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는 올림픽에 약하다?

지역내일 2008-08-21
사진캡션
스리랑카에서 온 프레마랄(39)씨가 흐뭇한 표정으로 자국의 육상대표선수인 자야싱헤 선수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이재걸 기자

동남아시아는 올림픽에 약하다?
외국인 노동자, 이국에서 조국의 선전에 환호

“오늘만 잘 하면 우리도 첫 메달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리랑카에서 온 푸스파 프레마랄(39)씨는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언어지원을 맡고 있다. 그는 20일 저녁 8시에 열리는 여자 육상 200m 준결승 시합을 앞두고 선수 못지않게 들떠 있었다. 스리랑카 국가대표선수인 ‘수산티카 자야싱헤’가 출전하기 때문이다.
자야싱헤 선수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2002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과 2007년 세계 선수권대회에서도 메달을 거머쥔 ‘스리랑카의 영웅’이다. 프레마랄씨는 “스리랑카 국민들은 다른 종목은 몰라도 육상만큼은 기대가 크다”며 “TV로 그의 시합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프레마랄씨는 한국에서 세 번째 올림픽을 맞고 있다. 고국에서 8년간 공군으로 복무한 그는 1997년 봄 한국에서 산업연수생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나자 망설임 없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외국인을 차별 대우한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결심을 굳혔다. 그는 처음에는 자동차 공장 브레이크라인에서 일을 시작했다. 주말마다 동국대에서 한국어 강의도 들었다. 당시 그가 받은 월급은 29만 6000원. 그래도 일을 열심히 익히고 말문이 트이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몇 개월 후 외환위기가 닥쳤다. 공장 라인이 멈췄다. 그를 비롯한 스리랑카 연수생들은 1년가량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보내야 했다. 생활고와 맞닥뜨린 그는 다른 일을 찾기 위해 회사에서 도망치듯 떠났다. 졸지에 ‘불법체류자’ 딱지가 붙었다.당시 그가 찾은 일터는 경기도 광주의 한 가구공장. 프레마랄씨는 그곳에서 6년 동안 정을 붙였다. 자야싱헤 선수가 시드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도 거기서 TV로 볼 수 있었다.
“다행히 좋은 사장님을 만났어요. 인간적인 분이었죠. 월급에 성과급도 챙겨줬고요.”
그런데 2004년 말 스리랑카에 쓰나미가 덮쳤다. 다급히 가족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는 사람이 없었다. 그의 고향 집은 해안에서 불과 6km 떨어져 있었다. 당장 귀국해서 가족의 생사라도 확인하고 싶었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이 발목을 잡았다. 다행히 그는 이듬해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의 도움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 그가 무사한 가족들을 얼싸안고 우는 모습은 당시 TV를 통해 우리나라 전역에 방송됐다.여자 친구와 결혼을 하고 스리랑카에 정착하려던 프레마랄씨를 다시 한국으로 이끈 것은 자신을 고국으로 보내 준 지원센터였다.
“센터에 스리랑카 노동자들을 도와 줄 사람이 부족했어요. 비슷한 처지를 겪어 본 터라 이 일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비록 비정규직 신분에 100만 원이 안 되는 박봉이지만 이제 그는 불법체류 중인 동포들의 임금체불, 의료보험, 사고처리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20일 저녁 8시, 일과를 마친 프레마랄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TV를 켰다. 그러나 ‘스리랑카의 영웅’이 달리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TV 어느 곳에서도 방송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자야싱헤가 준결승에서 탈락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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