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도 열수 없어 고통
관청 도움 손길 못미쳐
서울 성동구 옥수1동은 70~80년대에 지어진 낡은 주택이 산동네를 따라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주변 금호동과 옥수동의 대부분이 아파트 단지로 바뀐 지 오래지만 아직도 이곳은 ‘달동네’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최복순(80·사진) 할머니는 이곳 달동네 낡은 벽돌집 반지하에서 살고 있다. 10일 오후 기자가 최 할머니의 허름한 반지하 셋방을 찾았을 때는 최근 1주일 가까이 계속된 폭염으로 방안이 찜질방을 연상케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안의 습한 열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3평 남짓한 할머니 방은 밖으로 작은 창문이 하나 있지만 길가의 먼지와 빗물이 방안으로 들어와 평소 닫아놓고 지낸다. 방안은 습기에 차 쾌쾌한 냄새가 났다.
그나마 TV와 전자레인지, 서랍장, 냉장고 등으로 방안이 가득 차 숨쉬기조차 버거울 정도였다.
방 한쪽 귀퉁이에서는 버튼이 망가진 선풍기 한 대가 힘없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반지하 찜통더위를 식히기는커녕 더운 바람이 비실비실 새 나온다.
최 할머니는 “다른 건 견딜 만한데 여름만 되면 푹푹 쪄서 살 수가 없다”며 “지하에 방이 있어서 습기가 많고 걸어 둔 옷이 젖을 정도”라고 말했다.
요새 며칠처럼 열대야가 오는 때면 어쩔 수 없이 방문을 열고 자지만 모기와 바퀴벌레 심지어 쥐까지 방안으로 들어와 할머니는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거기다 이집마저 곳 재개발이 예정돼 있어 최 할머니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할 지 막막하다.
충남 예산이 고향인 할머니는 16살에 결혼했지만 8년만에 남편을 잃고 자식도 없이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다. 평생 의지하고 살던 6살 손위 언니가 2년전 세상을 떠난 이후로는 사실상 피붙이가 없다시피 하다.
3년전 집근처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친 이후로는 관절염과 류머티스, 우울증까지 겹쳐 나들이도 사실상 못하고 방안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최 할머니는 정부에서 매달 나오는 30만원으로 모든 생활을 한다. 전기세와 가스비 등 각종 공과금을 내고, 생수도 사다가 먹는다. 근처 복지관에서 무료로 챙겨주는 2500원짜리 ‘자비의 도시락’으로 매 끼니를 해결하지만 주말에는 어쩔 수 없이 직접 음식을 해 먹어야 한다.
요즘같이 찜통더위에 시원한 수박이나 참외는 고사하고 빙과류 하나도 마음대로 사다먹기 어려운 처지다. “이제 살만큼 살았는데 무슨 더 호강을 원하겠어. 나야 이제 하느님을 믿으면서 남은여생 마음의 죄를 씻으며 살아야지.”
할머니는 몸과 마음이 지쳐있지만 30년전부터 하고 있는 성당활동이 영혼의 위안을 주고 있다. 매주 두 번씩 성당버스가 할머니를 모시고 간다. 아끼고 아낀 돈으로 매주 3000~4000원씩 헌금도 한다.
“그래도 이집은 전에 살던 데 비하면 천국이야. 여기서 8년째 살고 있는데, 전에 살던 곳은 비만 오면 벽부터 바닥까지 다 젖어서 잠을 아예 못 잤어. 썩은 냄새도 진동했고.”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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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청 도움 손길 못미쳐
서울 성동구 옥수1동은 70~80년대에 지어진 낡은 주택이 산동네를 따라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주변 금호동과 옥수동의 대부분이 아파트 단지로 바뀐 지 오래지만 아직도 이곳은 ‘달동네’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최복순(80·사진) 할머니는 이곳 달동네 낡은 벽돌집 반지하에서 살고 있다. 10일 오후 기자가 최 할머니의 허름한 반지하 셋방을 찾았을 때는 최근 1주일 가까이 계속된 폭염으로 방안이 찜질방을 연상케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안의 습한 열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3평 남짓한 할머니 방은 밖으로 작은 창문이 하나 있지만 길가의 먼지와 빗물이 방안으로 들어와 평소 닫아놓고 지낸다. 방안은 습기에 차 쾌쾌한 냄새가 났다.
그나마 TV와 전자레인지, 서랍장, 냉장고 등으로 방안이 가득 차 숨쉬기조차 버거울 정도였다.
방 한쪽 귀퉁이에서는 버튼이 망가진 선풍기 한 대가 힘없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반지하 찜통더위를 식히기는커녕 더운 바람이 비실비실 새 나온다.
최 할머니는 “다른 건 견딜 만한데 여름만 되면 푹푹 쪄서 살 수가 없다”며 “지하에 방이 있어서 습기가 많고 걸어 둔 옷이 젖을 정도”라고 말했다.
요새 며칠처럼 열대야가 오는 때면 어쩔 수 없이 방문을 열고 자지만 모기와 바퀴벌레 심지어 쥐까지 방안으로 들어와 할머니는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거기다 이집마저 곳 재개발이 예정돼 있어 최 할머니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할 지 막막하다.
충남 예산이 고향인 할머니는 16살에 결혼했지만 8년만에 남편을 잃고 자식도 없이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다. 평생 의지하고 살던 6살 손위 언니가 2년전 세상을 떠난 이후로는 사실상 피붙이가 없다시피 하다.
3년전 집근처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친 이후로는 관절염과 류머티스, 우울증까지 겹쳐 나들이도 사실상 못하고 방안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최 할머니는 정부에서 매달 나오는 30만원으로 모든 생활을 한다. 전기세와 가스비 등 각종 공과금을 내고, 생수도 사다가 먹는다. 근처 복지관에서 무료로 챙겨주는 2500원짜리 ‘자비의 도시락’으로 매 끼니를 해결하지만 주말에는 어쩔 수 없이 직접 음식을 해 먹어야 한다.
요즘같이 찜통더위에 시원한 수박이나 참외는 고사하고 빙과류 하나도 마음대로 사다먹기 어려운 처지다. “이제 살만큼 살았는데 무슨 더 호강을 원하겠어. 나야 이제 하느님을 믿으면서 남은여생 마음의 죄를 씻으며 살아야지.”
할머니는 몸과 마음이 지쳐있지만 30년전부터 하고 있는 성당활동이 영혼의 위안을 주고 있다. 매주 두 번씩 성당버스가 할머니를 모시고 간다. 아끼고 아낀 돈으로 매주 3000~4000원씩 헌금도 한다.
“그래도 이집은 전에 살던 데 비하면 천국이야. 여기서 8년째 살고 있는데, 전에 살던 곳은 비만 오면 벽부터 바닥까지 다 젖어서 잠을 아예 못 잤어. 썩은 냄새도 진동했고.”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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