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표 칼럼]두 여론조사의 현격한 차이

지역내일 2008-08-25
두 여론조사의 현격한 차이
성한표 (언론인 전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

내일신문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4점 척도로 27.6%로 나타났다.(8월 18일치 보도) 비슷한 시기에 나온 KBS의 여론조사 결과는 31.0%, 동아일보 조사의 경우 25.4%였다. 이와 같이 각 매체의 여론조사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촛불정국 직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는 큰 차이를 보인 또 하나의 여론조사가 있다. 한국기자협회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하여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전국 3백3명의 기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의 국정 수행능력 지지도는 2.7%(아주 잘함 0.4%, 다소 잘함 2.3%)에 그쳤다. 기자들의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일반인의 10분의 1로 나타난 것이다.

대통령 지지도 27%와 2.7%
일반인의 30% 가까운 숫자가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자들의 대통령 지지도가 2.7%밖에 되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기자들이 대체로 비판적인 성향이 강해 여당 지지가 높지 않으며, 예전 조사에서도 보수적이기 보다는 진보적인 성향을 보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자들이 주로 젊은 지식층인 반면, 일반인들은 다양한 교육배경과 직업을 가지고 여러 연령층에 분포해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언론 관련 현안이 많은 것도 한 요인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분석으로는 두 세배가 아니라 10대 1로 나타나는 엄청난 격차를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기자들이 보도를 통해 만들어가는 여론과 기자 자신들의 여론이 왜 달라지는가하는 질문이다. 여론은 제기된 문제에 대한 각자의 판단을 반영한다. 이 판단은 각자가 접할 수 있는 정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주로 신문 방송으로부터 대부분의 정보를 공급받는다.
따라서 언론이 충분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느냐 아니냐는 일반인들의 상황판단과 이에 따른 여론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가 드러낸 일반인과 기자의 큰 차이는 이들이 접하는 정보의 양과 질에 큰 차이가 있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하면, 기자들이 현장에서 대면하는 실제상황을 신문이나 방송 뉴스를 통해 충분히, 그리고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의 격차가 판단과 여론의 격차를 만드는 현상은 기자들 사이에서조차 발견된다. 기자협회보 보도에 따르면 정책현안을 주로 다루는 정치, 경제, 사회부 소속 기자 가운데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0%였다. 조선, 동아, 중앙일보 기자들도 참여한 이번 조사에서 중앙종합일간지 소속 기자들의 지지율도 0%였다.
실제상황을 대면하는 기자들과 가공된 뉴스를 접하는 일반인 사이의 정보 격차는 불가피한 부분도 있다. 신문 지면과 방송뉴스 시간의 제약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보도를 통한 간접전달 자체가 갖는 한계도 있고, 기자들의 노력부족도 원인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은 기자들이 의식하거나 또는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사실과 상황의 왜곡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미국 쇠고기 수입조건 협상 관련 보도가 좋은 사례이다. 협상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던 MBC가 얼마 전 몇 군데 오보와 과장보도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사과하자 정부는 MBC의 쇠고기 관련 보도 전부를 왜곡 보도라고 몰아갔고, 다수의 신문들도 여기에 가세했다. 한미 간의 쇠고기 협상에는 원래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일부 언론의 근거 없는 선동으로 선량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언론은 국회 원 구성 협상에 대해 가축법 개정을 둘러싼 야당의 무리한 요구에 여당이 끌려 다니면서 80여일을 허송세월 한 것으로만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그 결과 촛불 정국의 원인을 제공한 정부에 대한 책임추궁은 실종되고, 각종 민생법안들을 준비해놓고 국회가 열리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정부의 모습만 부각되었다.

“쇠고기협상 문제없다”는 언론
기자들은 자신들의 여론과 일반인들의 여론에 현격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기사에 그대로 반영시킬 수 없는 유무형의 압력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여론조사에 응답했을 때의 판단과 기사를 작성할 때의 생각에 차이가 있는 것인가? 기자들 스스로 여론의 조작에 가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솔직하고 진지한 토론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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