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대출 등 금융사 쏠림영업 탓 … 경제활동인구 30% 금융서비스 못받아
눈 앞에 있는 이익을 찾아가던 금융사도 더불어 사는 사회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소외자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들이 정상적으로 금융거래를 하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금융사의 좋은 고객이 될 수 있다.금융소외자들을 위한 금융상품을 만들고 채무불이행자들이 빚을 갚고 정상화되도록 도와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가난의 세습’을 막는 데에 금융사들이 자신들이 벌어들인 일부를 내어놓는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자신의 이익에 급급했던 금융사 = 금융사들은 돈벌이를 찾아 다녔다. 너나 할 것 없었다. 비슷한 영업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수익원도 같았고 고객도 마찬가지였다. 쏠림현상은 당연한 결과였다. 동반 추락도 예고된 일이었다.
부작용은 고객들에게 돌아갔다.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경쟁은 부동산시장을 들썩거리게 만들어 서민들의 ‘내 집 갖기’ 꿈을 무너뜨렸다. 원리금을 한꺼번에 내기 시작한 지난해부터는 금리가 급등했다. 올해는 더욱 뛰었다. 서민들의 주름살이 더 깊이 패였다. 또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렸다가 갑자기 회수해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부추겼다.
서민들의 생활은 날로 찌들어가지만 은행들의 수익은 매년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고액연봉으로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싸게 예금을 유치해 비싸게 대출해 주는 영업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올 상반기에도 이자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의 81%를 기록했다.
증권사 경영을 ‘천수답 경영’이라고 한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풍작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흉작이다. 노력의 대가가 아니라 천운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는 구조다. 증시가 좋아 거래대금이 많으면 수익이 급증하는 ‘위탁중개’ 중심의 경영형태를 지금까지 버리지 못하고 있다. 고객이 주식을 사고 팔 때마다 수수료가 생기기 때문에 증권사 직원들은 고객 자산을 돌보기 보다는 스스로의 실적을 높이기 위해 주식을 사고 또 팔았다. 수탁수수료가 전체 수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60~70%대를 유지하고 있다.
강경훈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카드사의 팽창경쟁, 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러시, 우량고객 확보전쟁, 주택담보대출 확대 경쟁 등은 금융사들의 단기적인 시각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수많은 신용불량자가 발생하고 금융사들은 부실화됐다”고 지적했다.
◆ 한계에 봉착한 금융사 = 은행과 증권사는 영업 한계에 봉착했다. 올 상반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3조원이나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에 있었던 LG카드 주식 매각이익을 빼더라도 1000억원정도 감소했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1조3000억원이나 떨어졌다.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주식거래가 줄어 올 1분기(4~6월) 증권사 성적이 크게 나빠질 전망이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현재의 수익구조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금융사들이 동시에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다. 몇 년째 진행중이다. 만만치 않다. 이미 외국대형 투자은행들이 선점해 놓은 상태다.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해외진출은 상당기간 비용이 많이 드는 ‘투자’이다. 실제 이익을 만들어내는 데는 많은 시간과 투자자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훈 한국은행 금융산업팀 차장은 “국내 은행들이 과도한 점유율 경쟁으로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며 “이미 선진금융사들이 선점하고 현지에서의 경쟁도 심해 해외진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저변을 확대하라 = 국내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금융서비스 이용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금융소외자가 720만명이었다. 이는 경제활동인구 2469만명의 29.16%에 달하는 규모다. 이들은 시중은행에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금융채무불이행자도 248만명이었다. 카드대란 이전수준인 2002년말 236만명에 근접할 정도지만 여전히 많은 수치다.
이에 따라 금융소외자들이 사금융을 활용하고 있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사람은 128만명에 이르고 개인적으로 빚을 진 사람은 6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금융시장은 16조5000억원에 달하고 대부업체에 의해 대출된 규모만도 10조원에 이른 것으로 금감원은 내다봤다. 연 72.2%의 고금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금융활동을 할 수 없다.
우상현 금융위 금융서비스국 중소서민금융과장은 “사금융이용자의 84%는 자력 또는 주변사람의 도움을 통해 상환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답했다”며 “금융사들이 외환위기 이후 서민금융에 대한 공급을 줄였고 금융산업의 경쟁이 심화돼 경쟁에서 탈락하거나 뒤처진 계층이 생겼지만 이젠 다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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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있는 이익을 찾아가던 금융사도 더불어 사는 사회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소외자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들이 정상적으로 금융거래를 하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금융사의 좋은 고객이 될 수 있다.금융소외자들을 위한 금융상품을 만들고 채무불이행자들이 빚을 갚고 정상화되도록 도와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가난의 세습’을 막는 데에 금융사들이 자신들이 벌어들인 일부를 내어놓는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자신의 이익에 급급했던 금융사 = 금융사들은 돈벌이를 찾아 다녔다. 너나 할 것 없었다. 비슷한 영업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수익원도 같았고 고객도 마찬가지였다. 쏠림현상은 당연한 결과였다. 동반 추락도 예고된 일이었다.
부작용은 고객들에게 돌아갔다.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경쟁은 부동산시장을 들썩거리게 만들어 서민들의 ‘내 집 갖기’ 꿈을 무너뜨렸다. 원리금을 한꺼번에 내기 시작한 지난해부터는 금리가 급등했다. 올해는 더욱 뛰었다. 서민들의 주름살이 더 깊이 패였다. 또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렸다가 갑자기 회수해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부추겼다.
서민들의 생활은 날로 찌들어가지만 은행들의 수익은 매년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고액연봉으로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싸게 예금을 유치해 비싸게 대출해 주는 영업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올 상반기에도 이자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의 81%를 기록했다.
증권사 경영을 ‘천수답 경영’이라고 한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풍작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흉작이다. 노력의 대가가 아니라 천운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는 구조다. 증시가 좋아 거래대금이 많으면 수익이 급증하는 ‘위탁중개’ 중심의 경영형태를 지금까지 버리지 못하고 있다. 고객이 주식을 사고 팔 때마다 수수료가 생기기 때문에 증권사 직원들은 고객 자산을 돌보기 보다는 스스로의 실적을 높이기 위해 주식을 사고 또 팔았다. 수탁수수료가 전체 수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60~70%대를 유지하고 있다.
강경훈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카드사의 팽창경쟁, 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러시, 우량고객 확보전쟁, 주택담보대출 확대 경쟁 등은 금융사들의 단기적인 시각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수많은 신용불량자가 발생하고 금융사들은 부실화됐다”고 지적했다.
◆ 한계에 봉착한 금융사 = 은행과 증권사는 영업 한계에 봉착했다. 올 상반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3조원이나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에 있었던 LG카드 주식 매각이익을 빼더라도 1000억원정도 감소했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1조3000억원이나 떨어졌다.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주식거래가 줄어 올 1분기(4~6월) 증권사 성적이 크게 나빠질 전망이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현재의 수익구조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금융사들이 동시에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다. 몇 년째 진행중이다. 만만치 않다. 이미 외국대형 투자은행들이 선점해 놓은 상태다.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해외진출은 상당기간 비용이 많이 드는 ‘투자’이다. 실제 이익을 만들어내는 데는 많은 시간과 투자자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훈 한국은행 금융산업팀 차장은 “국내 은행들이 과도한 점유율 경쟁으로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며 “이미 선진금융사들이 선점하고 현지에서의 경쟁도 심해 해외진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저변을 확대하라 = 국내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금융서비스 이용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금융소외자가 720만명이었다. 이는 경제활동인구 2469만명의 29.16%에 달하는 규모다. 이들은 시중은행에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금융채무불이행자도 248만명이었다. 카드대란 이전수준인 2002년말 236만명에 근접할 정도지만 여전히 많은 수치다.
이에 따라 금융소외자들이 사금융을 활용하고 있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사람은 128만명에 이르고 개인적으로 빚을 진 사람은 6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금융시장은 16조5000억원에 달하고 대부업체에 의해 대출된 규모만도 10조원에 이른 것으로 금감원은 내다봤다. 연 72.2%의 고금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금융활동을 할 수 없다.
우상현 금융위 금융서비스국 중소서민금융과장은 “사금융이용자의 84%는 자력 또는 주변사람의 도움을 통해 상환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답했다”며 “금융사들이 외환위기 이후 서민금융에 대한 공급을 줄였고 금융산업의 경쟁이 심화돼 경쟁에서 탈락하거나 뒤처진 계층이 생겼지만 이젠 다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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