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으려다 경기만 잡아
돈 많은데 경기 나빠지는 상황, 정책무용론 부상
유가급등 장기화·신흥국 경기 비상도 달라진 환경
제1차, 제2차 오일쇼크로 물가가 급등했을 때 많은 나라들이 취한 정책은 금리인상이었다. 빠르게 오르는 물가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결과는 스태그플레이션이었다. 물가 잡으려다 물가도 못 잡고 엉뚱한 경기만 잡아버렸던 것이다.
최근 유가는 오일쇼크수준까지 올라갔다. 배럴당 150달러, 250달러까지 예상하는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많은 나라들이 선택하고 있는 것은 30년전과 비슷한 ‘금리인상’이다. 성장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물가는 잡아야겠다는 의지다. 과연 물가는 잡을 수 있을까. 오일쇼크 때보다 더 심각한 것은 아닐까.
◆오일쇼크때는 어떠했나 = 1차 오일쇼크는 73년 10월 중동전쟁, 2차 오일쇼크는 78년 12월 이란혁명 이후 산유국들이 석유수출을 중단하면서 시작됐다. 73년 8월부터 6개월간 원유가는 274%올랐고 78년 8월~79년 11월까지는 215%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공산품 생산원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했다. 1.1~2.2% 성장하던 세계경제는 된서리를 맞아 극심한 침체국면으로 들어갔다. 70년 온스당 35달러였던 금값이 80년엔 711달러로 무려 20배나 뛰었다.
물가가 급등하자 세계는 금리인상 분위기에 휩싸였다. 미국은 1차 오일쇼크 직적인 72년 5.5%수준이었던 연방금리를 73년 8월엔 11%까지 올려놨습니다. 74년 5월엔 13%까지 인상했습니다. 영국도 기준대출금리를 72년 5%대에서 74년 1월엔 12.75%까지 상향조정했습니다.
2차 오일쇼크를 당하자 미국은 역시 금리를 올려 대응했다. 78년에 6.75%였던 연방금리를 연말엔 10%까지 올리더니 79년말엔 14%, 20년 3월엔 20%까지 끌어올렸다. 영국도 78년 6.5%였던 기준대출금리를 11월엔 17%까지 올린 후 8개월을 고금리로 이어갔다.
같은 기간 경기로 내려앉았다.
세계 경제를 움직여온 미국은 73년 5.8% 성장했으나 1차 오일쇼크가 일어난 후 금리를 올리자 곧바로 74년엔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차 오일쇼크도 금리인상으로 모면하려 했으나 6분기에 걸친 마이너스 성장과 14.8%의 물가상승률을 지켜봐야 했다.
75년 실업률도 9.1%에 달했고 83년에는 1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인상 처방이후 결국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세계경제성장률은 1.1~2.2%로 하락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제3차 오일쇼크로 가나 = 최근의 경제상황은 1, 2차 오일쇼크에 근접해가고 있다.
2007년이후 1년 5개월여동안 서부텍사스산중질유 가격은 배럴당 61.05달러에서 136.76달러로 배 가까이 올랐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더라도 2차 오일쇼크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실질유가는 이미 제1차 오일쇼크를 능가했고
세계 GDP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 1분기 GDP는 전기대비 0.9% 성장하는 데 그쳤다. 5월중 실업률은 5.5%로 2004년 10월이래 최고수준이고 상승폭은 86년 2월이후 가장 높았다. 4월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각각 6.5%, 3.9%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2%로 낮춰잡았다. 유럽회원국에 대해서도 1.9%에서 1.7%로 0.2%p내렸다. 회원국 전체의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0.5%p 낮췄다. 신흥국도 심각하다. 러시아 물가가 13.3%올랐고 중국 인도 브라질 물가도 각각 8.5%, 7.9%, 5.0%까지 뛰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낮아지는 분위기다. 세계 경제 성장률 기여도가 27%인 중국의 성장률이 떨어지게 되면 세계경제는 타격을 입게 된다.
1, 2차 오일쇼크때보다 더 심각한 것은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신흥시장의 긴축정책이다.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신흥 아시아 국가가 모두 긴축으로 들어갔다.
국제금융센터는 “현재의 신흥국 인플레이션은 70년대 오일쇼크 당시와 상당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며 “신흥경제권 정부는 보조금 지금, 임금과 물가 통제, 금리인상 등으로 대처하고 있으나 통화는 더 많이 플리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꺾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큰 신흥국들이 공격적으로 긴축정책으로 선회할 경우 세계성장엔진이 꺼지거나 급격한 저성장국면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란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미 이스라엘이 지난 6일 이란 공습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중동전쟁, 이란혁명, 걸프전쟁, 이라크 전쟁 등이 유가 급등을 유발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브프라임이 남아있다. 정부의 긴축이나 재정정책이 힘을 쓸 수 없다는 얘기다. 90년대 부동산버블 붕괴와 부실채권의 확대라는 악순환에 빠진 일본정부는 경기부양책과 금리인하정책이 실효를 거두기가 어려웠다. 더군다나 최근엔 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 경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유가 10%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은 0.25%p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는 0.2%p 오른다. 세계경제가 1%p 하락하면 수출증가율은 4.36%p, 경제성장률은 1.47%p 떨어진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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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은데 경기 나빠지는 상황, 정책무용론 부상
유가급등 장기화·신흥국 경기 비상도 달라진 환경
제1차, 제2차 오일쇼크로 물가가 급등했을 때 많은 나라들이 취한 정책은 금리인상이었다. 빠르게 오르는 물가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결과는 스태그플레이션이었다. 물가 잡으려다 물가도 못 잡고 엉뚱한 경기만 잡아버렸던 것이다.
최근 유가는 오일쇼크수준까지 올라갔다. 배럴당 150달러, 250달러까지 예상하는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많은 나라들이 선택하고 있는 것은 30년전과 비슷한 ‘금리인상’이다. 성장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물가는 잡아야겠다는 의지다. 과연 물가는 잡을 수 있을까. 오일쇼크 때보다 더 심각한 것은 아닐까.
◆오일쇼크때는 어떠했나 = 1차 오일쇼크는 73년 10월 중동전쟁, 2차 오일쇼크는 78년 12월 이란혁명 이후 산유국들이 석유수출을 중단하면서 시작됐다. 73년 8월부터 6개월간 원유가는 274%올랐고 78년 8월~79년 11월까지는 215%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공산품 생산원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했다. 1.1~2.2% 성장하던 세계경제는 된서리를 맞아 극심한 침체국면으로 들어갔다. 70년 온스당 35달러였던 금값이 80년엔 711달러로 무려 20배나 뛰었다.
물가가 급등하자 세계는 금리인상 분위기에 휩싸였다. 미국은 1차 오일쇼크 직적인 72년 5.5%수준이었던 연방금리를 73년 8월엔 11%까지 올려놨습니다. 74년 5월엔 13%까지 인상했습니다. 영국도 기준대출금리를 72년 5%대에서 74년 1월엔 12.75%까지 상향조정했습니다.
2차 오일쇼크를 당하자 미국은 역시 금리를 올려 대응했다. 78년에 6.75%였던 연방금리를 연말엔 10%까지 올리더니 79년말엔 14%, 20년 3월엔 20%까지 끌어올렸다. 영국도 78년 6.5%였던 기준대출금리를 11월엔 17%까지 올린 후 8개월을 고금리로 이어갔다.
같은 기간 경기로 내려앉았다.
세계 경제를 움직여온 미국은 73년 5.8% 성장했으나 1차 오일쇼크가 일어난 후 금리를 올리자 곧바로 74년엔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차 오일쇼크도 금리인상으로 모면하려 했으나 6분기에 걸친 마이너스 성장과 14.8%의 물가상승률을 지켜봐야 했다.
75년 실업률도 9.1%에 달했고 83년에는 1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인상 처방이후 결국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세계경제성장률은 1.1~2.2%로 하락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제3차 오일쇼크로 가나 = 최근의 경제상황은 1, 2차 오일쇼크에 근접해가고 있다.
2007년이후 1년 5개월여동안 서부텍사스산중질유 가격은 배럴당 61.05달러에서 136.76달러로 배 가까이 올랐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더라도 2차 오일쇼크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실질유가는 이미 제1차 오일쇼크를 능가했고
세계 GDP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 1분기 GDP는 전기대비 0.9% 성장하는 데 그쳤다. 5월중 실업률은 5.5%로 2004년 10월이래 최고수준이고 상승폭은 86년 2월이후 가장 높았다. 4월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각각 6.5%, 3.9%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2%로 낮춰잡았다. 유럽회원국에 대해서도 1.9%에서 1.7%로 0.2%p내렸다. 회원국 전체의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0.5%p 낮췄다. 신흥국도 심각하다. 러시아 물가가 13.3%올랐고 중국 인도 브라질 물가도 각각 8.5%, 7.9%, 5.0%까지 뛰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낮아지는 분위기다. 세계 경제 성장률 기여도가 27%인 중국의 성장률이 떨어지게 되면 세계경제는 타격을 입게 된다.
1, 2차 오일쇼크때보다 더 심각한 것은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신흥시장의 긴축정책이다.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신흥 아시아 국가가 모두 긴축으로 들어갔다.
국제금융센터는 “현재의 신흥국 인플레이션은 70년대 오일쇼크 당시와 상당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며 “신흥경제권 정부는 보조금 지금, 임금과 물가 통제, 금리인상 등으로 대처하고 있으나 통화는 더 많이 플리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꺾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큰 신흥국들이 공격적으로 긴축정책으로 선회할 경우 세계성장엔진이 꺼지거나 급격한 저성장국면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란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미 이스라엘이 지난 6일 이란 공습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중동전쟁, 이란혁명, 걸프전쟁, 이라크 전쟁 등이 유가 급등을 유발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브프라임이 남아있다. 정부의 긴축이나 재정정책이 힘을 쓸 수 없다는 얘기다. 90년대 부동산버블 붕괴와 부실채권의 확대라는 악순환에 빠진 일본정부는 경기부양책과 금리인하정책이 실효를 거두기가 어려웠다. 더군다나 최근엔 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 경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유가 10%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은 0.25%p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는 0.2%p 오른다. 세계경제가 1%p 하락하면 수출증가율은 4.36%p, 경제성장률은 1.47%p 떨어진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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