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 없이 한가한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가정집 차고에서 열리는 이른바 ‘가라지 세일’을 찾아다닌다는 친구가 있다.
딱히 뭘 산다기보다 자질구레한 일용품이나 잡동사니를 뒤적이며 남의 집 속내를 들여다 볼 양으로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쓸 만한 것이 걸리면 헐하게 살림살이를 장만했다는 뿌듯함에 하릴없이 발품을 팔고 다닌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나 역시도 이민 초기에는 동네에서 ‘가라지 세일’을 하는 집을 구경 다니며 한국에는 없던 생활 문화를 접하곤 진기해 했다. 그 때 들은 이야기로 ‘가라지 세일’에 이력이 난 단골들은 남보다 먼저 쓸만한 물건을 건질 요량으로 아침 일찍 서두르거나, 시간 낭비할 필요없이 아예 부자 동네부터 훑어 내린다고 했다.
나는 ‘가라지 세일’의 단골 고객은 아니었지만 운이 좋았던지 어느 중국 이민자 가정에서 산 접이식 탁상과 공구는 15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다.
그 때를 떠올리면 부모들 옆에서 대여섯 살 먹은 꼬마들까지 자신들의 싫증난 장난감을 차고 앞에 펼쳐놓고 10센트나 20센트 씩 값을 매겨 또래 손님들을 기다리던 모습도 생각난다. 종일 쪼그리고 앉아 있었댔자 일껏 1, 2달러 정도를 벌었을테니 그 나이의 꼬마들이 거래를 하는 모습이 영악하기보다 귀엽게 비쳐졌던 것 같다.
쓰지 않는 가재도구나 옷가지를 그냥 버리기보다 돈으로 바꿀 수 있다면 다만 몇 푼이라도 건지고, 무조건 버렸다는 꺼림직함도 면할 겸 이 나라에는 집안 대청소 후나 이사 전에 ‘가라지 세일’을 하는 집이 많다.
이빠진 접시나 금간 물컵, 녹슨 숟가락과 포크 정도는 기본이고 어떤 집은 물때, 몸때 찌든 속옷까지 몇 십 센트로 가격표를 붙여서 내놓는다.
그러다보니 물건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주인의 치기나 장난기가 발동하여 재미삼아 내놓은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보려는 악착스런 마음에서 판을 벌인 것인지 분간이 안 갈 때도 있다. 속옷까지 팔겠다고 할 때에야 알뜰이 지나친 건지, 인색의 극치인지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있는 것이다.
마치 사람 사는데 절약하는 것보다 더한 미덕이 하나도 없으면 모를까, 해도 너무하고, 궁상도 그런 궁상이 없다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내 사정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하나를 사면 다른 것 두세 개를 덤으로 끼워주기도 하고, 말만 잘하면 선뜻 그냥 주기도 했으니, 십수 년 전 내 기억 속의 ‘가라지 세일’은 어디까지나 피차간에 재미있던 일로 남아있다.
하지만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지금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뭔가 건질 것이 있을 것 같아서 가보면 되잖은 살림 나부랭이에 얼토당토 않은 금액을 매겨놓고는 강매 비슷하게 부추기면서, 야박한 정도를 지나 돈 욕심이 앞선 뻔뻔한 인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전과 다르게 세계 각국, 각양각색의 이민자들이 몰려들어와 있는 탓에 제 나라에서 하던 습관이나 살던 인심을 은연 중 드러내게 되어 그런지도 모른다. 아니면 출신국마다 사는 형편이 다르니 좀 못사는 나라 사람들일수록 돈에 대해 여유가 없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어쩌다 그런 경우를 겪었거나 아니면 순전히 본인의 편견일 수도 있지만, 그 친구 말에 의하면 어떤 나라 이민자들은 도저히 사용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른 물건을 살짝살짝 눈속임으로 팔아치우려하는 야비한 구석이 있고, 어느 계통 사람들은 ‘가라지 세일’로 한 몫 잡으려는 심산에 터무니없는 바가지를 씌우기도 한단다.
그런 이야기를 듣자니 가라지 세일이라고 해서 세월가도 절대 변치 말란 법은 없지만 십수 년전과 달리 점점 각박하고 까칠하게 변모하는 것 같아 다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멀쩡하던 그렇지 않던 혹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그저 줘도 좋고, 몇 푼 받을 수 있으면 더 좋던 소박했던 자리가 드러내놓고 잇속을 챙기는 정없는 모습으로 변질될까 우려하는 마음도 없지 않다.
신아연 호주통신원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딱히 뭘 산다기보다 자질구레한 일용품이나 잡동사니를 뒤적이며 남의 집 속내를 들여다 볼 양으로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쓸 만한 것이 걸리면 헐하게 살림살이를 장만했다는 뿌듯함에 하릴없이 발품을 팔고 다닌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나 역시도 이민 초기에는 동네에서 ‘가라지 세일’을 하는 집을 구경 다니며 한국에는 없던 생활 문화를 접하곤 진기해 했다. 그 때 들은 이야기로 ‘가라지 세일’에 이력이 난 단골들은 남보다 먼저 쓸만한 물건을 건질 요량으로 아침 일찍 서두르거나, 시간 낭비할 필요없이 아예 부자 동네부터 훑어 내린다고 했다.
나는 ‘가라지 세일’의 단골 고객은 아니었지만 운이 좋았던지 어느 중국 이민자 가정에서 산 접이식 탁상과 공구는 15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다.
그 때를 떠올리면 부모들 옆에서 대여섯 살 먹은 꼬마들까지 자신들의 싫증난 장난감을 차고 앞에 펼쳐놓고 10센트나 20센트 씩 값을 매겨 또래 손님들을 기다리던 모습도 생각난다. 종일 쪼그리고 앉아 있었댔자 일껏 1, 2달러 정도를 벌었을테니 그 나이의 꼬마들이 거래를 하는 모습이 영악하기보다 귀엽게 비쳐졌던 것 같다.
쓰지 않는 가재도구나 옷가지를 그냥 버리기보다 돈으로 바꿀 수 있다면 다만 몇 푼이라도 건지고, 무조건 버렸다는 꺼림직함도 면할 겸 이 나라에는 집안 대청소 후나 이사 전에 ‘가라지 세일’을 하는 집이 많다.
이빠진 접시나 금간 물컵, 녹슨 숟가락과 포크 정도는 기본이고 어떤 집은 물때, 몸때 찌든 속옷까지 몇 십 센트로 가격표를 붙여서 내놓는다.
그러다보니 물건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주인의 치기나 장난기가 발동하여 재미삼아 내놓은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보려는 악착스런 마음에서 판을 벌인 것인지 분간이 안 갈 때도 있다. 속옷까지 팔겠다고 할 때에야 알뜰이 지나친 건지, 인색의 극치인지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있는 것이다.
마치 사람 사는데 절약하는 것보다 더한 미덕이 하나도 없으면 모를까, 해도 너무하고, 궁상도 그런 궁상이 없다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내 사정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하나를 사면 다른 것 두세 개를 덤으로 끼워주기도 하고, 말만 잘하면 선뜻 그냥 주기도 했으니, 십수 년 전 내 기억 속의 ‘가라지 세일’은 어디까지나 피차간에 재미있던 일로 남아있다.
하지만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지금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뭔가 건질 것이 있을 것 같아서 가보면 되잖은 살림 나부랭이에 얼토당토 않은 금액을 매겨놓고는 강매 비슷하게 부추기면서, 야박한 정도를 지나 돈 욕심이 앞선 뻔뻔한 인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전과 다르게 세계 각국, 각양각색의 이민자들이 몰려들어와 있는 탓에 제 나라에서 하던 습관이나 살던 인심을 은연 중 드러내게 되어 그런지도 모른다. 아니면 출신국마다 사는 형편이 다르니 좀 못사는 나라 사람들일수록 돈에 대해 여유가 없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어쩌다 그런 경우를 겪었거나 아니면 순전히 본인의 편견일 수도 있지만, 그 친구 말에 의하면 어떤 나라 이민자들은 도저히 사용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른 물건을 살짝살짝 눈속임으로 팔아치우려하는 야비한 구석이 있고, 어느 계통 사람들은 ‘가라지 세일’로 한 몫 잡으려는 심산에 터무니없는 바가지를 씌우기도 한단다.
그런 이야기를 듣자니 가라지 세일이라고 해서 세월가도 절대 변치 말란 법은 없지만 십수 년전과 달리 점점 각박하고 까칠하게 변모하는 것 같아 다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멀쩡하던 그렇지 않던 혹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그저 줘도 좋고, 몇 푼 받을 수 있으면 더 좋던 소박했던 자리가 드러내놓고 잇속을 챙기는 정없는 모습으로 변질될까 우려하는 마음도 없지 않다.
신아연 호주통신원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