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은 747
김진동 (본지 객원 논설위원)
미국 산타모니카 해변 언덕에 747점보기 한 대가 앉아 있다. 유명한 재활용 건축가가 747점보기를 재활용하여 저택으로 조립했다고 한다. 주익 2개와 꼬리날개는 지붕으로, 기수부분은 세워서 명상실로, 동체지붕은 안주인의 아트리움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바다를 안은 경관에 이색적인 저택이어서 시선을 끌만하다.
그러나 그 747점보기는 이제 더 이상 날 지 못한다. 비행기로서의 생명은 끝났다. 창공을 나는 꿈도 접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비행기라 부르지 않는다. 그저 구경거리 집일 뿐이다.
747점보기의 거구가 활주로를 박차며 이륙하는 모습은 장관이다. 거대한 쇳덩이가 사람을 가득 싣고 거침없이 창공을 가르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 사람들은 그 비행에 감동한다.
우리의 대망의 747은 지금 어찌하고 있는가. 그 장엄한 이륙을 볼 수가 없다. 국민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747(매년 7%성장, 임기 내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은 우리에게 무지개이자 꿈이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그래서 목이 메이게 갈구하고 있는데 747는 격납고에 여전히 갇혀 있다.
참담한 MB정부 경제성적표
이명박대통령은 747공약으로 대통령이 되었다. 그래서 그에게는 경제대통령이라는 좋은 별명도 붙여졌다. ''MB노믹스''의 핵심도 747이다. 국민들은 그에게 도덕성을 묻지 않았다. 경제를 살려내겠다는 약속만 믿었다. 747의 우렁찬 이륙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4개월의 경제 성적표는 참담하다. 새정부 출범 초기의 ''고소영'' ''강부자'' 파문에 이어 40여일 계속 켜진 촛불에 데인 듯 경제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국민들의 부풀어 올랐던 기대도 무너졌다.
747을 이륙시킬 한 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다른 한 축인 한반도 대운하가 촛불 시위 바람에 휩쓸려 추진동력을 잃었다. 한미 FTA는 언제 시행될지 시정이 감감하고 대운하는 국민적인 반대에 부딛쳐 날개를 접었다.
7% 성장목표는 벌써 물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 스스로 목표치를 낮춰 잡았다가 다시 4%대까지 더 내려잡을 예정이다. 유가 곡물 등 국제 원자재가격의 급등, 선진국 경기둔화, 국내 물가 폭등 등 국내외 경제여건으로 미뤄보아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전문기관들이 잇달아 4%초반으로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물가는 이미 목표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고용사정이 나빠져가고 있고 소비심리도 꽁꽁 얼어붙었다. 그러니 생산과 투자가 좋을 리 없다. 경기는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체감경기는 여름 속의 한 겨울이다. 서민생활은 갈수록 팍팍해져 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70~80년대의 고성장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성장우선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우리나라 성장률은 70년대 평균 8%대에서 80년대 7%대, 90년대 6%대로, 2000년대 들어서는 평균 4%대로 낮아지고 있다. 이제 성숙기로 접어들어 고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성장만 하기로 한다면야 못할 것 없다. 땅을 파고 운하를 건설하면 성장률은 높아진다. 그러나 난개발과 자연훼손엔 눈 감아야 한다. 부동산 경기부양도 성장률 제고엔 좋은 수단이다. 그러나 주택가격 폭등과 양극화 심화를 감수해야 한다. 수출을 늘리려고 환율을 올리면 물가를 포기해야 한다. 금리를 내리면 역시 물가가 걱정된다.
그래서 성장과 물가의 조화를 이룰 적절한 정책조합이 요구되는 것이다. 성장만을 고집하면 양극화가 더해져서 서민생활을 벼랑으로 몰게 된다.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747은 경제적 ''기상악화''와 ''기체결함''으로 이제 날 수 없는 꿈의 점보기로 주저 앉을 운명에 놓였다. 747공약은 기적이 없는 한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부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미래기획위원회는 4만달러는 환율 변동에 따라 달성이 가능하겠지만 경제력 7위로 올가서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부풀렸던 국민 기대치를 바로 잡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자면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전략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기대가 어긋나면 신뢰도 잃게 된다. 신뢰를 잃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 살리면 촛불 꺼질수도
국내외 경제환경과 여건을 과학적이고 정밀한 분석과 전망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실패를 만회할 수 있다. 우리의 어려운 형편에서도 날 수 있는 비행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경제가 만사다. 곡간에서 인심 난다고 경제가 좋아지고 살림이 피면 웬만한 문제는 덮어지게 된다. 촛불시위의 밑바탕엔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들다는 항의가 더 무겁게 자리하고 있다. 경제를 살려내면 촛불은 저절로 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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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동 (본지 객원 논설위원)
미국 산타모니카 해변 언덕에 747점보기 한 대가 앉아 있다. 유명한 재활용 건축가가 747점보기를 재활용하여 저택으로 조립했다고 한다. 주익 2개와 꼬리날개는 지붕으로, 기수부분은 세워서 명상실로, 동체지붕은 안주인의 아트리움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바다를 안은 경관에 이색적인 저택이어서 시선을 끌만하다.
그러나 그 747점보기는 이제 더 이상 날 지 못한다. 비행기로서의 생명은 끝났다. 창공을 나는 꿈도 접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비행기라 부르지 않는다. 그저 구경거리 집일 뿐이다.
747점보기의 거구가 활주로를 박차며 이륙하는 모습은 장관이다. 거대한 쇳덩이가 사람을 가득 싣고 거침없이 창공을 가르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 사람들은 그 비행에 감동한다.
우리의 대망의 747은 지금 어찌하고 있는가. 그 장엄한 이륙을 볼 수가 없다. 국민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747(매년 7%성장, 임기 내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은 우리에게 무지개이자 꿈이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그래서 목이 메이게 갈구하고 있는데 747는 격납고에 여전히 갇혀 있다.
참담한 MB정부 경제성적표
이명박대통령은 747공약으로 대통령이 되었다. 그래서 그에게는 경제대통령이라는 좋은 별명도 붙여졌다. ''MB노믹스''의 핵심도 747이다. 국민들은 그에게 도덕성을 묻지 않았다. 경제를 살려내겠다는 약속만 믿었다. 747의 우렁찬 이륙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4개월의 경제 성적표는 참담하다. 새정부 출범 초기의 ''고소영'' ''강부자'' 파문에 이어 40여일 계속 켜진 촛불에 데인 듯 경제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국민들의 부풀어 올랐던 기대도 무너졌다.
747을 이륙시킬 한 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다른 한 축인 한반도 대운하가 촛불 시위 바람에 휩쓸려 추진동력을 잃었다. 한미 FTA는 언제 시행될지 시정이 감감하고 대운하는 국민적인 반대에 부딛쳐 날개를 접었다.
7% 성장목표는 벌써 물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 스스로 목표치를 낮춰 잡았다가 다시 4%대까지 더 내려잡을 예정이다. 유가 곡물 등 국제 원자재가격의 급등, 선진국 경기둔화, 국내 물가 폭등 등 국내외 경제여건으로 미뤄보아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전문기관들이 잇달아 4%초반으로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물가는 이미 목표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고용사정이 나빠져가고 있고 소비심리도 꽁꽁 얼어붙었다. 그러니 생산과 투자가 좋을 리 없다. 경기는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체감경기는 여름 속의 한 겨울이다. 서민생활은 갈수록 팍팍해져 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70~80년대의 고성장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성장우선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우리나라 성장률은 70년대 평균 8%대에서 80년대 7%대, 90년대 6%대로, 2000년대 들어서는 평균 4%대로 낮아지고 있다. 이제 성숙기로 접어들어 고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성장만 하기로 한다면야 못할 것 없다. 땅을 파고 운하를 건설하면 성장률은 높아진다. 그러나 난개발과 자연훼손엔 눈 감아야 한다. 부동산 경기부양도 성장률 제고엔 좋은 수단이다. 그러나 주택가격 폭등과 양극화 심화를 감수해야 한다. 수출을 늘리려고 환율을 올리면 물가를 포기해야 한다. 금리를 내리면 역시 물가가 걱정된다.
그래서 성장과 물가의 조화를 이룰 적절한 정책조합이 요구되는 것이다. 성장만을 고집하면 양극화가 더해져서 서민생활을 벼랑으로 몰게 된다.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747은 경제적 ''기상악화''와 ''기체결함''으로 이제 날 수 없는 꿈의 점보기로 주저 앉을 운명에 놓였다. 747공약은 기적이 없는 한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부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미래기획위원회는 4만달러는 환율 변동에 따라 달성이 가능하겠지만 경제력 7위로 올가서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부풀렸던 국민 기대치를 바로 잡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자면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전략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기대가 어긋나면 신뢰도 잃게 된다. 신뢰를 잃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 살리면 촛불 꺼질수도
국내외 경제환경과 여건을 과학적이고 정밀한 분석과 전망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실패를 만회할 수 있다. 우리의 어려운 형편에서도 날 수 있는 비행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경제가 만사다. 곡간에서 인심 난다고 경제가 좋아지고 살림이 피면 웬만한 문제는 덮어지게 된다. 촛불시위의 밑바탕엔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들다는 항의가 더 무겁게 자리하고 있다. 경제를 살려내면 촛불은 저절로 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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