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는 물론 학교 현장에서까지 때 아닌 원어민 영어강사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자칫 ‘질 관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교과부, 시도교육청, 어학원들에 따르면 이른바 ‘실용영어’ 정책이 추진되면서 원어민 영어강사 확보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선 교육기관들이 경쟁이 치열하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실용영어의 내용이 듣기·읽기 위주의 기존 학교 영어수업에 말하기와 쓰기를 보완해 4가지 언어기능을 골고루 학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앞장서는 공교육 =
그동안 사교육업체들이 원어민 수업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학교 등 공교육 기관들이 앞장서고 있는 양상이다.
영어공교육 강화방안을 발표한 정부는 부족한 원어민 강사를 확보하는 방안으로 지난 4월부터 ‘대통령 영어봉사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지역별 영어교육 격차를 완화하고 해외 교포 대학생과 한국 관련 전공 외국인을 영어강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정원은 400명이었지만 모집결과 1000여명이 지원, 경쟁률이 2대 1을 넘어섰다. 정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선발작업을 벌여 300~500명을 뽑아 4주간의 연수를 거쳐 한국인 대학생들과 함께 2학기부터 일선학교에 배치할 계획이다.
시도교육청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2학기까지 모든 초·중학교에 1명 이상의 원어민 영어교사를 배치키로 했다. 이를 위해 올 1학기 서울시내 각급 학교에 136명을 배치한 데 이어 2학기에 300명을 추가할 계획이다.
올 1학기 현재 서울시내 학교의 원어민 영어교사는 새로 배치된 136명을 포함해 498명으로 초등학교 246곳, 중학교 199곳에 원어민이 있다. 원어민 배치율은 초등학교의 경우 전체(578개교)의 40% 수준이며 중학교는 전체(368개교)의 54% 정도이다.
올 2학기 300명을 추가 배치하려는 교육청의 계획이 완료되면 서울지역 원어민 영어교사는 800명 정도로 늘어난다.
이 외에도 서울지역 학교에는 자치구 협력사업과 일선학교가 자체적으로 채용한 원어민 강사가 200명 정도 활동하고 있어 사실상 올 2학기에는 원어민은 1000명에 육박해 초·중학교의 원어민 영어교사 배치율은 70~80%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경기도 교육청도 올 연말까지 경기도 내 모든 초·중·고교의 방과후 수업에 원어민 교사를 배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원어민 영어강사 1456명이 채용된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은 2010년까지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의 정규 영어수업에도 원어민 강사를 배치할 예정이다.
원어민 강사를 구하기 힘든 일부 지역에서는 한국 남성과 결혼한 필리핀 여성을 강사로 고용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사교육기관도 변한다 =
공교육이 원어민 강사 확보에 열을 올리자 이 부분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던 학원가도 비상이다.
대형 어학원들은 원어민 영어강사를 늘리고 이들이 진행하는 수업 비율을 대폭 보강하고 있다. DYB파르테논은 하루 1시간씩 한국인 선생님과 원어민 선생님이 번갈아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의 50%가 원어민 선생님 몫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클래스의 경우 원어민 선생님이 100%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아발론어학원 초등부도 마찬가지다. 원어민과 한국인 선생님이 하루 80분씩 수업 절반을 맡아 진행한다. ‘CDI April’의 상황도 비슷하다. 읽기와 쓰기는 한국인 강사가 진행하고 듣기와 말하기는 원어민 강사가 진행하고 있다.
어학원뿐 아니라 원어민 강사 확보경쟁에는 특목고 등 입시학원들도 가세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영어전문학원 설립을 추진하거나 설립했기 때문이다.
최근 영어전문학원 설립을 추진한 A학원은 유명 영어전문학원 관리자 출신을 영입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영어전문학원을 설립한 C학원은 종합반 영어수업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아예 영어전문학원을 설립했다. 수학전문학원으로 유명한 B학원은 다른 영어전문학원과 상호보완 관계를 유지 해왔지만 이번에 아예 새로운 시장이 개척하기로 했다. 이 학원은 이미 영어 브랜드를 만들어 놓았다.
◆학부모가 요구 =
이처럼 학교와 학원들이 원어민 강사 배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이 나온 이후 학부모들의 요구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2학기까지 전체 초·중학교에 원어민 강사를 배치하기로 한 서울시교육청도 배치 이유를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이후 학교와 학부모들의 수요가 커졌기 때문으로 밝히고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 한 대형 어학원의 학부모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최근 최선어학원은 학부모 500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초등영어 학습에서 가장 효과적인 학습방법’을 물렀다. 이에 대해 응답자의 77%가 원어민과의 수업을 신뢰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원어민 수업이 전체 영어수업에서 차지하는 적당한 비율을 묻는 질문에는 90%에 가까운 학부모가 ‘절반 가량’이라고 답했다.
◆부족한 원어민 강사 =
이런 학교와 학원들의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원어민 모시기 경쟁으로 인해 원어민 강사의 몸값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요뿐 아니라 취업비자 발급이 어려워 공급가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문화·주거환경이 열악한 지방의 경우 원어민 강사는 ‘그림의 떡’이다. 정부가 추진한 ‘대통령 영어봉사 프로그램’의 경우도 사업 중간에 지원 자격을 4년제 대학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에서 대학 2년 이상으로 낮출 정도다.
특히 원어민의 교사적 자질을 검증할만한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자격자인 줄 알면서도 고용하는 사례가 종종 적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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