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체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던 D램 공급부족론이 역설적
으로 D램 가격 폭락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초 데이터퀘스트 등의 반도체 시장조사기관들은 하반기 들어 심각한 D램 공급부족이
예상되며 내년에는 공급부족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었다.
시장조사기관들마다 이러한 전망을 내놓자 PC업체들은 PC의 핵심부품인 D램을 제때 구입
할 수 없지 않을까 우려하며 지난 4월부터 경쟁적으로 D램 사재기에 나섰다.
이에 따라 3월에 5달러대까지 내려갔던 D램 고정거래가는 5월에 7달러, 7월에는 8달러대까
지 올라갔고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반도체업체들은 떼돈을 벌게 됐다는 꿈에 부풀었었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 둔화, 유로화 약세, 고유가라는 3대 악재가 겹치면서 PC시장이 예상과
달리 침체되자 상황은 거꾸로 변해버렸다.
올해 중순의 사재기 때 두달 이상의 D램 재고를 마련한 메이저 PC업체들이 하반기 들어서
도 PC 수요가 늘지않자 재고 소진을 위해 D램 구입을 급속히 줄였기 때문이다.
D램 가격도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폭락, 8달러대였던 현물시장 가격은 5달러대로, 고정거래
선 가격은 7달러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반도체업체들은 PC시장의 최대 호황기인 크리스마스 특수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전
문가들은 PC업체의 재고가 충분히 남아 있어 가격 반등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D램 공급부족론이 반도체업체들의 발목을 잡아버린 셈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이
익에만 너무 치중한 반도체업체들의 자세도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올해 여름 이미 PC시장이 침체 기미가 보이기 시작해 반도체업체들에
게 이를 경고했지만 곧이듣지 않았다"며 "공급과잉론은 업체들이 D램을 비싼 값에 많이 팔
고싶은 욕심에 일부러 퍼뜨린 측면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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