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지역내일 200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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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과 주민들의 ‘아름다운 동행’

세상에는 악연이 오히려 오랜 시간을 거쳐 아름다운 동행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15년 전, 소벌(우포늪)을 세계적인 자연유산으로 만들기 위해 지역주민들과 지자체를 접촉하는 과정에서 폭력이 오갈 정도로 험악한 때도 있었다.
2008년 람사르총회 성공적 개최와 멸종된 따오기 복원사업을 위해 소벌 주변 20개 마을의 이장단들과 일본 사도섬의 따오기복원 현장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사도섬 농민들이 따오기 서식환경 조성을 위해 농사를 짓던 자신들의 논을 따오기 먹이터인 비오톱으로 만들고 있는 현장을 보았다.
오래전부터 시민단체들이 서식지 보전을 위한 무농약농법 사용 등의 작은 노력들을 해왔고 이같은 움직임이 그곳 주민들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였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성과물로 따오기를 상품화한 ‘도키히카리’라는 쌀과 관광객용 상품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본 소벌 주민들은 조금씩 오래 전의 나쁜 기억들을 지우고 마음을 열기 시작하였다.
첫술에 배부르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동행이 시작된 것이다. 당시 습지보전운동가인 필자로서는 낙동강이 만든 배후습지인 늪이 다 메워지고, 마지막으로 남은 천연습지인 소벌을 지켜야겠다는 일념으로 매를 맞으면서 주민들을 설득하였다.
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세계환경회의를 다녀온 후 그 결심은 더욱 굳어졌다. 150개국의 정상들이 참여하는 초유의 세계환경회의 기간 중에도 아마존의 밀림에 기대어 사는 다양한 부족들의 삶터인 습지가 파괴되고 있었다. 자본가들이 대규모 벌목과 커피를 비롯한 기호식품의 대량생산을 위해 자연자산들을 파괴하는 현장을 목격했던 것이다.
심지어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다양한 부족들이 그들의 삶터를 지키려다 자본가들에게 고용된 총잡이들에게 무참히 살해된 수백장의 사진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연 속에서 전통적인 삶의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은 숲과 습지가 파괴되면 대부분 도시로 떠날 수밖에 없다. 대부분 도심에서 날품을 팔거나 일용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도시빈민은 살길이 막연해지면 끼니를 거르지만 전통적인 농업과 어업을 해오던 마을에서는 적어도 밥 세끼는 해결되지 않는가.
본래 자연에 있는 빛과 물, 공기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공평하게 쓰도록 신이 창조하였을 터인데, 소유개념이 부족한 대부분의 민중들은 이렇게 하루아침에 삶터를 잃고 도시의 가난한 노동자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브라질 노동자당 출신의 대통령인 룰라도 그런 과정을 거친 사람이다.
당시 소벌지역도 주변에 공단이 들어선다는 소문과 정치인들의 공약으로 토지가의 상승을 은근히 기대하던 일부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습지보전운동가와 환경부 공무원의 보전 목소리가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1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고 우리나라의 농업현장이 어려운 가운데 일부 주민들의 새로운 삶의 모색이 소벌을 지키면서 새로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지점에 닿은 것이다.
지금까지는 논은 쌀을 생산하는 공간으로밖에 평가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습지로서의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2002년 스페인 발렌시아 람사르총회에서 처음으로 농업, 습지와 수자원관리라는 농업 관련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생물종다양성 회복과 기후변화, 수자원의 확보 등 평소 농업 관련 연구자들이 주장하던 논의 가치를 논습지의 환경적 가치로 전환하는 농법과 농업정책이 필요하다. 이 결의를 알게 된 카부쿠리 늪 주변의 농가들은 람사르협약에 대해 크게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 농민들도 람사르협약의 활용과 습지보전법의 개정을 통해 농업을 지키면서 지속가능한 삶을 보장받을 정책을 정부에 요구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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