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전격 시행
충분한 설명없이 손실나면 증권사 책임
상품 다양, 기업 투자자 증권사 “좋아”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투자자가 왕이 되는 시대가 열린다.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상품에 가입해 손실이 났는데도 오히려 증권사 직원들이 큰 소리 치는 일은 생각지도 못하게 된다. 투자자 보호 등 각종 약속을 지키지 않게 되면 받게 되는 징계도 강력하다.
또 다양한 투자 상품이 나온다. 투자자들의 선택권이 많아진다 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증권사들의 영업영역이 확대된다는 얘기도 된다. 증권사들은 이외에도 업무범위가 크게 늘어나 ‘규제 때문에 장사 못하겠다’는 변명을 늘어놓긴 어렵게 됐다. 세계적인 투자은행들과 한바탕 경쟁할 만한 멍석이 깔리는 셈이다.
기업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조달이 수월해진다.
◆“투자자 잘 모셔라” = 현재 증권사들은 금융투자상품을 투자자에게 권유할 때 상품내용이나 위험 등을 설명할 의무가 없다. 금융투자상품의 손실 가능성 등을 설명하지 않았다하더라도 증권사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 투자자만 억울할 뿐이다. 증권사에서 파는 투자상품이 손실날 수 있다는 것은 투자자가 상식수준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달라진다. 투자상품에 대해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중요사항을 거짓으로 설명한 후 투자자가 손실을 보게 되면 금융투자회사는 손실분만큼 배상해야 한다.
형식적으로 상품설명을 해 놓고 여기저기 짚으면서 서명하라는 식의 판매도 허용되지 않는다. 또 상품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투자자의 특성을 파악해 맞춤식 상품을 권유해야 하는 의무도 추가됐다. 투자자의 투자목적, 재산상태, 투자경험 등을 면담을 통해 파악한 다음 서면으로 확인까지 거쳐야 상품을 설명할 수 있다. ‘고객우선인지규정(Know-Your-Customer-Rule)’이라고 한다.
투자자를 귀찮게 하는 행위도 사라진다. 투자자가 상품에 관심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금융사직원이 계속해서 상품을 권유하는 행위가 앞으로는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또 장외파생상품 등 위험금융투자상품에 대해 금융사 직원이 집 또는 회사로 방문하거나 전화해서 투자를 권유하려는 경우 투자자가 ‘원하지 않다’는 표현만 하면 더 이상 괴롭힐 수 없다.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리며 투자를 권유하는 행위도 같은 규제를 받는다.
특히 앞으로는 각종 위법사항으로 제재를 받게 되면 금융사 임원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제재받고 있는 임직원들이 너무 많아서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남아날 임원들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적절한 수준을 현재 검토중이지만 퇴직했더라도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제재를 가해 다른 금융사에 취업하는 것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신종 금융상품 선보인다 = 금융투자회사는 모든 금융투자상품을 설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각종 파생기법을 활용한 신종증권의 설계지원과 인수(언더라이팅)가 가능해진다. 기업입장에서는 자금조달이 수월해지는 셈이다. 투자자들도 수요에 맞는 다양한 파생결합증권, 다양한 집합투자상품, 파생상품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파생상품은 투자자 특성에 따라 위험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게 되고 펀드연계증권 같은 신종 금융상품은 기대수익을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위험을 줄여 준다. 특히 모든 금융상품을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종합자산관리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상품을 만들기 위한 자산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재산’으로 규정,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았다.
미리 정해진 펀드의 성격에 따라 운용대상 자산을 제한하던 규제도 느슨하게 풀린다. 증권펀드, 부동산펀드, 특별자산펀드, 단기금융펀드로 구분해 펀드자산 중 50%이상을 관련 자산에 투자하도록 했다. 또 주요투자대상 자산을 미리 정하지 않고 언제든 어떤 자산에나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혼합자산펀드도 만들 수 있게 됐다.
◆증권계좌로 월급통장을 = 증권계좌를 월급통장으로 만들 수 있는 길도 열린다. 현재는 투자, 결제, 송금, 수시입출금 등 은행과 같이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그러나 내년 2월부터는 CMA(종합자산관리) 계좌를 통해서도 결제와 송금, 수시입출금 등이 가능하다.
보험 설계사와 같은 투자권유대행인도 등장한다.
투자자는 투자권유대행인을 통해 쉽게 투자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가입할 수 있다. 점포까지 직접 가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투자권유대행인은 금융투자회사의 위탁을 받고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중개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증권사에 기회가 왔다 =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은 증권업계에 호재다. 그러나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면 위기가 될 수 있다. 현재의 영업행태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금융투자회사가 되면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내놓은 금융상품을 금융공학을 적용해 변환,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자금조달 상품을 인수할 과감성과 위험을 분산할 능력, 경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과도한 위험회피 경향을 가지고 있다. 영업용순자본비율이 적기시정조치가 발동되는 150%의 네 배를 상회하고 있다. 대형사일수록 더 심하다. 일본 주요증권사도 300% 내외다. 위험회피 경향은 기업들에게 자금조달을 막는다. 우량한 회사의 채권과 주식만 취급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강형철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위험을 부담하고 관리해야 하며 자기투자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해 수익구조를 개편하고 인력수준 고도화를 위해 보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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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설명없이 손실나면 증권사 책임
상품 다양, 기업 투자자 증권사 “좋아”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투자자가 왕이 되는 시대가 열린다.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상품에 가입해 손실이 났는데도 오히려 증권사 직원들이 큰 소리 치는 일은 생각지도 못하게 된다. 투자자 보호 등 각종 약속을 지키지 않게 되면 받게 되는 징계도 강력하다.
또 다양한 투자 상품이 나온다. 투자자들의 선택권이 많아진다 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증권사들의 영업영역이 확대된다는 얘기도 된다. 증권사들은 이외에도 업무범위가 크게 늘어나 ‘규제 때문에 장사 못하겠다’는 변명을 늘어놓긴 어렵게 됐다. 세계적인 투자은행들과 한바탕 경쟁할 만한 멍석이 깔리는 셈이다.
기업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조달이 수월해진다.
◆“투자자 잘 모셔라” = 현재 증권사들은 금융투자상품을 투자자에게 권유할 때 상품내용이나 위험 등을 설명할 의무가 없다. 금융투자상품의 손실 가능성 등을 설명하지 않았다하더라도 증권사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 투자자만 억울할 뿐이다. 증권사에서 파는 투자상품이 손실날 수 있다는 것은 투자자가 상식수준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달라진다. 투자상품에 대해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중요사항을 거짓으로 설명한 후 투자자가 손실을 보게 되면 금융투자회사는 손실분만큼 배상해야 한다.
형식적으로 상품설명을 해 놓고 여기저기 짚으면서 서명하라는 식의 판매도 허용되지 않는다. 또 상품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투자자의 특성을 파악해 맞춤식 상품을 권유해야 하는 의무도 추가됐다. 투자자의 투자목적, 재산상태, 투자경험 등을 면담을 통해 파악한 다음 서면으로 확인까지 거쳐야 상품을 설명할 수 있다. ‘고객우선인지규정(Know-Your-Customer-Rule)’이라고 한다.
투자자를 귀찮게 하는 행위도 사라진다. 투자자가 상품에 관심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금융사직원이 계속해서 상품을 권유하는 행위가 앞으로는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또 장외파생상품 등 위험금융투자상품에 대해 금융사 직원이 집 또는 회사로 방문하거나 전화해서 투자를 권유하려는 경우 투자자가 ‘원하지 않다’는 표현만 하면 더 이상 괴롭힐 수 없다.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리며 투자를 권유하는 행위도 같은 규제를 받는다.
특히 앞으로는 각종 위법사항으로 제재를 받게 되면 금융사 임원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제재받고 있는 임직원들이 너무 많아서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남아날 임원들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적절한 수준을 현재 검토중이지만 퇴직했더라도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제재를 가해 다른 금융사에 취업하는 것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신종 금융상품 선보인다 = 금융투자회사는 모든 금융투자상품을 설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각종 파생기법을 활용한 신종증권의 설계지원과 인수(언더라이팅)가 가능해진다. 기업입장에서는 자금조달이 수월해지는 셈이다. 투자자들도 수요에 맞는 다양한 파생결합증권, 다양한 집합투자상품, 파생상품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파생상품은 투자자 특성에 따라 위험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게 되고 펀드연계증권 같은 신종 금융상품은 기대수익을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위험을 줄여 준다. 특히 모든 금융상품을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종합자산관리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상품을 만들기 위한 자산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재산’으로 규정,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았다.
미리 정해진 펀드의 성격에 따라 운용대상 자산을 제한하던 규제도 느슨하게 풀린다. 증권펀드, 부동산펀드, 특별자산펀드, 단기금융펀드로 구분해 펀드자산 중 50%이상을 관련 자산에 투자하도록 했다. 또 주요투자대상 자산을 미리 정하지 않고 언제든 어떤 자산에나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혼합자산펀드도 만들 수 있게 됐다.
◆증권계좌로 월급통장을 = 증권계좌를 월급통장으로 만들 수 있는 길도 열린다. 현재는 투자, 결제, 송금, 수시입출금 등 은행과 같이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그러나 내년 2월부터는 CMA(종합자산관리) 계좌를 통해서도 결제와 송금, 수시입출금 등이 가능하다.
보험 설계사와 같은 투자권유대행인도 등장한다.
투자자는 투자권유대행인을 통해 쉽게 투자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가입할 수 있다. 점포까지 직접 가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투자권유대행인은 금융투자회사의 위탁을 받고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중개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증권사에 기회가 왔다 =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은 증권업계에 호재다. 그러나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면 위기가 될 수 있다. 현재의 영업행태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금융투자회사가 되면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내놓은 금융상품을 금융공학을 적용해 변환,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자금조달 상품을 인수할 과감성과 위험을 분산할 능력, 경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과도한 위험회피 경향을 가지고 있다. 영업용순자본비율이 적기시정조치가 발동되는 150%의 네 배를 상회하고 있다. 대형사일수록 더 심하다. 일본 주요증권사도 300% 내외다. 위험회피 경향은 기업들에게 자금조달을 막는다. 우량한 회사의 채권과 주식만 취급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강형철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위험을 부담하고 관리해야 하며 자기투자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해 수익구조를 개편하고 인력수준 고도화를 위해 보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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