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고령자 가장 많은 이탈리아 지역 … 혼인율 낮고 이혼율 높아
70대 노인결혼이 20대보다 많아 … 병원찾는 노인들 병명은 ‘고독’
이탈리아 리구리아는 제주도 세배 크기에 인구 150만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유럽에서 고령자가 가장 많다.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는 리구리아의 사례를 고령화 사회의 암울한 미래로 제시했다.
사회학자 파올로 아바티는 “1세기 전부터 리구리아는 이탈리아 사회의 미래를 예견해 왔다”며 “도시화와 산업화의 위기, 이민자의 대량 유입과 대가족 소멸로 고령화 사회의 앞날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구리아는 유럽에서 고령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혼인율은 가장 낮고 이혼율은 가장 높다. 이탈리아 통계청(ISTAT) 자료에 따르면 가정의 37%가 편부모가정이며 45%가 자녀가 없다. 부부 당 자녀수는 1.18명에 불과하다. 2026년이면 10명 중 3명이 65세 이상이 되며 2050년이면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도 벌써 10명 중 4명 가까이가 은퇴자다.
리구리아에서는 또 매년 사망하는 사람이 태어나는 아기 보다 2배나 많다. 14세 이하 어린이 1인당 70세 이상 고령자가 6명꼴이다. 그 결과 리구리아 주민의 60%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으며 80%가 자립이 불가능하다. 이민자가 7만4000명으로 인구의 5%를 차지하지만 인구 감소는 만성적 현상이다.
리구리아의 제노바 시에 있는 산마르티노종합병원의 응급실은 주말이면 ‘야영지’를 방불케 한다. 수백명의 노인들이 병원 복도에 장사진을 치르고 있다. 이들은 하루 내내 응급용 들 것 위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10명 중 7명의 진단 결과는 ‘고독’이기 때문이다.
지역 신문에서는 노인들의 비극을 담은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시내 고급 아파트에서 한 노인이 쓰레기 더미 틈에서 발견됐다는 내용이나 화장실에서 미끄러진 독거노인이 1주일만에 아사직전에 발견됐다는 소식, 할아버지가 마트에서 팬티와 양말을 훔치다 발각됐다는 사건 등이다.
인구 고령화로 가장 타격이 큰 것은 중산층 고령자다. 사회복지단체 ‘카리타스’는 “무료 저녁식사를 먹으러 줄을 서는 사람 중, 은퇴자들이 아프리카인들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병에 걸리거나 배우자와 사별할 경우 고령자들은 이틀에 하루 꼴로 흰 쌀죽 밖에 먹지 못한다.
인구 붕괴는 경기 침체도 불러왔다. 경제사학자인 마르코 도리아는 “고령화는 사회와 문화도 변화시킨다”면서 “2007년에 제노바에서는 70대 노인과 동유럽 이민자 간의 결혼이 20대 젊은이들의 결혼보다 많았다”고 지적했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청년 실업자 10명 중 7명이 직업을 찾지 못할 경우 30세 전에 지역을 떠난다. 운 좋게 직업과 주택을 손에 넣은 젊은이들도 가정을 꾸리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제네바의 한 미국식 술집 벽에는 “늙은 바보들아. 우리를 괴롭히지 말고 빨리 죽어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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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인결혼이 20대보다 많아 … 병원찾는 노인들 병명은 ‘고독’
이탈리아 리구리아는 제주도 세배 크기에 인구 150만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유럽에서 고령자가 가장 많다.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는 리구리아의 사례를 고령화 사회의 암울한 미래로 제시했다.
사회학자 파올로 아바티는 “1세기 전부터 리구리아는 이탈리아 사회의 미래를 예견해 왔다”며 “도시화와 산업화의 위기, 이민자의 대량 유입과 대가족 소멸로 고령화 사회의 앞날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구리아는 유럽에서 고령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혼인율은 가장 낮고 이혼율은 가장 높다. 이탈리아 통계청(ISTAT) 자료에 따르면 가정의 37%가 편부모가정이며 45%가 자녀가 없다. 부부 당 자녀수는 1.18명에 불과하다. 2026년이면 10명 중 3명이 65세 이상이 되며 2050년이면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도 벌써 10명 중 4명 가까이가 은퇴자다.
리구리아에서는 또 매년 사망하는 사람이 태어나는 아기 보다 2배나 많다. 14세 이하 어린이 1인당 70세 이상 고령자가 6명꼴이다. 그 결과 리구리아 주민의 60%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으며 80%가 자립이 불가능하다. 이민자가 7만4000명으로 인구의 5%를 차지하지만 인구 감소는 만성적 현상이다.
리구리아의 제노바 시에 있는 산마르티노종합병원의 응급실은 주말이면 ‘야영지’를 방불케 한다. 수백명의 노인들이 병원 복도에 장사진을 치르고 있다. 이들은 하루 내내 응급용 들 것 위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10명 중 7명의 진단 결과는 ‘고독’이기 때문이다.
지역 신문에서는 노인들의 비극을 담은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시내 고급 아파트에서 한 노인이 쓰레기 더미 틈에서 발견됐다는 내용이나 화장실에서 미끄러진 독거노인이 1주일만에 아사직전에 발견됐다는 소식, 할아버지가 마트에서 팬티와 양말을 훔치다 발각됐다는 사건 등이다.
인구 고령화로 가장 타격이 큰 것은 중산층 고령자다. 사회복지단체 ‘카리타스’는 “무료 저녁식사를 먹으러 줄을 서는 사람 중, 은퇴자들이 아프리카인들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병에 걸리거나 배우자와 사별할 경우 고령자들은 이틀에 하루 꼴로 흰 쌀죽 밖에 먹지 못한다.
인구 붕괴는 경기 침체도 불러왔다. 경제사학자인 마르코 도리아는 “고령화는 사회와 문화도 변화시킨다”면서 “2007년에 제노바에서는 70대 노인과 동유럽 이민자 간의 결혼이 20대 젊은이들의 결혼보다 많았다”고 지적했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청년 실업자 10명 중 7명이 직업을 찾지 못할 경우 30세 전에 지역을 떠난다. 운 좋게 직업과 주택을 손에 넣은 젊은이들도 가정을 꾸리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제네바의 한 미국식 술집 벽에는 “늙은 바보들아. 우리를 괴롭히지 말고 빨리 죽어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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