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창업주이자 명예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다 오히려 사기죄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50대 여성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본지 4월 25일 20면 보도
서울시 종로구 여성단체연합 총회장을 지낸 조명운(55)씨가 그 주인공이다. 조씨는 지난 96년 D기업 명예회장인 S씨를 만나 몸이 불편한 그를 7년간 보좌했다. S씨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조씨에게 자녀 학비는 물론, 부동산도 챙겨주겠다며 구두로 약속을 했다. 하지만 약속이 말로만 반복되자 조씨는 “각서를 써달라”고 요구했고 S씨는 지난 2002년 7월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호텔 직원 입회하에 각서를 썼다. 내용은 임야 약 3000평의 소유권을 조씨에게 이전해주고 자녀의 학비 등을 지원해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조씨는 각서를 믿었지만 1년이 지나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조씨는 2003년 7월 S씨를 상대로 약정금 이행 소송을 냈다.
하지만 S씨는 오히려 조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조작된 각서를 갖고 사기를 벌였다는 것이다. 조씨는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실형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후 그 충격에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조씨의 억울함은 항소심에서 풀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문서의 작성명의인이 당해 사문서에 서명·날인·무인했을 당시 그 문서의 전부 또는 일부가 미완성 상태에서 했다는 것은 거래상의 통념에 비춰볼 때 극히 이례에 속한다”며 “대기업 명예회장으로서 거래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S씨가 이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 역시 항소심 판결을 인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사기미수 및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피고인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S씨가 이 사건 확인 각서에 서명할 당시 사리분별력이 저하돼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를 발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S씨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확인각서를 본 적도 없고 이를 작성해 준 바도 없다고 진술하는데 S씨가 고령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보더라도 이러한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항소심 무죄 이후 2년 4개월만에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무죄를 받아도 달라지지 않는 건 잃어버린 건강이다. 뇌경색 후유증으로 인해 치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몸이 불편하다.
조씨는 2003년 7월 S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이행소송을 계속 중이다.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만큼 항소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다.
형사사건의 대법원 판결 전까지 민사소송 항소심 재판이 연기(추정)됐지만 지난달 대법원 선고직후 이달 4일 재판이 재개됐다. 조씨는 대법원 판결과 각서 원본을 제출했고 재판부는 별다른 재판 진행 없이 곧바로 10월 10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조씨는 각서 작성 당시 입회인이었던 동네 주민 김 모씨와 호텔 직원에 대해 위증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S씨를 상대로는 별도의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할 예정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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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 여성단체연합 총회장을 지낸 조명운(55)씨가 그 주인공이다. 조씨는 지난 96년 D기업 명예회장인 S씨를 만나 몸이 불편한 그를 7년간 보좌했다. S씨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조씨에게 자녀 학비는 물론, 부동산도 챙겨주겠다며 구두로 약속을 했다. 하지만 약속이 말로만 반복되자 조씨는 “각서를 써달라”고 요구했고 S씨는 지난 2002년 7월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호텔 직원 입회하에 각서를 썼다. 내용은 임야 약 3000평의 소유권을 조씨에게 이전해주고 자녀의 학비 등을 지원해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조씨는 각서를 믿었지만 1년이 지나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조씨는 2003년 7월 S씨를 상대로 약정금 이행 소송을 냈다.
하지만 S씨는 오히려 조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조작된 각서를 갖고 사기를 벌였다는 것이다. 조씨는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실형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후 그 충격에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조씨의 억울함은 항소심에서 풀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문서의 작성명의인이 당해 사문서에 서명·날인·무인했을 당시 그 문서의 전부 또는 일부가 미완성 상태에서 했다는 것은 거래상의 통념에 비춰볼 때 극히 이례에 속한다”며 “대기업 명예회장으로서 거래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S씨가 이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 역시 항소심 판결을 인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사기미수 및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피고인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S씨가 이 사건 확인 각서에 서명할 당시 사리분별력이 저하돼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를 발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S씨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확인각서를 본 적도 없고 이를 작성해 준 바도 없다고 진술하는데 S씨가 고령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보더라도 이러한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항소심 무죄 이후 2년 4개월만에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무죄를 받아도 달라지지 않는 건 잃어버린 건강이다. 뇌경색 후유증으로 인해 치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몸이 불편하다.
조씨는 2003년 7월 S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이행소송을 계속 중이다.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만큼 항소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다.
형사사건의 대법원 판결 전까지 민사소송 항소심 재판이 연기(추정)됐지만 지난달 대법원 선고직후 이달 4일 재판이 재개됐다. 조씨는 대법원 판결과 각서 원본을 제출했고 재판부는 별다른 재판 진행 없이 곧바로 10월 10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조씨는 각서 작성 당시 입회인이었던 동네 주민 김 모씨와 호텔 직원에 대해 위증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S씨를 상대로는 별도의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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