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경쟁 초등생까지 확대” … “목표 가져야 실력향상” 반론도
#서울 강동구 한 초등학교 6학년인 배 모(12)양은 지난해 12월 캐나다에서 2년간 이른바 ‘조기유학’을 마치고 돌아왔다. 배양은 이후 방학 때는 영어에 집중했다. 영어인증점수 때문이다. 지난 3월 개학과 함께 배양은 수학학원을 추가로 다녔다. 논술을 위해 한 어린이 신문의 기자도 하면서 문화부장관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배양의 어머니 김은미(40)씨는 “국제중학교가 다른 중학교에 비해 자유로우면서 맞춤식 교육을 통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서울 도봉구의 초등학교 4학년인 김 모(10)양은 8월 말 개학과 함께 다니는 학원이 2곳이나 늘었다. 그동안 영어와 수학학원에만 다니다가 개학을 하면서 과학과 논술까지 다녀야 한다. 영어도 최근 집근처에 새로 들어온 유명 학원으로 옮겼다. 지난주에는 개학이후 학원 수업시간을 조정하느라 엄마와 진땀을 빼기도 했다. 김양의 어머니 이 모(39)씨는 자신의 딸이 내년부터 생기는 국제중학교에 들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김양의 어머니는 딸을 하반기에 있는 수학 올림피아드에도 내보낼 예정이다.
◆강남·강북 가리지 않는 국제중 열풍 = 초등학생들이 사교육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시 교육감 선거이후 당선자가 특수목적학교로 국제중학교를 서울에 설립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전에도 부산과 경기도 가평에 특수목적중학교가 있기는 했지만 강남의 일부 소수학생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과 맞물려 특수목적 중·고등학교가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국제중 열풍이 거세다.
강남구 대치동의 장영은(여·43)씨는 “현재 중학교 교육이 획일화 돼 있어 우수한 학생들이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국제중이 생기면 이를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의 가인이 엄마(44)는 “요즘 학원 유인물에 ‘특목중’ ‘국제중’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것을 찾기 어렵다”며 “학부모들도 술렁이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두고 있는 중학교 교사 신 모(41)씨는 “딸을 한 학원에 데려가 레벨테스트를 시켰는데 ‘지금 실력으로는 국제중은 준비하기 늦었다’는 얘길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아직 준비 못한 부모들은 특목중을 건너뛰고 바로 특목고 준비로 들어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제중 열풍은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우리아이 국제중 보내기’라는 카페가 생겼다. 카페 개설이후 회원이 1600명으로 급증했다. 이 카페에서는 입학정보와 공부 노하우, 자기소개서 작성법 등과 함께 학부모들의 다양한 경험담이 올라오고 있다.
◆“초등생 입시경쟁, 사회적 비용 낭비” = 초등학생까지 입시경쟁에 내몰리는 것에 대해 교육계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가장 크게는 학부모들의 경제적 문제다. 일부 부유층이야 큰 문제가 없지만 일반서민과 중산층의 경우 심각하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이 모(43)씨는 한 시중은행 차장급으로 억대에 가까운 연봉으로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 두 아이의 학원비로만 150만원이 넘게 들어간다. 최근 아이 엄마가 학원 1~2곳을 더 알아보고 있어 월 200만원 넘게 사교육비에 들여야 할 상황이어서 가계부가 빠듯하다.
지나친 입시열풍이 아이들의 인성을 헤치고 적성을 개발하는데도 부정적이라는 시각이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소정(41)씨는 “앞으로 아이들이 전문학원에 가는 일이 많을 것 같다”며 “아이들의 인성을 키우고 적성을 발견하기 위한 교육기회가 줄어들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경쟁이 불필요하게 사회적 비용을 낭비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교육청이 계획하고 있는 국제중학교 두 곳에서 300여명을 모집하는데 지금처럼 이상 입시과열이 지속되면 다수의 학생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 A 어학원 입시전략 연구소 문 모(36) 소장은 “국제중에 들어가려면 사실상 상위 5% 이내의 학생이 들어 갈 수 있다”며 “하지만 자녀가 초등학생인 부모들은 자식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실력이 부족해도 일단 도전해 보겠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학부모는 이러한 경쟁 교육이 자신의 자녀에게 크게 손해가 없기 때문에 해볼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은경자(39)씨는 “국제중에 합격하면 좋지만 떨어져도 준비하는 과정에서아이의 실력이 쌓여 좋을 것”이라며 “경제적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목표 없이 막연하게 공부하는 것 보다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길영 한국외대 외국어교육연구소장은 “국제중 설립의 취지는 반대하지 않지만 ‘특목중-특목고-명문대’라는 도식에 빠질 수 있다”며 “현재의 국제중 열풍에는 거품이 끼어 있는 만큼 아이의 미래를 위해 적성을 살리는 방향에서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선 이재걸 기자 ss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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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한 초등학교 6학년인 배 모(12)양은 지난해 12월 캐나다에서 2년간 이른바 ‘조기유학’을 마치고 돌아왔다. 배양은 이후 방학 때는 영어에 집중했다. 영어인증점수 때문이다. 지난 3월 개학과 함께 배양은 수학학원을 추가로 다녔다. 논술을 위해 한 어린이 신문의 기자도 하면서 문화부장관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배양의 어머니 김은미(40)씨는 “국제중학교가 다른 중학교에 비해 자유로우면서 맞춤식 교육을 통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서울 도봉구의 초등학교 4학년인 김 모(10)양은 8월 말 개학과 함께 다니는 학원이 2곳이나 늘었다. 그동안 영어와 수학학원에만 다니다가 개학을 하면서 과학과 논술까지 다녀야 한다. 영어도 최근 집근처에 새로 들어온 유명 학원으로 옮겼다. 지난주에는 개학이후 학원 수업시간을 조정하느라 엄마와 진땀을 빼기도 했다. 김양의 어머니 이 모(39)씨는 자신의 딸이 내년부터 생기는 국제중학교에 들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김양의 어머니는 딸을 하반기에 있는 수학 올림피아드에도 내보낼 예정이다.
◆강남·강북 가리지 않는 국제중 열풍 = 초등학생들이 사교육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시 교육감 선거이후 당선자가 특수목적학교로 국제중학교를 서울에 설립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전에도 부산과 경기도 가평에 특수목적중학교가 있기는 했지만 강남의 일부 소수학생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과 맞물려 특수목적 중·고등학교가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국제중 열풍이 거세다.
강남구 대치동의 장영은(여·43)씨는 “현재 중학교 교육이 획일화 돼 있어 우수한 학생들이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국제중이 생기면 이를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의 가인이 엄마(44)는 “요즘 학원 유인물에 ‘특목중’ ‘국제중’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것을 찾기 어렵다”며 “학부모들도 술렁이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두고 있는 중학교 교사 신 모(41)씨는 “딸을 한 학원에 데려가 레벨테스트를 시켰는데 ‘지금 실력으로는 국제중은 준비하기 늦었다’는 얘길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아직 준비 못한 부모들은 특목중을 건너뛰고 바로 특목고 준비로 들어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제중 열풍은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우리아이 국제중 보내기’라는 카페가 생겼다. 카페 개설이후 회원이 1600명으로 급증했다. 이 카페에서는 입학정보와 공부 노하우, 자기소개서 작성법 등과 함께 학부모들의 다양한 경험담이 올라오고 있다.
◆“초등생 입시경쟁, 사회적 비용 낭비” = 초등학생까지 입시경쟁에 내몰리는 것에 대해 교육계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가장 크게는 학부모들의 경제적 문제다. 일부 부유층이야 큰 문제가 없지만 일반서민과 중산층의 경우 심각하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이 모(43)씨는 한 시중은행 차장급으로 억대에 가까운 연봉으로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 두 아이의 학원비로만 150만원이 넘게 들어간다. 최근 아이 엄마가 학원 1~2곳을 더 알아보고 있어 월 200만원 넘게 사교육비에 들여야 할 상황이어서 가계부가 빠듯하다.
지나친 입시열풍이 아이들의 인성을 헤치고 적성을 개발하는데도 부정적이라는 시각이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소정(41)씨는 “앞으로 아이들이 전문학원에 가는 일이 많을 것 같다”며 “아이들의 인성을 키우고 적성을 발견하기 위한 교육기회가 줄어들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경쟁이 불필요하게 사회적 비용을 낭비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교육청이 계획하고 있는 국제중학교 두 곳에서 300여명을 모집하는데 지금처럼 이상 입시과열이 지속되면 다수의 학생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 A 어학원 입시전략 연구소 문 모(36) 소장은 “국제중에 들어가려면 사실상 상위 5% 이내의 학생이 들어 갈 수 있다”며 “하지만 자녀가 초등학생인 부모들은 자식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실력이 부족해도 일단 도전해 보겠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학부모는 이러한 경쟁 교육이 자신의 자녀에게 크게 손해가 없기 때문에 해볼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은경자(39)씨는 “국제중에 합격하면 좋지만 떨어져도 준비하는 과정에서아이의 실력이 쌓여 좋을 것”이라며 “경제적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목표 없이 막연하게 공부하는 것 보다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길영 한국외대 외국어교육연구소장은 “국제중 설립의 취지는 반대하지 않지만 ‘특목중-특목고-명문대’라는 도식에 빠질 수 있다”며 “현재의 국제중 열풍에는 거품이 끼어 있는 만큼 아이의 미래를 위해 적성을 살리는 방향에서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선 이재걸 기자 ss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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