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중소병원 더 심각 … 안전·감염·의료사고 우려
우리나라 활동간호사(취업 간호사) 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최하위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하다. 절대적 간호사 수도 부족하고 서울과 지방,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간의 불균형도 문제다. 간호인력 현황과 이에 대한 정부와 관련단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간호사는 24시간 환자의 생명을 돌보고 있기 때문에 간호인력 적정하지 않을 경우 각종 안전·감염·의료사고 등 심각한 환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간호사 인력 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일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 인구 1000명당 활동간호사 수는 1.8명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1인당 GDP(2만668달러)와 같은 연도의 인력을 비교하면 OECD 평균은 7.9명이다. 간호인력난을 겪고 있는 미국이 6.9명, 일본은 6.2명, 영국은 7.7명, 스웨덴은 8.7명이었다.
올해 발표된 OECD 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00명당 활동간호사 수가 1.9명으로 30개국 가운데 29위를 차지했다. 간호사 수는 이처럼 적은 데도 급성기 병상수는 인구 1000명당 5.9개로 OECD 평균 4.2개보다 많다. 이처럼 실제 취업해서 활동하고 있는 간호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지역적·병원규모별로도 활동간호사 수 비율의 차이가 커 심각한 상태이다.
경기도간호사회 관계자는 “경기지역도 병원 70%가 간호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역민들에게 적정한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간호사가 부족하면 질높은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적정규모 이하로 간호인력이 떨어질 때 안전사고와 감염사고, 의료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실제 신규 간호사를 관리 감독하는 중견 간호사 이직이 높아지면서 신규 간호사가 업무 중에 약을 잘못 넣는 등 가벼운 실수부터 치명적 실수까지 나타나고 있다. 간호사 이직률은 여러 직업군 중에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직이 잦을수록 남아있는 간호사는 더욱 업무가 많아져 일이 힘들어진다. 게다가 새로운 의약품이 출시되고 전산업무가 변화하면서 간호사에게 더욱 부담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인력확충 방안 없나
‘유휴간호사 재취업’ 단기효과 높지만
입학정원 증원 단체간 이견 … 정부 고심만 거듭
간호인력 확충을 위해 유휴간호사 재취업 프로그램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휴간호사를 1주일~4개월 동안 재교육을 한 뒤 병원에 취업시키는 게 단시간에 간호사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간호협회 주장이다. 다만 취업의사를 확인하기 어렵고 의료기관에서 기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호사 인력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재취업 간호사 채용 병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간호사 면허 등록자(누계)는 지난 2006년 조사에서 간호사 면허소지자는 22만5385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와 은퇴자 해외이주자 등을 제외한 가용 간호사는 20만4785명이었다. 활동간호사는 12만9423명으로 가용간호사 기준으로 63.3%의 취업률을 보였다. 즉, 7만5362명은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고도 간호업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한병원협회 등은 유휴간호사 재취업은 미봉책이며 장기적으로는 간호대 입학정원을 늘리자고 주장한다. 현재 매년 1만1000명 이상이 간호대를 졸업하고 있다. 올해 950명이 증원됐다.
정홍태 부산시병원회장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의료법상 간호사 1인당 입원환자수 2.5명 기준으로 볼 때 병원급 이상 부족 간호사수는 2만6000명이 넘는다. 여기에 병상증설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보건교사 등 신규수요 1만2000명을 더해 약 3만8000명의 간호 인력이 확충돼야 한다. 정 회장은 “장기적으로 간호사 지원자가 감소할 것”이라며 “하루빨리 간호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당장 중소병원 간호인력난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간호조무사 15만명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한다”며 “해외에서 간호인력을 수입하는 것보다 국내 인력을 제대로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의료자원과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병원규모에 따라 간호서비스 질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력수급에 대해 대책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중소병원에 수가를 올려주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간호인력부족 왜
신규수요 느는데 처우 낮아
지방이나 중소병원에서 간호사가 부족한 이유로는 처우가 낮은 데서 찾을 수 있다. 병원간호사회가 매년 실시하는 간호사 근로조건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직 사유는 종합전문병원이 △결혼, 출산 및 육아 △진학 및 유학 △타 직종 전환 순이었다. 반면 종합병원과 병원급은 다른 병원으로 이적을 일순위로 꼽았다.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의 ‘병원인력충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민간중소병원 간호사의 퇴사율이 28.67%에 달했다. 국립대 병원(3.62%), 사립대 병원(9.18%)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이는 보건의료노조 1만명 이상 조합원에 대한 설문조사결과다.
병원근무에 만족하지 않은 이유에 로 ‘업무량이 많아서’라는 응답이 31.6%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밤근무가 힘들어서(23.5%)’, ‘직업적 자존감이 저하되어서(15.9%)’, ‘가정과 일을 병행하기 힘들어서(12.2)’ 순이었다. 특히 민간중소병원 간호사는 병원근무에 만족하지 않은 이유로 ‘낮은 임금’을 두 번째로 꼽아 주목된다.
박광옥 병원간호사회장은 “어느 지방병원의 경우 수간호사 연봉이 2000만원이며 간호사는 1100만원으로 월 100만원이 안되는 곳도 있다”며 “가사도우미 연봉보다 적기 때문에 병원을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재교육 후 병원 취업한 강안숙 간호사
“실습교육받고 자신감 얻어”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 ‘여자어린이가 한번쯤 장래희망으로 꼽았던 직업’ 모두 간호사를 가리키거나 설명하는 말이다. 하지만 결혼과 보육, 저임금 등에 직면하게 되면 자존감은 허물어지기 일쑤다.
강안숙(44)씨는 종합병원에서 6년정도 근무하다 결혼하고 바로 병원 간호사일을 그만뒀다. 아이를 갖고 보육을 해야하는데 3교대 특히 밤근무를 해야하는 병원간호사일을 계속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간간이 보건소에서 일을 하곤 했다.강씨는 올해 초 경기도간호사회가 마련한 유휴간호사 재교육을 신청했다. 교육비의 일부는 노동부의 지원을 받았다.
강씨는 강의 80시간과 실습 40시간 등 모두 120시간을 소화하고 지난달말 4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에 취업했다.
강씨는 “처음에 할까말까하다가 직접 실습교육을 받아보니 예전 간호사로서의 자신감과 사명감이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이번 경기도간호사회 교육은 50명씩 2차에 걸쳐 100명이 대상이다. 경기도 지역 1만7500명의 유휴간호사 대부분이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경기도간호사회 김미아 국장은 “유휴간호사를 재교육시켜 경기지역 중소병원에 취업시킴으로써 간호사 인력난 해소와 지역주민들에게 수준높은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라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해 유휴간호사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지난해 300명이 참여해 135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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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나라 활동간호사(취업 간호사) 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최하위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하다. 절대적 간호사 수도 부족하고 서울과 지방,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간의 불균형도 문제다. 간호인력 현황과 이에 대한 정부와 관련단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간호사는 24시간 환자의 생명을 돌보고 있기 때문에 간호인력 적정하지 않을 경우 각종 안전·감염·의료사고 등 심각한 환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간호사 인력 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일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 인구 1000명당 활동간호사 수는 1.8명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1인당 GDP(2만668달러)와 같은 연도의 인력을 비교하면 OECD 평균은 7.9명이다. 간호인력난을 겪고 있는 미국이 6.9명, 일본은 6.2명, 영국은 7.7명, 스웨덴은 8.7명이었다.
올해 발표된 OECD 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00명당 활동간호사 수가 1.9명으로 30개국 가운데 29위를 차지했다. 간호사 수는 이처럼 적은 데도 급성기 병상수는 인구 1000명당 5.9개로 OECD 평균 4.2개보다 많다. 이처럼 실제 취업해서 활동하고 있는 간호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지역적·병원규모별로도 활동간호사 수 비율의 차이가 커 심각한 상태이다.
경기도간호사회 관계자는 “경기지역도 병원 70%가 간호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역민들에게 적정한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간호사가 부족하면 질높은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적정규모 이하로 간호인력이 떨어질 때 안전사고와 감염사고, 의료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실제 신규 간호사를 관리 감독하는 중견 간호사 이직이 높아지면서 신규 간호사가 업무 중에 약을 잘못 넣는 등 가벼운 실수부터 치명적 실수까지 나타나고 있다. 간호사 이직률은 여러 직업군 중에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직이 잦을수록 남아있는 간호사는 더욱 업무가 많아져 일이 힘들어진다. 게다가 새로운 의약품이 출시되고 전산업무가 변화하면서 간호사에게 더욱 부담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인력확충 방안 없나
‘유휴간호사 재취업’ 단기효과 높지만
입학정원 증원 단체간 이견 … 정부 고심만 거듭
간호인력 확충을 위해 유휴간호사 재취업 프로그램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휴간호사를 1주일~4개월 동안 재교육을 한 뒤 병원에 취업시키는 게 단시간에 간호사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간호협회 주장이다. 다만 취업의사를 확인하기 어렵고 의료기관에서 기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호사 인력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재취업 간호사 채용 병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간호사 면허 등록자(누계)는 지난 2006년 조사에서 간호사 면허소지자는 22만5385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와 은퇴자 해외이주자 등을 제외한 가용 간호사는 20만4785명이었다. 활동간호사는 12만9423명으로 가용간호사 기준으로 63.3%의 취업률을 보였다. 즉, 7만5362명은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고도 간호업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한병원협회 등은 유휴간호사 재취업은 미봉책이며 장기적으로는 간호대 입학정원을 늘리자고 주장한다. 현재 매년 1만1000명 이상이 간호대를 졸업하고 있다. 올해 950명이 증원됐다.
정홍태 부산시병원회장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의료법상 간호사 1인당 입원환자수 2.5명 기준으로 볼 때 병원급 이상 부족 간호사수는 2만6000명이 넘는다. 여기에 병상증설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보건교사 등 신규수요 1만2000명을 더해 약 3만8000명의 간호 인력이 확충돼야 한다. 정 회장은 “장기적으로 간호사 지원자가 감소할 것”이라며 “하루빨리 간호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당장 중소병원 간호인력난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간호조무사 15만명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한다”며 “해외에서 간호인력을 수입하는 것보다 국내 인력을 제대로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의료자원과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병원규모에 따라 간호서비스 질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력수급에 대해 대책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중소병원에 수가를 올려주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간호인력부족 왜
신규수요 느는데 처우 낮아
지방이나 중소병원에서 간호사가 부족한 이유로는 처우가 낮은 데서 찾을 수 있다. 병원간호사회가 매년 실시하는 간호사 근로조건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직 사유는 종합전문병원이 △결혼, 출산 및 육아 △진학 및 유학 △타 직종 전환 순이었다. 반면 종합병원과 병원급은 다른 병원으로 이적을 일순위로 꼽았다.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의 ‘병원인력충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민간중소병원 간호사의 퇴사율이 28.67%에 달했다. 국립대 병원(3.62%), 사립대 병원(9.18%)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이는 보건의료노조 1만명 이상 조합원에 대한 설문조사결과다.
병원근무에 만족하지 않은 이유에 로 ‘업무량이 많아서’라는 응답이 31.6%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밤근무가 힘들어서(23.5%)’, ‘직업적 자존감이 저하되어서(15.9%)’, ‘가정과 일을 병행하기 힘들어서(12.2)’ 순이었다. 특히 민간중소병원 간호사는 병원근무에 만족하지 않은 이유로 ‘낮은 임금’을 두 번째로 꼽아 주목된다.
박광옥 병원간호사회장은 “어느 지방병원의 경우 수간호사 연봉이 2000만원이며 간호사는 1100만원으로 월 100만원이 안되는 곳도 있다”며 “가사도우미 연봉보다 적기 때문에 병원을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재교육 후 병원 취업한 강안숙 간호사
“실습교육받고 자신감 얻어”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 ‘여자어린이가 한번쯤 장래희망으로 꼽았던 직업’ 모두 간호사를 가리키거나 설명하는 말이다. 하지만 결혼과 보육, 저임금 등에 직면하게 되면 자존감은 허물어지기 일쑤다.
강안숙(44)씨는 종합병원에서 6년정도 근무하다 결혼하고 바로 병원 간호사일을 그만뒀다. 아이를 갖고 보육을 해야하는데 3교대 특히 밤근무를 해야하는 병원간호사일을 계속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간간이 보건소에서 일을 하곤 했다.강씨는 올해 초 경기도간호사회가 마련한 유휴간호사 재교육을 신청했다. 교육비의 일부는 노동부의 지원을 받았다.
강씨는 강의 80시간과 실습 40시간 등 모두 120시간을 소화하고 지난달말 4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에 취업했다.
강씨는 “처음에 할까말까하다가 직접 실습교육을 받아보니 예전 간호사로서의 자신감과 사명감이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이번 경기도간호사회 교육은 50명씩 2차에 걸쳐 100명이 대상이다. 경기도 지역 1만7500명의 유휴간호사 대부분이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경기도간호사회 김미아 국장은 “유휴간호사를 재교육시켜 경기지역 중소병원에 취업시킴으로써 간호사 인력난 해소와 지역주민들에게 수준높은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라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해 유휴간호사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지난해 300명이 참여해 135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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