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동네집회’로 바뀐다

제헌절 맞아 강남 노원 잠실 신림 등서 열려 … 장기전 태세

지역내일 2008-07-18
촛불집회가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생활밀착형’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시청 광장 등 도심지 집회에서 서울시내 주요 거점별 집회로 바뀌면서 촛불집회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일부에서는 촛불이 무더위를 견뎌내면 계절이 바뀌면서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동네사람과 촛불을 밝히다 = 제헌절인 17일 밤 8시 서울 지하철 강남역 부근 한 제과점 앞에 30~40명의 직장인이 촛불을 밝혔다. 이곳에서 촛불이 켜진 것은 지난 1일부터다. 지난달 30일 천주교 시국미사에서 신부들이 “청와대로만 가려고 할 것이 아니라 시민 속으로 들어가라”고 한 말이 자극이 됐다고 한다.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하던 누리꾼들이 중심이 돼 ‘강남촛불’이라는 별도의 인터넷 모임을 만들면서 촛불모임이 시작됐다. 인테리어 회사에 다니는 김성숙(여·31)씨는 어려서부터 강남에서 살아온 전형적 강남 중산층이다. 김씨는 “직장일이 바빠 매일 나오지는 못하지만 촛불모임에 나올 때가 가장 보람 있다”고 말했다.
17일 밤 같은 시간 서울 노원구 상계동 롯데백화점 앞에도 50여명의 지역주민들이 모였다. 주로 가족단위였고 일부 장애인도 함께 했다. 자신을 가은이 아빠라고 소개한 37세의 한 주민은 “회사에서 마찰이 생길 수 있어 집회참여를 꺼려 왔지만 커가는 딸을 보며 촛불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촛불집회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노래가 나오자 한 어린이는 깜찍한 춤을 춰 귀여움을 독차지하기도 했다. 노원에서 촛불집회가 처음 열린 것을 지난 3일이다. 당초 예상을 깨고 250여명의 지역주민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이곳 촛불집회는 ‘마들주민회’와 ‘중랑천사람들’ 등 지역주민단체가 주도해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고 있다. 서진아 마들주민회 대표(여·46)는 “많은 국민이 정부정책에 불만과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주민들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스스로 문제를 풀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한편 17일 밤 서울에서만 잠실과 홍대입구, 신림역 등지에서 수십명씩 참여해 촛불집회를 열었다.

◆지역집회, 촛불 장기화 이끄나 = 촛불이 서울의 주요 거점지역으로 확산되는 데는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중 방식이 이동 등의 공간적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강남촛불’에 참여한 김대성(46)씨는 “광화문과는 거리가 멀어 참석하지 못했는데 이곳은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발생하는 현안 등도 함께 토론할 수 있어 연대감을 높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노원촛불’은 공부방 등을 운영하며 결성된 주민단체와 장애인단체, 환경단체가 중심이 돼 이끌어 가고 있다. 이규철 ‘중랑천사람들’ 간사는 “서로 다른 단체가 함께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며 “노원구 주민으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지역문제 등에도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미국산 쇠고기 불매운동도 검토하고 있으며, 이웃인 도봉구 주민과의 연대도 추진하고 있다.
‘강남촛불’은 대부분 금융·정보통신 등의 업종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직장인이 인터넷에서 모여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경제문제에 관심이 많다. ‘주가폭락’이나 ‘유가상승’ 등의 구호와 문구가 지역주민의 관심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인터넷 모임의 회원 가운데 ‘광고디자이너’ 등이 있어 이들이 참신하고 톡톡 튀는 문안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촛불이 지역차원의 생활운동으로 전환하면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승태(32)씨는 “인터넷 모임의 회원들이 직장생활에도 지장이 없고, 촛불도 계속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노원촛불’에 참여한 서진아씨는 “지금은 촛불이 한데 모였다가 각지로 흩어지면서 들불로 진화하고 있다”며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면 촛불이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정보 관계자는 “촛불이 이런 식으로 지역으로까지 확산되면 장기화될 가능성이 많다”며 “더위가 지나고 계절이 바뀌어도 촛불이 계속될 듯하다”고 말했다.
이상선 이재걸 기자 sss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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