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은 1990년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경제에서 유래했다.
일본 도쿄의 폭등했던 부동산 버블이 가라앉으면서 금융부실이 일어나 일본경제가 침체를 거듭했다. 일본 정부는 이자율을 계속 낮춰 제로금리까지 떨어뜨렸지만 경기회생에 실패했다. 당시 일본경제는 경제성장률 2% 이하의 저성장을 10년 간 지속하면서 활력소를 잃었다.
그렇지만 일본사람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구조조정을 하면서 묵묵히 땀흘려 일했다. 특히 제조업, 대표적으로 도요다 등 자동차 산업이 그랬다. 오히려 경쟁력이 높아졌다. 10년 동안 와신상담을 한 결과였다.
지금 미국경제를 대표하는 달러는 가치가 떨어지지만 일본 엔화는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력 내실이 미국보다 더 단단하다는 뜻이다. 일본과 미국은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와 같다.
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을 일부 사람들은 지난 10년 간의 우리 경제에 빗대어 쓰고 있다. 지난 10년 간의 우리 경제가 마치 일본경제처럼 되었다고 한탄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경제 실상과 데이터를 따져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은 경제적 개념이 아니라 정치적인 선동일 뿐이다.
첫째, 지난 10년 간 우리 경제는 평균 4.4%의 높은 성장을 지속했고 1인당 국민소득은 1998년 7355달러에서 2만81달러로 2.7배나 급증했다. 실로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을 거듭한 것이다.
둘째, 달러와 원화가치를 비교해보면 1998년에 1달러당 1401원에서 2007년 929원으로 원화가치가 34% 높아졌다. 한국의 경제력을 반영하는 원화가치가 전세계의 기축통화인 미국의 달러화와 비교해 30% 이상 높아진 것은 대단한 성과이다.
셋째, 2만달러 시대의 4% 성장은 2000달러 시대의 8% 성장보다 어렵다. 국민소득 4만달러 국가의 4% 성장은 석유 등 자원부국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문제는 정치적 선동이다. 선동가들은 분열을 먹고 자라며 폭력으로 자신의 목적을 관철시키려 한다. 좌파와 우파 모두 마찬가지다.
선동가들은 경제를 망친다. 국민들은 선동가들에게 속지 말아야 한다. 바로 이것이 선진국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는 새로운 통합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보수도 진보를 포함하려 하고 진보도 보수를 포함하려고 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계승 발전시키야 선진국이 된다.
지금 미국은 선진국을 이끌어가는 지도국가로서의 지위를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9·11테러를 계기로 국민들을 선동하여 이라크 전쟁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들은 그 선동에 속았다. 이라크 전쟁 후유증으로 유가는 급등하고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경기는 하강하고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심해지고 미국의 금융산업은 파탄에 이르고 있다. 미국의 리더십은 퇴색해가고 있다.
대신 EU와 중국과 일본이 올라서고 있다. 또 자원부국인 러시아와 중동과 브라질이 좋아지고 있다. 이제 세계는 미국 중심에서 벗어나 다원화되고 있다. 다양성이 소중한 가치가 되고 있다.
어떻게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4만달러 선진국으로 갈 수 있을까. 한반도대운하를 통한 국내경기 부양과 한미 FTA를 통한 수출증대라는 낡은 쌍끌이 전략, 7·4·7 공약으로는 안된다. 이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가 왔다. 7000달러에서 2만달러로 나아간 길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이 면을 면밀히 검토해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극복할 것은 극복하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하하는 것은 이를 이겨내기 위해 10년 동안이나 몸부림친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다. 일본의 와신상담 자세를 비웃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이런 선동은 선진화로 나가는 길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
경제는 단절을 추구하는 정치와는 달리 계승·발전해야 한다. 경제리더십은 선동이 아니라 각계각층을 포괄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추구해야 한다. 또한 세계화하지 않으면 선진국이 될 수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리더십도 CEO리더십을 넘어서는 ‘글로벌 리더십’으로 한 차원 높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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