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토론으로 민심 설득”
국회부의장 출신 중진 눌러 … 탈 여의도행보 주목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의 여권중진 김덕규 의원의 낙선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은 ‘이변’이라고 표현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과 호남세가 강한 중랑구에서 지난 81년부터 금배지를 단 터줏대감이었지만 그를 이긴 진성호 당선자는 한나라당과 영남출신에 중랑구에선 살아본 적도 없는 전직 기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선거 1주일전까지 그는 10%P이상 지고 있었다.
하지만 진 당선자는 승리를 확신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32% 고정층 지지에 머물렀고 막판까지 부동층이 30%를 넘었다. 부동층에게 ‘수십년동안 한 사람 뽑아줬는데 중랑구 교육과 집값이 이게 뭐냐’고 말했다. 인기투표 하지 말고 젊은 후보에게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인터넷 전문가인 그는 진부한 선거방식을 배제했다. “악수하고 명함돌리는 일은 하지 않았다. 대신 동마다 지역현실에 맞는 공약을 개발하고 홍보했다. 혼자 떠든게 아니라 주민들과 수백차례 끝장토론을 펼쳤다.” 지역현실에 맞는 개발과 학원유치, 묘지이전 등 공약을 내걸고 토론했더니 냉랭하던 민심이 움직이더란 얘기다. 일부 공약은 이미 추진이 한창이다. 상봉동 신축빌딩에 유명 학원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제2의 대치동을 만들면 학부모가 중랑구를 떠나지않고 집값도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진 당선자는 문화콘텐츠 생산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업에 관심이 많다. “음반업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생산물의 70%를 도둑질 당하고 있다. 작은 문화콘텐츠 생산자들은 포털에 제값을 못받고 창작물을 넘겨준다.”
현 정부에 대한 책임감도 배어났다. “미국을 보면 레이건 대통령이 실시한 규제완화 효과가 클린턴 때 나타나면서 호황을 구가했다. 이런 점에서 정부 홍보기능이 떨어진다. 방송과의 (집권초) 허니문기간도 너무 짧았다.”
진 당선자는 총선 전 특유의 턱수염으로 정치권에서 유명세를 탔다. 권위의 상징인 여의도정치판에서 턱수염을 기른 그는 이방인이었다. 총선 뒤 인사다니기에 급급한 다른 정치인과 달리 그는 책과 영화를 보고 옛 친구까지 두루 만난다고했다. 고립되면 세상 돌아가는걸 모른다는 설명이다. 평생 자유로운 글쟁이로 아이디어를 쏟아냈던 그가 유권자들과 함께 ‘보통사람’으로 숨쉬면서 그들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짚어낼지 주목된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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