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과 조깅·등산 미팅 … “지점장 휴가일정 내라” 챙겨
고객에겐 ‘쉬운 상품’ 판매 … 직원, 매주 시험 ‘열공중’
“행복합니다.”
호탕한 웃음이 전달됐다. 예전과 다르지 않았지만 경쾌했다.
김지완 하나대투 사장은 “내일 부산에 내려가거든요. 동백섬 근처에서 자고 아침 5시 반에 1시간 정도 지점장들과 운동할 예정입니다”라며 또 웃었다.
김 사장은 지난 2월 하나대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분위기를 바꾸는 데 전력을 쏟았다. 대투증권의 보수적인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하나증권의 지점 등 리테일 부분도 합쳤다. 하나-대투간의 화학적 결합이필요했다.
은행출신 사장과는 달랐다. 30년 노하우가 나왔다. 증권가 최고령 CEO의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증권영업은 압박하면 안 된다 = 하나대투 한 지점을 취재했다. 김 사장이 온 후 영업 분위기가 확실하게 부드러워졌다고 했다. 영업압박도 없다고 했다. 평소 친분이 있던 모 지점장은 “‘영업목표 있지? 그거 못 지키면 다 죽는 거야 하하하’라고 농담같이 해놓곤 다그치는 일이 없어요”라고 역시 경쾌하게 말했다. ‘겉으로는 저러지만 속은 타겠지’라고 생각했다. 시장이 안 좋아 실적이 나쁠 수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김 사장에게 숨겨놓은 비법을 물었다. 그는 “단순하게 영업하는 겁니다. 직원들이나 고객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상품만 취급하는 것이지요”라고 답했다. 단순한 상품이라면 무엇일까. 주가연계채권(ELF)이다. 주가연계증권(ELS)을 가지고 만든 상품이다. 하나대투는 ELS취급인가를 받지 못해 ELF를 주로 팔고 있다. ELS나 ELF는 주식 하락기에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다. 요즘처럼 예상치 못했던 침체기에 인기를 끌 만하다. 상품구조가 크게 어렵지 않고 종류가 많다. 지난해 7000억원 어치를 팔았다. 올해에만 벌써 1조5000억원을 유치했다. 연말까지 4조원을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연초 온라인 주식거래 수수료를 0.015%로 낮췄다. 업계 최저 수수료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느냐’며 눈치를 보던 업계에서 선수를 쳤다. 다른 증권사들도 경쟁적으로 내렸다. 시장침체로 주식거래가 줄고 위탁매매 수수료율도 낮아져 증권사들의 1분기(4~6월) 실적이 크게 악화됐지만 하나대투는 금감원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계열사로 은행이 있으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저는 점포를 762개라고 생각해요. 은행 점포가 640개나 되지요”라고 설명했다. 수수료율이 낮다는 ‘피가로(Fee가 Low)’ 계좌에 4만5000계좌, 4500억원이 몰렸다.
하나대투는 총보수를 업계 최저수준인 0.15%로 낮춘 인덱스펀드를 온라인상에 올려놨다. 판매보수를 0.05%만 받겠다는 것이다. 운용보수는 0.06%다. 나머지는 수탁, 사무관리 비용이다. 인덱스 펀드도 ‘쉬운 상품’이다. 그의 말은 간단했다. “지수따라 오르고 내리는 인덱스펀드의 보수를 높게 받을 수 없지요.”
◆30년 노하우 ‘외유내강’ = 김 사장은 즐기고 있었다. 그는 77년에 부국증권에 입사해 20년만인 98년에 사장으로 올라선 후 현대증권 사장(2003~2007년)을 거쳐 만 62세(46년생)에 다른 회사의 CEO생활을 시작했다. “(김승유 회장님이) 절 불러줬어요. 여기가 은퇴할 마지막 회사입니다”며 그는 증권맨으로의 마지막 결실을 하나대투에 쏟아낼 생각임을 강조했다. 30여년 풍전수전을 몸으로 부대끼며 터득한 노하우를 실천하고 있다는 얘기다.
“건강해야 합니다”며 시종일관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직원들에게 금연을 지시했다. 각 지역 본부에서는 아침 6시에 조깅을 하고 아침 밥을 같이 먹으며 도란도란 회의를 한다. 김 사장은 지점장급 이상 직원들과 올 8월 1일과 2일에 무박으로 불수도북(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 등반을 하기로 했다. 다른 직원들과는 도봉산과 북한산만 도는 짧은(?) 구간으로 또 계획했다.
얼마전엔 지점장들에게 휴가일정을 제출하라는 공문이 내려갔다. 일이 바쁘다면 건너뛰기 일쑤였던 휴가다. 임원, 지점장이 휴가를 가서 쉬는 것도 영업의 일환이라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이런 와중에 ‘주간 평가’라는 걸 만들었다. 교과서를 자체 제작했다. 응시자는 컴퓨터로 무작위 선발된다. 지점장을 포함해 매주 10개 본부에서 본부마다 6명씩 정해진다. 이달부터 시작했다. 본부 대표로 나선 이들의 점수는 공개된다. 20번 정도 치른 후 평점이 80점을 넘지 못한 꼴치 본부장과는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강온전략’을 잘 구사해온 경영방법은 현대증권때와 전혀 바뀌지 않았다.
“통합 (금융투자회사)협회장에 나설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제 협회 일엔) 리타이어(은퇴)했고 여기에서 마지막으로 일할 겁니다”며 또 큼지막한 입을 벌려 털털한 웃음을 쏟아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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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겐 ‘쉬운 상품’ 판매 … 직원, 매주 시험 ‘열공중’
“행복합니다.”
호탕한 웃음이 전달됐다. 예전과 다르지 않았지만 경쾌했다.
김지완 하나대투 사장은 “내일 부산에 내려가거든요. 동백섬 근처에서 자고 아침 5시 반에 1시간 정도 지점장들과 운동할 예정입니다”라며 또 웃었다.
김 사장은 지난 2월 하나대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분위기를 바꾸는 데 전력을 쏟았다. 대투증권의 보수적인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하나증권의 지점 등 리테일 부분도 합쳤다. 하나-대투간의 화학적 결합이필요했다.
은행출신 사장과는 달랐다. 30년 노하우가 나왔다. 증권가 최고령 CEO의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증권영업은 압박하면 안 된다 = 하나대투 한 지점을 취재했다. 김 사장이 온 후 영업 분위기가 확실하게 부드러워졌다고 했다. 영업압박도 없다고 했다. 평소 친분이 있던 모 지점장은 “‘영업목표 있지? 그거 못 지키면 다 죽는 거야 하하하’라고 농담같이 해놓곤 다그치는 일이 없어요”라고 역시 경쾌하게 말했다. ‘겉으로는 저러지만 속은 타겠지’라고 생각했다. 시장이 안 좋아 실적이 나쁠 수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김 사장에게 숨겨놓은 비법을 물었다. 그는 “단순하게 영업하는 겁니다. 직원들이나 고객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상품만 취급하는 것이지요”라고 답했다. 단순한 상품이라면 무엇일까. 주가연계채권(ELF)이다. 주가연계증권(ELS)을 가지고 만든 상품이다. 하나대투는 ELS취급인가를 받지 못해 ELF를 주로 팔고 있다. ELS나 ELF는 주식 하락기에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다. 요즘처럼 예상치 못했던 침체기에 인기를 끌 만하다. 상품구조가 크게 어렵지 않고 종류가 많다. 지난해 7000억원 어치를 팔았다. 올해에만 벌써 1조5000억원을 유치했다. 연말까지 4조원을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연초 온라인 주식거래 수수료를 0.015%로 낮췄다. 업계 최저 수수료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느냐’며 눈치를 보던 업계에서 선수를 쳤다. 다른 증권사들도 경쟁적으로 내렸다. 시장침체로 주식거래가 줄고 위탁매매 수수료율도 낮아져 증권사들의 1분기(4~6월) 실적이 크게 악화됐지만 하나대투는 금감원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계열사로 은행이 있으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저는 점포를 762개라고 생각해요. 은행 점포가 640개나 되지요”라고 설명했다. 수수료율이 낮다는 ‘피가로(Fee가 Low)’ 계좌에 4만5000계좌, 4500억원이 몰렸다.
하나대투는 총보수를 업계 최저수준인 0.15%로 낮춘 인덱스펀드를 온라인상에 올려놨다. 판매보수를 0.05%만 받겠다는 것이다. 운용보수는 0.06%다. 나머지는 수탁, 사무관리 비용이다. 인덱스 펀드도 ‘쉬운 상품’이다. 그의 말은 간단했다. “지수따라 오르고 내리는 인덱스펀드의 보수를 높게 받을 수 없지요.”
◆30년 노하우 ‘외유내강’ = 김 사장은 즐기고 있었다. 그는 77년에 부국증권에 입사해 20년만인 98년에 사장으로 올라선 후 현대증권 사장(2003~2007년)을 거쳐 만 62세(46년생)에 다른 회사의 CEO생활을 시작했다. “(김승유 회장님이) 절 불러줬어요. 여기가 은퇴할 마지막 회사입니다”며 그는 증권맨으로의 마지막 결실을 하나대투에 쏟아낼 생각임을 강조했다. 30여년 풍전수전을 몸으로 부대끼며 터득한 노하우를 실천하고 있다는 얘기다.
“건강해야 합니다”며 시종일관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직원들에게 금연을 지시했다. 각 지역 본부에서는 아침 6시에 조깅을 하고 아침 밥을 같이 먹으며 도란도란 회의를 한다. 김 사장은 지점장급 이상 직원들과 올 8월 1일과 2일에 무박으로 불수도북(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 등반을 하기로 했다. 다른 직원들과는 도봉산과 북한산만 도는 짧은(?) 구간으로 또 계획했다.
얼마전엔 지점장들에게 휴가일정을 제출하라는 공문이 내려갔다. 일이 바쁘다면 건너뛰기 일쑤였던 휴가다. 임원, 지점장이 휴가를 가서 쉬는 것도 영업의 일환이라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이런 와중에 ‘주간 평가’라는 걸 만들었다. 교과서를 자체 제작했다. 응시자는 컴퓨터로 무작위 선발된다. 지점장을 포함해 매주 10개 본부에서 본부마다 6명씩 정해진다. 이달부터 시작했다. 본부 대표로 나선 이들의 점수는 공개된다. 20번 정도 치른 후 평점이 80점을 넘지 못한 꼴치 본부장과는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강온전략’을 잘 구사해온 경영방법은 현대증권때와 전혀 바뀌지 않았다.
“통합 (금융투자회사)협회장에 나설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제 협회 일엔) 리타이어(은퇴)했고 여기에서 마지막으로 일할 겁니다”며 또 큼지막한 입을 벌려 털털한 웃음을 쏟아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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