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서 시작한 악순환 고리 여전

<문패> 서브프라임 사태 끝났나

금융위기, 경기 침체로 옮겨붙어

지역내일 2008-05-22


미국의 경기침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 문제에서 시작됐다. 서브프라임 부실사태로 투자은행들의 실적이 악화돼 풍부했던 유동성이 빠르게 감소했다.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고 개인들은 서둘러 소비를 자제하면서 서브프라임 문제는 실물로 넘어갔다. 미국 경제전반을 빠르게 침체국면으로 몰아갔다. 미국 경기가 하락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개인들의 가처분소득은 더욱 감소했고 모기지론 연체 급증에서 비롯된 서브프라임 문제는 제대로 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투자은행들의 대규모 상각과 최근 주택시장 개선조짐 등으로 ‘서브프라임 사태는 끝났다’고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그러나 주택시장 악화와 경기 침체가 서로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어 어느 한 쪽이 해결되지 않으면 서브프라임 문제는 미국 경제를 심각한 침체국면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서브프라임 문제 해결하려면 = 서브프라임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미국 주택시장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갚지 못하고 연체율이 증가하면 담보주택을 팔아치울 수밖에 없어 매물이 빠르게 늘어나 주택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담보로 빌렸던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그만큼 대출을 상환해야 하므로 모기지 연체율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지난 2월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가 내놓은 기존주택 판매가 전달에 비해 2.9% 늘어난 것을 두고 미국 주택시장이 저점에 근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존주택판매가 7개월만에 증가했고 전문가들의 예상에서도 크게 벗어난 것이어서 전혀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니다. 기존주택 판매가 증가한 것은 가격이 전년동기대비 8.2% 하락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규주택판매는 전월대비 1.8% 감소한 59만채를 기록했다. 신규주택착공 역시 전월대비 0.6% 감소했다. 기존주택의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미국 주택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지난해말 대출금을 갚지 못해 처분되는 주택비율이 1년전보다 2배 정도높은 2.04%를 기록했고 주택시장 지수 역시 올 3월에 기준치인 50보다 크게 낮은 20을 기록, 주택시장 체감경기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문제는 주택시장 침체국면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모기지 은행가 협회(MBA)와 전미 부동산중개업자 협회(NAR)는 신규주택건설이 증가세로 돌아서려면 내년 1분기는 돼야 한다고 전망했다.

◆은행들 대출조건 대폭 강화 = 은행들이 지난 1분기에 모기지 대출기준을 크게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주요 은행 대출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올 1분기에 모기지 대출기준을 강화했다고 답한 비율이 60%를 넘어섰다. 우량 모기지(62.3%) 뿐만 아니라 서브프라임(77.7%) 대출기준도 매우 까다로워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조건을 강화했다”는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우량 모기지 대출기준을 강화했다는 대답은 지난해 3분기에만 해도 14.3%에 지나지 않았으나 4분기에 40.8%, 올 1분기엔 52.9%로 늘었다. 서브프라임 대출기준도 지난해 3분기에 56.3%의 은행이 “강화했다”고 답했으나 올 1분기엔 비중이 71.5%로 확대됐다.
또 우량 모기지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대출수요가 줄었다는 대답의 비중은 각각 49.0%, 77.7%나 됐다. 이는 주택구매 수요가 줄고 전반적인 주택경기 위축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소비 투자 고용 모두 부진 = 미국의 경기침체 정도가 심상치 않다.
소비 투자 고용 등 경제전반적으로 악재만 안고 있다.
가계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간당 이믐의 연간 상승률은 2006년 12월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3월에는 전년동기 대비 3.6% 상승에 그쳐 2006년 3월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3개월 연속 줄어든 고용도 소비위축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3월중 비농업 고용이 8만명 줄었다. 실업률은 2월 4.8%에서 3월엔 5.1%로 올라섰다.
원유가격 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역시 개인들의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전망이다. 은행들은 대출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기업들이 자금난 등으로 고정투자가 부진, 2분기부터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올 미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3~1.2%로 석달만에 1%p나 낮췄다. 실업율과 물가상승률도 5.5~5.7%, 3.1~3.4%로 높여 잡았다. 이는 주택시장의 장기침체와 신용위기에 고유가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이사회는 주택가격이 더 떨어지면 경기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IB들도 상반기 중 경기침체를 진단했다. 메릴린치와 UBS, 골드만삭스 등은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기침체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진작책 성공할까 = 미국 정부는 강력한 경기진작책을 내놓았다. 개인에겐 300~600달러, 결혼한 가정엔 600~1200달러의 세금을 환급해주고 자녀 한명당 300달러씩 추가로 지원해주는 ‘세금 환급’에 거는 기대가 크다. 1억3700만명 정도가 1167억달러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규모 기업의 신규투자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해 세금을 적게 내도록 했고 신규투자금액 중 특별상각한도를 50%로 확대키로 했다. 주택저당공사의 모기지 매입금액 상한을 72만9750달러로 늘리고 연방주택청의 주택자금 보증 상한액을 72만9750달러로 확대했다. 세금환급은 5월 중순부터 시작, 8월말이나 9월초쯤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진작효과가 나타나면 하반기 성장률이 연 0.5~1.0%p 상승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세금환급책에 대해 일시적인 경기부양효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메릴린치는 “미국 가계의 생활양상이 소비에서 저축으로 바뀜에 따라 세금환급에 따른 소비진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부양책으로 올 3분기에 미약한 정도의 회복세를 보인 이후 다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더블딥’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이다.
지난해 9월이후 2.25%p나 떨어진 금리인하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저기 않다. 금리인하에 따른 경기진작효과는 6개월정도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부터 효과가 일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용경색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어 모기지 금리가 오히려 상승, 금리인하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복병 = 인플레이션 압력은 금리인하를 끝내고 하반기에 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7월에 결제하는 연방펀드 선물가격에 반영된 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6월 2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 0.25%p를 인하할 가능성은 12%에서 8%로 떨어졌고 6월에 동결할 경우 하반기 중에 금리를 0.25%p 낮출 가능성은 82%로 올라섰다.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경기보다는 물가를 더 중요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경기침체국면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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