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형 칼럼]권력과 미디어와 정연주

지역내일 2008-08-18
권력과 미디어와 정연주
이경형 (언론인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KBS 정연주 사장의 해임에 이어 후임 사장 선임절차가 진행 중이나 ‘정연주사태’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이번주에는 정 전 사장측이 낸 해임무효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사법부의 심문 등이 예정되어 있고, 검찰이 정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한다 해도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배임죄 성립 여부 등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정연주 사태는 이제 법률적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사태의 본질은 정권의 KBS 장악이다. 특히 권력 교체기에 있어 집권권력의 미디어 통제 과정의 하나로 봐야한다.
권력과 미디어의 관계라는 맥락에서 보면 1987년 민주화 이후 언론은 자유 신장은 물론 자율의 영역을 크게 확장시켰다. 민주화 이전 권력은 언론을 억압적, 물리적으로 통제했으나 민주화 후에는 합법적·제도적 통제로 크게 전환했다.
2001년 김대중정부가 언론사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하여 신문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보수 노선의 조선·중앙·동아일보를 압박하자 ‘정권,정파 노선과 미디어 짝짓기’ 현상이 가속화되었다.

집권권력의 미디어 통제과정
이른바 DJ정권의 언론개혁에 관해 조중동은 야당인 한나라당과 합세하여 대항했고 공영방송인 KBS와 MBC 그리고 진보 성향의 한겨레, 경향신문, 대한매일(현 서울신문)은 이를 지지하는 등 입장 차이를 보였다.
김대중정부의 언론개혁과 대북화해 노선을 계승한 노무현정부에 들어서는 이같은 정파-미디어 병행주의가 더 증폭되고 양극화되었다.
이같이 이념적 노선에 있어 ‘정당-미디어 간 병행주의’는 다양한 정당을 기반으로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유럽 각 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다만 시장 중시와 상업화 현상으로 그 정도가 약화되는 추세이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의정치의 부실에서 오는 탓이 크다고 본다. 한국의 정당이나 국회가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넓어진 이념적 스펙트럼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며, 성숙한 시민사회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이 부실하여 대의정치가 부실하면 결국 정치권력은 결국 TV 등 미디어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미디어를 통하지 않고는 국민을 설득하여 끌어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정치권력은 한사코 미디어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이번 정연주 사태의 시발역은 노무현 정권이 정연주 KBS 사장을 임명한 데서 비롯되었고 그 종착역 혹은 새로운 시발역은 이명박정부의 후임 사장 임명이 될 것이다. 현 정부는 정 사장 해임이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불가피한 조치”라고 명분을 내세우지만 냉혹한 권력메커니즘에서 보면 누가 뭐래도 현 정부가 지상파 방송을 자신들의 영향권에 편입시키려는 과정의 하나라고 보는 것이 맞다.
마찬가지로 정 전 사장이 “공영방송의 독립성 수호”를 이유로 사장직을 내놓을 수 없다고 했으나, 이는 현 정부와의 긴장·대립관계라는 틀 속에서는 부분적으로 맞을지 모르나 그 동안 노무현정권의 진보적 코드에 맞춰온 일부 방송에 관한 설명은 될 수 없는 것이다. 노무현정권의 정연주 사장 임명과 이명박정권의 해임은 절차적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정권의 KBS 장악이라는 면에서는 본질적으로 궤를 같이 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렇다면 정연주 사태의 해법과 교훈은 없는 것인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후임 사장 인사를 저간의 여론을 감안하여 KBS가 국영방송이 아닌 공영방송의 위상에 걸맞은 인물을 선임하는 것이다. 중기적으로는 공영방송 사장의 임명이 직·간접적으로 집권층의 입김에 좌우되는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국영방송 아닌 공영방송으로
한나라당이 사실상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현 18대 국회에서는 이런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지 모르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촛불’을 소화기나 물대포로는 결코 끌 수 없는 이치나 마찬가지다.
다음으로는 KBS를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공익성을 철저히 실현할 수 있는 구조로 재편성하는 것이다. 필요하면 수신료 인상과 상업광고를 없애는 과감한 구조 조정을 하고 기존의 시청자위원회의 역할을 훨씬 뛰어넘어 보도의 공정성을 감시하면서, 필요시 제재 수단까지 갖는 ‘공영방송평의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KBS 구성원들이 내·외부로부터 공영방송의 위상을 침해받지 않도록 철저한 저널리즘 정신으로 재무장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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