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박산성에서 벗어나야
박상주 (칼럼니스트 참미디어연구소장)
이제야 그 실체를 알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MB)이 금과옥조처럼 내세워온 ‘실용’의 참 뜻을. 지난 넉달 간 MB의 국정운영을 보면 금방 드러난다. 열번이라도 허리를 굽혀라. 그러나 뜻은 굽히지 마라. 조아리고, 사과하고, 자존심 상하더라도 애당초 가고자 했던 길을 꿋꿋하게 밀고 나가라. 그게 MB의 실용인 듯하다.
7일 오후 발표된 개각에서도 민의(民意)는 무시됐다. 촛불민심은 총리와 경제팀을 포함한 전면 개각이었다. 그러나 갈아치운 각료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 고작 3명뿐이었다.
민의를 무시한 사례가 어디 이번 개각뿐이랴. MB는 지난 60여일 간 파상적으로 이어진 촛불함성을 그저 마이동풍(馬耳東風)으로 흘려듣고 있다. 그동안 두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민의를 수렴하겠노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작 MB의 발길은 촛불민의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번 개각 결과가 그렇고 공안정국 조성과 색깔론, 경제위기론 등을 내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안은 사실상 문구 하나 수정 없이 그대로 전격 고시됐다. 심지어 대통령 입으로 포기를 선언했던 대운하마저 다시 이런저런 관료들의 입을 통해 부활하고 있다. MB는 요지부동 ‘마이웨이’를 가고 있다.
‘네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했던가. 요즘 MB 정부의 모양새가 딱 그렇다. 불과 몇달 전까지 노무현 정권의 독주와 코드인사, 언론탄압을 비난하던 그들이었다. 그런 세력들이 정권을 잡은 이후 보여준 행보는 가관(可觀)이다.
일방적 국정운영과 낙하산 인사
일방적 국정운영과 코드·낙하산 인사는 노 정권 뺨치는 수준이다. 거기에 더해 작심이라도 한듯 다채로운 방법으로 국민들 속을 뒤집어놓고 있다. 영어 몰입교육, 대운하 건설, 의료민영화 등을 들먹이더니 강부자, 고소영 인사 …. 하나같이 서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아대는 일들이다. 터무니없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은 ‘MB 황당 시리즈’의 결정판이다.
만일 MB가 촛불시위를 했다면 ‘로맨스’일까 ‘불륜’일까? 기사 스크랩 속에 잠자고 있던 과거 MB의 촛불시위 장면이 최근 다시 들춰져 보도됐다. 서울시장 시절이던 2005년 12월 16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던 ‘사학법 원천무효 및 아이 지키기 운동 범국민대회’에서 MB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촛불시위를 하고 있었다. 지금 그들은 촛불시위를 불법이라고 매도한다. 물대포를 쏘고, 곤봉으로 구타하고, 군화발로 짓밟고, 소화기를 난사하고, 1000여명을 연행했다.
집권 이후 MB가 가장 흔들림 없이 해온 것은 낙하산부대 투입이다. 온 국민의 시선이 촛불시위에 쏠려 있는 사이 MB의 낙하산 부대들은 공기업과 공영언론 기관에 속속 들어앉았다. 코드·낙하산 인사를 막자는 취지로 한나라당이 앞장서 만든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한낱 휴지조각으로 구겨지고 있다.
특히 공영방송 장악 의지가 집요하다. 검찰과 감사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들이 전 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 촛불시위를 촉발시킨 것으로 지목된 문화방송(MBC) ‘PD수첩’에 대한 강도 높은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정연주 한국방송(KBS) 사장에 대한 ‘먼지 털기’도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조·중·동 광고주 압박에 나선 누리꾼들 역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선진국에선 일상화된 소비자 운동을 탄압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이유다.
민심의 바다 위에선 일엽편주
촛불은 언젠가는 꺼진다고? 짧은 생각이다. 지난 60일간 촛불의 진화를 되돌아보라. 여중생들 몇몇이 들기 시작한 촛불이다. 대학생, 아줌마, 넥타이 부대 등이 속속 합류하더니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종교계까지 전격 가세했다. 눈 깜짝할 새 전국 방방곡곡을 밝히는 백만 촛불로 번졌다.
아무리 영특한 지도자라 하더라도 민심의 바다 위에선 한낱 ‘일엽편주’(一葉片舟)일 뿐이다. 더군다나 영(令)조차 세우기 어려운 7~20%대의 참담한 지지율을 오르내리는 MB다. 잠시 풍랑이 잦아들었다고 바다에 맞서려 한다면 그 결말은 파국뿐이다. 큰 바다는 항상 성난 파도와 해일을 감추고 있다. 광장의 촛불은 언제고 다시 켜진다. 비좁은 ‘명박산성’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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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주 (칼럼니스트 참미디어연구소장)
이제야 그 실체를 알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MB)이 금과옥조처럼 내세워온 ‘실용’의 참 뜻을. 지난 넉달 간 MB의 국정운영을 보면 금방 드러난다. 열번이라도 허리를 굽혀라. 그러나 뜻은 굽히지 마라. 조아리고, 사과하고, 자존심 상하더라도 애당초 가고자 했던 길을 꿋꿋하게 밀고 나가라. 그게 MB의 실용인 듯하다.
7일 오후 발표된 개각에서도 민의(民意)는 무시됐다. 촛불민심은 총리와 경제팀을 포함한 전면 개각이었다. 그러나 갈아치운 각료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 고작 3명뿐이었다.
민의를 무시한 사례가 어디 이번 개각뿐이랴. MB는 지난 60여일 간 파상적으로 이어진 촛불함성을 그저 마이동풍(馬耳東風)으로 흘려듣고 있다. 그동안 두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민의를 수렴하겠노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작 MB의 발길은 촛불민의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번 개각 결과가 그렇고 공안정국 조성과 색깔론, 경제위기론 등을 내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안은 사실상 문구 하나 수정 없이 그대로 전격 고시됐다. 심지어 대통령 입으로 포기를 선언했던 대운하마저 다시 이런저런 관료들의 입을 통해 부활하고 있다. MB는 요지부동 ‘마이웨이’를 가고 있다.
‘네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했던가. 요즘 MB 정부의 모양새가 딱 그렇다. 불과 몇달 전까지 노무현 정권의 독주와 코드인사, 언론탄압을 비난하던 그들이었다. 그런 세력들이 정권을 잡은 이후 보여준 행보는 가관(可觀)이다.
일방적 국정운영과 낙하산 인사
일방적 국정운영과 코드·낙하산 인사는 노 정권 뺨치는 수준이다. 거기에 더해 작심이라도 한듯 다채로운 방법으로 국민들 속을 뒤집어놓고 있다. 영어 몰입교육, 대운하 건설, 의료민영화 등을 들먹이더니 강부자, 고소영 인사 …. 하나같이 서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아대는 일들이다. 터무니없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은 ‘MB 황당 시리즈’의 결정판이다.
만일 MB가 촛불시위를 했다면 ‘로맨스’일까 ‘불륜’일까? 기사 스크랩 속에 잠자고 있던 과거 MB의 촛불시위 장면이 최근 다시 들춰져 보도됐다. 서울시장 시절이던 2005년 12월 16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던 ‘사학법 원천무효 및 아이 지키기 운동 범국민대회’에서 MB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촛불시위를 하고 있었다. 지금 그들은 촛불시위를 불법이라고 매도한다. 물대포를 쏘고, 곤봉으로 구타하고, 군화발로 짓밟고, 소화기를 난사하고, 1000여명을 연행했다.
집권 이후 MB가 가장 흔들림 없이 해온 것은 낙하산부대 투입이다. 온 국민의 시선이 촛불시위에 쏠려 있는 사이 MB의 낙하산 부대들은 공기업과 공영언론 기관에 속속 들어앉았다. 코드·낙하산 인사를 막자는 취지로 한나라당이 앞장서 만든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한낱 휴지조각으로 구겨지고 있다.
특히 공영방송 장악 의지가 집요하다. 검찰과 감사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들이 전 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 촛불시위를 촉발시킨 것으로 지목된 문화방송(MBC) ‘PD수첩’에 대한 강도 높은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정연주 한국방송(KBS) 사장에 대한 ‘먼지 털기’도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조·중·동 광고주 압박에 나선 누리꾼들 역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선진국에선 일상화된 소비자 운동을 탄압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이유다.
민심의 바다 위에선 일엽편주
촛불은 언젠가는 꺼진다고? 짧은 생각이다. 지난 60일간 촛불의 진화를 되돌아보라. 여중생들 몇몇이 들기 시작한 촛불이다. 대학생, 아줌마, 넥타이 부대 등이 속속 합류하더니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종교계까지 전격 가세했다. 눈 깜짝할 새 전국 방방곡곡을 밝히는 백만 촛불로 번졌다.
아무리 영특한 지도자라 하더라도 민심의 바다 위에선 한낱 ‘일엽편주’(一葉片舟)일 뿐이다. 더군다나 영(令)조차 세우기 어려운 7~20%대의 참담한 지지율을 오르내리는 MB다. 잠시 풍랑이 잦아들었다고 바다에 맞서려 한다면 그 결말은 파국뿐이다. 큰 바다는 항상 성난 파도와 해일을 감추고 있다. 광장의 촛불은 언제고 다시 켜진다. 비좁은 ‘명박산성’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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