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북한 핵문제 다룬 세가지 책 ‘실패한 외교’ ’전환적 사건’‘피스메이커’

한·미 대북통들 ‘핵’을 회고하다

지역내일 2008-07-11
남북문제를 직접 다룬 핵심 고위관리들의 생생한 기록

실패한 외교
찰스 프리처드 지음
사계절출판사 / 1만5000원

전환적 사건
이수혁 지음
중앙북스 / 1만5000원

피스메이커
임동원 지음
중앙북스 / 2만5000원

최근들어 북한의 핵문제를 다룬 책이 세권이나 잇따라 나왔다.
그 하나는 2003년 3월부터 2005년 1월까지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이수혁 전 독일대사가 쓴 ‘전환적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통령국가안보 특보를, 부시행정부 들어서는 대북한 협상대사였던 찰스 프리처드의 ‘실패한 외교, 국가정보원 원장, 통일부 장관을 지냈으며 91년 남북기본합의서 협상과정에서 부터 남북문제에 깊이 관여해온 임동원 전원장이 쓴 ‘피스 메이커’가 그것들이다.
이들 회고록은 흔히 학계나, 언론인들이 쓴 책들과는 달리 북핵, 남북문제를 직접 다룬 핵심 고위관리들이 쓴 생생한 기록들이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불행이도 한국에는 주요 외교회담이나 핵심 국가 정책수립에 간여한 외교관이나 관료들이 추후 저서를 통해 당시 회담과정이나 정책입안 의도들을 기록을 통해 역사에 남기는 문화가 정착돼 있지않다.
이는 그 당사자들의 개인적 능력의 한계가 있기도 하지만 대외관계에 관한한 ‘우리의 외교’ ‘우리의 역할’이 없었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길만한 ‘우리의 것’이 없었던데도 원인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나온 한국인의 두 회고록은 가치있는 작업들이라 할수있다. 무엇보다 이 두 저서는 앞서 언급한 ‘한국의 역할’ ‘한국외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물들이란 점에서 주목 할만 하다.
◆북핵은 냉전유산 = 이수혁은 북핵문제를 “한반도에서 냉전의 유산을 청산해야하는 전환적 사건”으로 정의하고 이문제를 협상을 통해 원만히 풀수만 있다면 동북아 질서를 새롭게 창출할수 있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프리처드도 6자회담의 “결과와 관계없이 6자회담 과정에서 최근의 지속적인 협의는 동북아에서 공식적인 지역협력을 할때가 되었다는 결론을 자연스럽게 이끈다”고 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이수혁, 임동원 공히 제2차 북핵파동의 원인이 된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한 미국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북한이 UEP를 추진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원천적으로 회의하고 있다.
반면에 프리처드는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제기한 금창리 핵시설정보에는 회의를 보였으면서도 UEP 정보에 대해서는 신빙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도 국가기밀사항이란 이유로 우리가 궁금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수혁은 미국이 북미 제네바핵합의 파기후 경수로사업조차 종료하려 했을때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임동원은 미국이 핵의혹(UEP)을 조작해서 제네바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 했다고 단정하고 있다.
‘실패한 외교’의 역자는 ‘실패한 외교’의 출간이 이명박 새정부에 ‘가지 말아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그 의미를 부여한다.
미국의 ‘실패한 외교’가 한국에서 또 ‘실패할 외교’가 돼서는 안될 것이란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부시정부가 펼쳤던 대북 무시정책, 압박정책과 같은 기조로는 또 하나의 실패할 외교가 될것이란 경고다.

◆미의 개성공단 딴지는 모순 = 프리처드는 부시정부가 논리적으로는 당연히 개성공단사업을 지지하고 그 사업이 성공할수 있도록 도와야 함에도 부시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화해화 남북협력의 상징적 사업이다.
남북협력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만들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것이란 것은 국제사회가 다같이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계속해서 개성공단 사업에 딴지를 걸어왔다.
프리처드는 미국은 개성에 대한 애매한 태도로 한반도에서 평화를 바라지 않고 있는 나라임을 “논리적으로” 대외에 과시하는 모순에 빠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임동원은 부시정부가 MD(미사일 방어망)체제 구축의 명분을 북한의 핵및 미사일 개발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인들 중에 미국의 MD개발 목적이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것이라고 정말로 믿고 있는 사람은 있는것 같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임동원은 6.15공동선언이후 한동안 순항하던 남북관계가 한때 경색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는 북한의 중대한 실수였다고 지적한다.
북은 제5차 남북장관급회담을 중단하고 1년여나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이는 미국의 강경파들에게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결과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반대로 북한이 남북관계를 보다 더 활성화해 네오콘(미국 강경 신자유주의자들)에 타격을 가했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외교회담의 실용성에 의문도 = 임동원은 92년 평양에서 지금은 고인이된 김일성주석과 나눴던 대화 한토막도 소개하고 있다.
김일성은 한국의 김우중은 자본가인데도 노동자 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1년중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내기 때문에 그 부인은 남편을 볼수 없어 골프공을 칠때 공을 남편의 머리통으로 보고 치는 기분으로 친다고 들었다면서 그는 자본가들이 그렇게 열심히 일하니까 남쪽의 기업들이 발전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일성은 이어 북쪽에도 김우중같은 사람이 다섯명만 있으면 북쪽도 곧 남쪽을 따라잡을수 있을텐데---아쉬어 하더라는 것이다.
이수혁은 서문에서 “독자들이 미묘할 정도로 접근된 남북관계가 단순했던 한미관계를 어떻게 복잡하게 변화시켰는지 이책을 통해 깨달을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 저서들은 핵문제만이 아니라 남북문제, 북미문제, 나아가 한미문제를 지금까지와는 달리 볼수 있게하는 새로운 시야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외교회담의 실용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한다. 2차핵파동이 시작된지 6년이 됐는데도 이제 겨우 플루토늄 핵시설 불능화 단계에 진입했을 뿐이다.
UEP 문제는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북한의 핵은 미국에 진실로 화급한 문제인가에 대해서도 회의를 갖게 한다. 미국은 동북아에서 하나의 ‘악당’이 필요한것은 아닐까. 미국이 필요로 하는 악당의 역할을 북한이 해주고 있는것은 아닌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저서들을 통해 우리가 국제문제의 진실에 한발더 가까이 접근할수 있고 보다더 균형된 시각을 갖게 된다면 이들 회고록은 소명을 다하는 것일 것이다.

임춘웅 본지 객원논설위원 전 서울신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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