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평 ‘쪽방’ 전세를 3천만원 달래”
재개발열풍에 독거노인만 발동동 … ‘과표’ 뛰어 ‘탈수급’되기도
“이사해야 하는데 저건 괜히 주워왔나 봐. 버리려면 돈 들잖아.”
이춘희(가명·68·서울 마포구 망원동) 할머니가 방 한쪽에 있는 한자 장롱을 가리킨다. 5평 방 한칸짜리 ‘쪽방’ 살림살이치곤 실하다. 할머니는 다음달 중순이면 이 방을 비워줘야 한다.
“한달 전인가, 부동산에서 왔어. 200만원에 10만원으로 4년간 살았는데 갑자기 2000만원을 달래.”
할머니가 사는 ‘쪽방’이 최근 8500만원에 팔렸다고 한다. 매도인이 세금 등을 대신 처리해줬으니 실제 거래가는 1억원이나 마찬가지란다. 며칠간 방을 얻으러 다녔지만 소용없었다. 주변 쪽방도 모두 전세가 올라 3000만~3500만원은 됐다.
◆임대주택 대기자만 150가구 넘어 =
올 들어 재개발 열풍이 불고 있는 마포구 망원동 일대. 급등한 전세값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저소득층은 할머니뿐만이 아니다. 망원1동 관계자는 “주택문제를 호소하는 수급자 가구가 7~8가구는 된다”고 말했다. 독거노인이나 중증질환으로 생활비를 지원받는 50·60대다. 300만~400만원에 월세 10만~15만원하던 집인데 보증금을 1000만원 이상 올려줘야 하는 실정이다.
망원1동 관계자는 “임대주택과 임대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안내하지만 물량도 적거니와 단독가구는 입주가 거의 어렵다”고 말했다. 점수에 의해 입주 우선순위가 결정되는데 가족원 수가 적으면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인근 이 지역에서 올 들어 임대주택과 임대아파트에 입주한 저소득층은 각각 5가구과 2가구에 불과하다. 대기자는 각각 150세대와 30세대가 넘는다.
이 할머니는 그나마 수급자 신분은 유지하고 있어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할머니가 사는 쪽방을 비롯해 10평 안팎의 작은 집을 소유하고 있는 수급자 가운데 과표가 올라서 탈수급된 경우도 있다.
망원동 일대에서만 해도 올들어 8가구가 집값 상승으로 ‘탈수급자’ 대열에 올라섰다. 망원2동 관계자는 “올들어 실거래가가 지속 상승해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섰다”며 “예전에는 전혀 가치가 없던 집을 소유하고 있던 분들이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집값이 슬그머니 오르기 시작하더니 4~5월 지나니 최고 2000만~3000만원까지 올랐다”며 “재개발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동에서도 내년이면 주택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가구가 올보다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망원2동 관계자는 “수급 주민들에게 대비하라는 얘기는 했지만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가난한 사람은 서울에 못산다” =
서울시는 주거복지팀을 별도로 두고 저수득층 주거지원을 하고 있지만 역시 답이 없기는 매한가지. 올초 시 주재로 주거복지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상황을 전달했지만 ‘기다리라’는 답변뿐이었다. 임대용으로 다다구주택을 구입하고 있지만 물량이 점점 줄어드는 반면 값은 뛰고 있어 수요를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재개발임대아파트는 기존 세입자에게도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임대주택과 아파트 등 저소득층용 4만5000가구 중 수급자는 70%이지만 주택공급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시는 올해 말부터 정부에서 시범도입할 주택 바우처 제도 진행상황을 지켜본 뒤 서울시도 임대료 차액부분을 지원하는 방향을 도입할 방침이다.
남철관 성북주거복지센터 사무국장은 “외지인 특히 강남 사람들이 대거 재개발 열풍을 주도하면서 전월세가 폭등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가난한 사람들은 서울에 거주할 희망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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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열풍에 독거노인만 발동동 … ‘과표’ 뛰어 ‘탈수급’되기도
“이사해야 하는데 저건 괜히 주워왔나 봐. 버리려면 돈 들잖아.”
이춘희(가명·68·서울 마포구 망원동) 할머니가 방 한쪽에 있는 한자 장롱을 가리킨다. 5평 방 한칸짜리 ‘쪽방’ 살림살이치곤 실하다. 할머니는 다음달 중순이면 이 방을 비워줘야 한다.
“한달 전인가, 부동산에서 왔어. 200만원에 10만원으로 4년간 살았는데 갑자기 2000만원을 달래.”
할머니가 사는 ‘쪽방’이 최근 8500만원에 팔렸다고 한다. 매도인이 세금 등을 대신 처리해줬으니 실제 거래가는 1억원이나 마찬가지란다. 며칠간 방을 얻으러 다녔지만 소용없었다. 주변 쪽방도 모두 전세가 올라 3000만~3500만원은 됐다.
◆임대주택 대기자만 150가구 넘어 =
올 들어 재개발 열풍이 불고 있는 마포구 망원동 일대. 급등한 전세값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저소득층은 할머니뿐만이 아니다. 망원1동 관계자는 “주택문제를 호소하는 수급자 가구가 7~8가구는 된다”고 말했다. 독거노인이나 중증질환으로 생활비를 지원받는 50·60대다. 300만~400만원에 월세 10만~15만원하던 집인데 보증금을 1000만원 이상 올려줘야 하는 실정이다.
망원1동 관계자는 “임대주택과 임대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안내하지만 물량도 적거니와 단독가구는 입주가 거의 어렵다”고 말했다. 점수에 의해 입주 우선순위가 결정되는데 가족원 수가 적으면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인근 이 지역에서 올 들어 임대주택과 임대아파트에 입주한 저소득층은 각각 5가구과 2가구에 불과하다. 대기자는 각각 150세대와 30세대가 넘는다.
이 할머니는 그나마 수급자 신분은 유지하고 있어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할머니가 사는 쪽방을 비롯해 10평 안팎의 작은 집을 소유하고 있는 수급자 가운데 과표가 올라서 탈수급된 경우도 있다.
망원동 일대에서만 해도 올들어 8가구가 집값 상승으로 ‘탈수급자’ 대열에 올라섰다. 망원2동 관계자는 “올들어 실거래가가 지속 상승해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섰다”며 “예전에는 전혀 가치가 없던 집을 소유하고 있던 분들이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집값이 슬그머니 오르기 시작하더니 4~5월 지나니 최고 2000만~3000만원까지 올랐다”며 “재개발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동에서도 내년이면 주택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가구가 올보다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망원2동 관계자는 “수급 주민들에게 대비하라는 얘기는 했지만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가난한 사람은 서울에 못산다” =
서울시는 주거복지팀을 별도로 두고 저수득층 주거지원을 하고 있지만 역시 답이 없기는 매한가지. 올초 시 주재로 주거복지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상황을 전달했지만 ‘기다리라’는 답변뿐이었다. 임대용으로 다다구주택을 구입하고 있지만 물량이 점점 줄어드는 반면 값은 뛰고 있어 수요를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재개발임대아파트는 기존 세입자에게도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임대주택과 아파트 등 저소득층용 4만5000가구 중 수급자는 70%이지만 주택공급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시는 올해 말부터 정부에서 시범도입할 주택 바우처 제도 진행상황을 지켜본 뒤 서울시도 임대료 차액부분을 지원하는 방향을 도입할 방침이다.
남철관 성북주거복지센터 사무국장은 “외지인 특히 강남 사람들이 대거 재개발 열풍을 주도하면서 전월세가 폭등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가난한 사람들은 서울에 거주할 희망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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