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은 ‘정치쇼’
박영규 (언론인 전 연합뉴스 논설위원)
“특별사면은 비리정치인과 공무원들의 구명수단이고 마치 재판은 사면을 위한 전주곡처럼 돼왔다. 대형비리에 휘말렸던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면, 복권된 후 정계에 복귀하여 국회의원이 되거나 공직에 다시 복귀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했다.
그들에 대한 처리과정은 마치 공식이 적용되듯 일정기간 구속 - 보석, 구속집행정지 등 신병상 혜택 - 집행유예 등 판결상 혜택 - 형집행정지 등 형집행상의 혜택 - 사면, 복권 - 정치활동 재개 - 전국구 혹은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이나 국영기업체의 사장 혹은 고위직에 임명 등이라는 형사사법 및 정치쇼를 거치는 경우가 많았다.”
“형사 사법 쇼를 벌일 바에야 처음부터 정치적 타협에 의해 형사절차를 거치지 않도록 함으로써 형사사법기관의 부담이나 덜어줘야 한다는 비판이 생겨날 정도가 됐다.”
역대 정권들의 무리한 사면권 행사에 대한 법학자들의 냉소적 비판이다.이런 지적은 이명박 정부의 광복절 특사에서 예외 없이 적용된다.
정부는 광복 63주년 및 건국 60주년을 맞아 34만여 명에 대한 특별 사면 및 복권, 특별감형을 단행했다.
사법정의와 법치주의 무시
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영세민과 생계형 운전자 등 소외 계층 282만여명에 대한 민생 사면에 이어 두번째다.
이번에는 여·야 정치인, 공직자, 선거사범 등 2000여명과 전·현직 공무원 32만8000명이 대거 사면됐다. 이들 중에는 북풍사건의 주역 권영해 전 안기부장과 청계천 복원추진본부장 때 부동산개발업체로부터 4억여원을 받아 기소된 양윤재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도 포함됐다.
이번 사면대상자 34만1000여명 중 공무원이 90%가 넘는다. 공무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공직사회에 활력을 부여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이번 특사에는 재벌그룹 회장들도 다수 포함됐다. 1차 사면에서 제외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포함해 대기업 관련자만 45명. 재판이 진행중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제외하고 형이 확정된 대기업 관계자는 거의 포함된 셈이다.
법무부는 “대기업 관련자 사면에 비판이 있겠지만 어려운 국내경제 여건 타개와 해외시장 진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려했다”고 밝혔다. 경제 살리기에 재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해 재계의 건의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밖에 일반 수형자 1400여명이 형 집행을 면제 또는 감형받거나 가석방됐다.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행정법규 위반과 면허 취소 9200여명의 법적제한도 해제됐다.
비리 경제인과 정치인, 그리고 공무원이 대거 포함된 데 대해 시민단체들은 사법정의와 법치주의를 무시한 처사이며, 국민 정서를 도외시한 행위라고 비판한다.
이명박정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쇠고기 파문 이후 실추된 국민의 신뢰 회복이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국민 정서에 거슬리는 행위를 그치지 않는다. 사면권이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긴 하지만 국민적 공감에 반하지 않도록 합당하게 행사돼야 한다.
전통적으로 특사는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거나 민심을 수습할 목적으로 행해져왔다. 특사가 통치자의 정치적 편의 추구만을 위한 도구로 행사돼서는 곤란하다.
경제인 대거 사면이 일자리 창출, 해외시장 개척 등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기여할지 의문이다. 세계 경제의 미래는 불확실하고 우리 경제의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 정서에 반하지 않도록
정치인이나 경제인이 일반 범법자보다 더 큰 죄를 짓고도 정치적 배려로 쉽게 풀려나 제 위치를 회복한다면 법치국가가 지켜야 할 ‘법 앞의 평등’에 위배된다.
일반 범법자에 대한 선심성 사면도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사법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오히려 국민들의 법 존중 의식을 무디게만 할 뿐이라는 것이다.
사법부가 법에 의해 정당하게 단죄한 사람을 대통령이 정치적 선심으로 특별사면하는 일이 지속된다면 법집행 형평성은 훼손되고 사회정의 실현은 어려워진다.
과거 정권부터 이어온 관습이라도 악습은 버려야 한다. 더구나 사면법 개정 후 사면심사위원회까지 구성한 새정부는 더욱 더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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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규 (언론인 전 연합뉴스 논설위원)
“특별사면은 비리정치인과 공무원들의 구명수단이고 마치 재판은 사면을 위한 전주곡처럼 돼왔다. 대형비리에 휘말렸던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면, 복권된 후 정계에 복귀하여 국회의원이 되거나 공직에 다시 복귀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했다.
그들에 대한 처리과정은 마치 공식이 적용되듯 일정기간 구속 - 보석, 구속집행정지 등 신병상 혜택 - 집행유예 등 판결상 혜택 - 형집행정지 등 형집행상의 혜택 - 사면, 복권 - 정치활동 재개 - 전국구 혹은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이나 국영기업체의 사장 혹은 고위직에 임명 등이라는 형사사법 및 정치쇼를 거치는 경우가 많았다.”
“형사 사법 쇼를 벌일 바에야 처음부터 정치적 타협에 의해 형사절차를 거치지 않도록 함으로써 형사사법기관의 부담이나 덜어줘야 한다는 비판이 생겨날 정도가 됐다.”
역대 정권들의 무리한 사면권 행사에 대한 법학자들의 냉소적 비판이다.이런 지적은 이명박 정부의 광복절 특사에서 예외 없이 적용된다.
정부는 광복 63주년 및 건국 60주년을 맞아 34만여 명에 대한 특별 사면 및 복권, 특별감형을 단행했다.
사법정의와 법치주의 무시
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영세민과 생계형 운전자 등 소외 계층 282만여명에 대한 민생 사면에 이어 두번째다.
이번에는 여·야 정치인, 공직자, 선거사범 등 2000여명과 전·현직 공무원 32만8000명이 대거 사면됐다. 이들 중에는 북풍사건의 주역 권영해 전 안기부장과 청계천 복원추진본부장 때 부동산개발업체로부터 4억여원을 받아 기소된 양윤재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도 포함됐다.
이번 사면대상자 34만1000여명 중 공무원이 90%가 넘는다. 공무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공직사회에 활력을 부여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이번 특사에는 재벌그룹 회장들도 다수 포함됐다. 1차 사면에서 제외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포함해 대기업 관련자만 45명. 재판이 진행중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제외하고 형이 확정된 대기업 관계자는 거의 포함된 셈이다.
법무부는 “대기업 관련자 사면에 비판이 있겠지만 어려운 국내경제 여건 타개와 해외시장 진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려했다”고 밝혔다. 경제 살리기에 재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해 재계의 건의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밖에 일반 수형자 1400여명이 형 집행을 면제 또는 감형받거나 가석방됐다.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행정법규 위반과 면허 취소 9200여명의 법적제한도 해제됐다.
비리 경제인과 정치인, 그리고 공무원이 대거 포함된 데 대해 시민단체들은 사법정의와 법치주의를 무시한 처사이며, 국민 정서를 도외시한 행위라고 비판한다.
이명박정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쇠고기 파문 이후 실추된 국민의 신뢰 회복이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국민 정서에 거슬리는 행위를 그치지 않는다. 사면권이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긴 하지만 국민적 공감에 반하지 않도록 합당하게 행사돼야 한다.
전통적으로 특사는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거나 민심을 수습할 목적으로 행해져왔다. 특사가 통치자의 정치적 편의 추구만을 위한 도구로 행사돼서는 곤란하다.
경제인 대거 사면이 일자리 창출, 해외시장 개척 등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기여할지 의문이다. 세계 경제의 미래는 불확실하고 우리 경제의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 정서에 반하지 않도록
정치인이나 경제인이 일반 범법자보다 더 큰 죄를 짓고도 정치적 배려로 쉽게 풀려나 제 위치를 회복한다면 법치국가가 지켜야 할 ‘법 앞의 평등’에 위배된다.
일반 범법자에 대한 선심성 사면도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사법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오히려 국민들의 법 존중 의식을 무디게만 할 뿐이라는 것이다.
사법부가 법에 의해 정당하게 단죄한 사람을 대통령이 정치적 선심으로 특별사면하는 일이 지속된다면 법집행 형평성은 훼손되고 사회정의 실현은 어려워진다.
과거 정권부터 이어온 관습이라도 악습은 버려야 한다. 더구나 사면법 개정 후 사면심사위원회까지 구성한 새정부는 더욱 더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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