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터진 감세정책, 재정은 괜찮은가
한나라당이 대대적인 감세안을 내놓았다. 2008 세제개혁안 확정이 한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전면적인 감세를 기조로 한 세제개편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비록 여당의 안이지만 사실상 정부에 대한 주문이나 다름없다. 조세당국은 여당의 감세 드라이브에 당혹스러워하면서 눈치보기만 하고 있는 상황으로 비친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감세안의 골자는 서민층의 세부담을 줄이기 위한 부가가치세 감면, 중산층 기반 강화를 명분으로 한 소득세법 개정,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법인세율 인하로 간추려진다.
세금을 깎아준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경기가 나쁘고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세금이나마 덜 내게 하겠다는데 반기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것도 소외계층의 세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하니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은 환영할만하다. 세금을 깎아주면 경기부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감세는 ‘MB노믹스’의 골격이다. 감세와 규제완화를 지렛대로 경제를 살려내겠다고 공약한 터라 경제살리기가 시급한 과제임을 고려하면 감세의 필요성에 공감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감세안은 기본적으로 조세개혁 차원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어서 원칙에 어긋나는 감세, 앞뒤 가리지 않은 감세안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원칙과 기준이 없다. 앞으로 집권 5년 동안 정부에 들어올 세금규모가 얼마고 얼마가 남을 것인가를 정밀하게 예측하고 우선순위를 따져보는 기본 청사진을 먼저 내놓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옳다. 그렇지 못하니 중구난방식 감세정책이니, 포퓰리즘 발상이니, 선심성 감세정책이니 하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말의 성찬’에 그칠 공산이 높다.
감세에 뒤따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부가세는 간접세이긴 하나 전체 국세의 25%를 차지하는 3대 세목 중 하나다. 그만큼 감면 범위가 늘어나면 세수부족 가능성도 높아진다. 면세품목을 넓히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원칙에 어긋나게 된다. 부가세를 낮춰도 생산자나 유통단계에서 흡수하면 저소득층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
감세로 인해 발생할 재정부실에 대해서도 안이하다. 경제가 어려운데도 세수가 늘고 있고 한번 노출된 세원은 줄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재정사정은 그렇게 여유롭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해 세계잉여금이 15조원에 이른다지만 추경평성, 대규모 유류세 환급, 잇단 감세 등으로 곧 바닥이 날 형편이다.
정부도 세수가 많이 걷혔지만 씀씀이가 커서 하반기 적자 국채발행이 불가피한 형편이라고 실토한다. 한쪽으로 감세 생색을 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질 판이다. 빚은 결국 국민 몫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균형재정을 유지하려면 다시 세금을 더 걷던지 정부 예산지출을 줄여야 한다. 예산을 줄이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중소기업 법인세 인하는 옳은 방향이다. 중소기업은 산업의 뿌리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기업이 살고 국가경제도 산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경기도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금융은 말할 것도 없고 세제도 중소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집중지원되어야 마땅하다.
부동산 세제의 손질은 신중해야 한다. 식은 부동산 시장과 침체된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제완화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현 정부의 감세를 기대하여 숨죽이고 있다는 분석이 없지 않다. 말하자면 불안한 안정 상태인 셈이다.
여기에 거래세와 보유세를 모두 내리게 되면 투기와 가수요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 시중에 갈 곳을 몰라 떠돌고 있는 돈이 부동산으로 몰려 거품을 부풀릴 수 있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거래 활성화다.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거래세를 내리는 것이 답이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의 완화는 2%의 부자들을 위한 것이 될 수 있다. 종부세 과세금액을 9억원으로 올리고 인별합산으로 부과하자는 것은 종부세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서민보다 부자나 다주택을 가진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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