고령화로 가장 타격이 큰 것은 중산층 고령자다. 사회복지단체 ‘카리타스’는 “무료 저녁식사를 먹으러 줄을 서는 사람 중, 은퇴자들이 아프리카인들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병에 걸리거나 배우자와 사별할 경우 고령자들은 이틀에 하루 꼴로 흰 쌀죽 밖에 먹지 못한다.
인구 붕괴는 경기 침체도 불러왔다. 마르코 도리아 경제역사학자는 “고령화는 사회·문화 역시 변화시킨다”면서 “2007년 제노바에서는 70대 노인과 동유럽 이민자 간의 결혼이 23~28세 이탈리아 젊은이 간의 결혼보다 훨씬 많았다”고 지적했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청년 실업자 10명 중 7명이 직업을 찾지 못할 경우 30세 전에 지역을 떠난다. 운 좋게 직업과 주택을 손에 넣은 젊은이들도 가정을 꾸리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제네바의 한 미국식 바 벽에 쓰여 있는 문구는 고령화 사회를 향해가고 있는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바보 늙은이들아 우리를 괴롭히지 말고 빨리 죽어라.”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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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찾는 노인 10명 중 7명의 병명은 ‘고독’
이탈리아 리구리아는 유럽에서 고령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사망률이 출생률 보다 2배나 많다. 이민자 대량 유입도 문제 해결해 주지 못한다. 이는 50년 후 고령화 사회의 암울한 모습을 예고한다고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가 최근 보도했다.
리구리아 고레토. 유럽에서 가장 ‘늙은’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제품은 바로 ‘죽음’이다. 이 죽음으로 인해 마을 예산은 항상 풍족하다. 1세기 전 1264명이 거주하던 이곳에 이젠 124명의 주민만이 남았을 뿐이다. 인구 1000명 당 사망자가 4150명꼴이다. 덕분에 묘지는 만원이고 계속해서 새 묘지를 파고 있다. 늘어선 집들은 대부분 빈집이다.
파올로 아바티 사회학자는 “1세기 전부터 리구리아는 이탈리아 사회의 미래를 예견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화와 산업 및 단순작업의 위기, 이민자의 대량 유입과 대가족의 소멸의 경우가 그랬으며 이제 고령화 사회의 앞날을 보여주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리구리아의 미래는 고령화 사회의 두려움 그 자체다. 유럽에서 고령인구가 가장 많은 이 지역은 유럽 지역 중 혼인율은 가장 낮고 이혼율은 가장 높다. 이탈리아 통계청(ISTAT) 자료에 따르면 가정의 37%가 편부모가정이며 45%가 자녀가 없다. 부부 당 자녀수는 1.18명에 불과하다. 2026년이면 10명 중 3명이 65세 이상이 되며 2050년이면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도 벌써 10명 중 4명 가까이가 은퇴자다.
리구리아에서는 또 매년 사망하는 사람이 태어나는 아기 보다 2배나 많다. 14세 이하 어린이 1인 당 70세 이상 고령자가 6명꼴이다. 그 결과 리구리아 주민의 60%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으며 80%가 자립이 불가능하다. 이민자가 7만4000명으로 인구의 5%를 차지하지만 인구 감소는 만성적 현상이다. 초등학교 교실은 빈자리가 남아돈다. 각 개별교과 교사 수를 늘리지 않았다면 교사들은 ‘멸종위기 동물’의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유럽에서도 유일한 경우다.
제노바 시 산마르티노종합병원의 응급실은 주말이면 ‘야영지’를 방불케 한다. 수백명의 노인들이 병원 복도에 장사진을 치르고 있다. 이들은 하루 내내 응급용 들것 위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10명 중 7명의 진단 결과는 ‘고독’이기 때문이다. 지역 신문에서는 노인들의 비극을 담은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시내 고급 아파트에서 한 노인이 쓰레기 더미 틈에서 발견됐다는 내용이나 독거노인이 화장실에서 미끄러졌지만 1주일이 넘어 아사직전에 발견됐다는 소식, 할아버지가 마트에서 팬티와 양말을 훔치다 발각됐다는 사건 등이다.
인구 고령화로 가장 타격이 큰 것은 중산층 고령자다. 사회복지단체 ‘카리타스’는 “무료 저녁식사를 먹으러 줄을 서는 사람 중, 은퇴자들이 아프리카인들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병에 걸리거나 배우자와 사별할 경우 고령자들은 이틀에 하루 꼴로 흰 쌀죽 밖에 먹지 못한다.
인구 붕괴는 경기 침체도 불러왔다. 마르코 도리아 경제역사학자는 “고령화는 사회·문화 역시 변화시킨다”면서 “2007년 제노바에서는 70대 노인과 동유럽 이민자 간의 결혼이 23~28세 이탈리아 젊은이 간의 결혼보다 훨씬 많았다”고 지적했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청년 실업자 10명 중 7명이 직업을 찾지 못할 경우 30세 전에 지역을 떠난다. 운 좋게 직업과 주택을 손에 넣은 젊은이들도 가정을 꾸리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제네바의 한 미국식 바 벽에 쓰여 있는 문구는 고령화 사회를 향해가고 있는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바보 늙은이들아 우리를 괴롭히지 말고 빨리 죽어라.”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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